매일신문

천정부지로 치솟는 과일값…사과·배·감부터 이제는 참외까지 역대급으로 올랐다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40.6%…40년 만에 가장 커
과일 먹는 것을 포기한 시민들…상인 "50년 장사 동안 이런 가격은 처음"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40.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37.5%포인트 높았다. 지난달 사과 물가 상승률은 71.0%, 배 물가 상승률은 61.1%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판매 중인 배. 연합뉴스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간 격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40.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37.5%포인트 높았다. 지난달 사과 물가 상승률은 71.0%, 배 물가 상승률은 61.1%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판매 중인 배. 연합뉴스

12일 대구의 한 대형마트 과일 코너 앞은 유달리 한산했다. 쇼핑 카트를 끌고 과일 매대를 기웃거리는 소비자 가운데 과일을 직접 장바구니에 담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과나 배 등을 집어 조금 살펴보기만 할 뿐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주부 박모(50) 씨는 "비싸서 못 먹는 과일이 사과가 될 줄은 몰랐다"며 "지난 설에도 크고 보기에 좋은 제수용 사과가 아니라 못난이 사과를 올렸을 정도"라고 말했다.

과일·채솟값이 갈수록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마트를 찾은 시민도, 상인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과실 물가 상승률은 40.6%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37.5%p 높았다. 이 격차는 과실 물가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85년 1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컸다. 기존 최대 격차는 1991년 5월의 37.2%포인트였다.

과일 가격이 오른 데는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준 사과의 영향이 컸다. 사과 가격이 크게 오르자 배, 감, 귤 등 대체제인 다른 과일 가격도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대구 칠성시장에서 50년간 과일 장사를 했다는 김순낙(76) 씨는 "사과값이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올랐다. 장사하면서 과일값이 이렇게 오른 것은 처음"이라며 "손님도 3분의 2 정도 줄어든 느낌이다"고 하소연했다.

잦은 비와 흐린 날씨로 참외 역시 작황 부진으로 인해 출하 시기가 늦어지면서 가격이 올랐다. 4월 상순부터는 출하량이 늘며 시세가 내릴 것으로 관측되지만 상인들은 당장 참외가 팔리지 않아 걱정이고 소비자는 먹던 참외를 못 먹게 돼 울상이다.

대구 수성구 한 마트에서 참외를 판매하는 A(47) 씨는 "1년 전에는 6만~7만원 정도 했던 참외 선물 세트가 올해 8만~9만원 수준으로, 10~20% 올랐다"면서 "높은 참외 가격에 손님들도 두 개 살 것을 한 개만 사니까 판매량이 확 줄었다"고 했다.

과일 가격 강세는 올해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金)사과'로 불리는 사과는 마땅한 대체 상품이 없는 데다 수입이 어려워 당분간 가격 부담이 불가피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량 공급을 확대하고 할인 지원에 나서 서민 장바구니 부담 완화에 나설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할인 지원과 함께 할당관세 등을 활용해 수입 과일 공급을 늘려 수요를 분산할 것"이라며 "참외, 수박 등 과일을 대체할 수 있는 과채류가 본격 공급되면 사과, 배 수요가 분산되면서 가격이 어느 정도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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