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어보다 '모국어 소통', 지역 사회 정착 막는 걸림돌

새로운 교육 시스템 구축 필요
외국인 근로자 유입 가속화로 국내 출생보다 중도 입국 증가
서툰 언어로 학교 공부에 싫증 아이들 흡수 다양한 교육 절실

경북지역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경북교육청이 추진한 다문화가족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 참여해 전통문화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지역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경북교육청이 추진한 다문화가족 어울림 한마당 행사에 참여해 전통문화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경북교육청 제공

경북 다문화학생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내 노동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위기가 맞물려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가속화하면서다.

문제는 현재 다문화교육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글과 언어가 서툴 수밖에 없는 외국인 다문화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외국인 정착률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다문화학생 폭증

교육부는 국내 다문화학생을 크게 국제결혼가정과 외국인 가정으로 구분한다. 또 국제결혼가정의 다문화 학생은 '국내출생'과 '중도입국'으로 분류한다.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도입국(374명) 및 외국인 가정(1천250명)의 다문화학생은 1천624명으로 10년 전 2013년(중국도입국 119명, 외국인 가정 64명)과 비교해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다문화 학생 중 국내 출생 다문화 학생 비율은 줄고 외국인 가정, 중도입국 학생의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의 외국인 가정 학생은 등에 몰려 있다. 경주 안강읍과 천북면 일대 공단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 이들 학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도교육청은 분석했다. 특히 주거비가 싼 성건동 원룸촌과 가까운 흥무초는 전교생 10명 중 7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이들 외국인 가정 및 중도입국 학생들에게는 한국어 교육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 국내에서 태어나지 않아 한국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다문화교육 시스템 절실

문제는 외국인 다문화교육 시스템의 부재다. 흥무초 교사 A씨는 "고려인 가정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고 자란 러시아어로 자기들끼리 온종일 소통을 하니 한국어 공부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학교 진학 이후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지역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했다.

흥무초 교사들은 수업 시간마다 번역기 사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조금이라도 학생들이 수업을 이해하고 진도를 따라올 수 있도록 휴대전화 번역 앱과 전문 번역기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교사 B씨는 "최근 삼성에서 출시한 갤럭시 S24 스마트폰이 AI를 활용한 통화 중 다중 통역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러시아어가 제외된 것이 아쉬워 해당 서비스 제공을 해달라고 공식 건의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인, 중도입국학생 대비 한국어학급 수용률은 10.3%에 그치며, 다문화 강사 1명 당 맡고 있는 학생 수는 무려 74명에 이르는 등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전국 33개 시·군·구부터 '지역 거점 한국어 예비과정(3개월~1년)'을 선정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내년 말부터 40개를 지정해 학교 밖 위탁교육으로 운영한다. 초·중·고 내 한국어학급도 지역 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가정 내에서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인공지능(AI) 기반 온라인 한국어 학습장도 운영할 계획이다.

경북교육청은 다문화 가정 중 중도입국·외국인 학생들의 언어문제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2월 경주한국어교육센터를 전국 최초로 개소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내 다문화학생들에게 한국어교육과정(KSL)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우리나라 생활에 필요한 문화 교육도 병행해 융화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라며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을 포용하고 유대감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발굴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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