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통 없는 ‘소통 이음’…실적 저조한데 매년 유지관리비 수천만원

6억5천만원 들여 지난 2022년 9월부터 서비스 시작
시민기관 참여도는 20% 수준…개발 취지 살린 '협업 사례'는 단 1건

'소통 이음' 누리집 캡처
'소통 이음' 누리집 캡처

대구시가 시민과 공공기관 간의 소통 강화를 위해 만든 '소통 이음' 시스템이 2년째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낮은 활용도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천만원에 달하는 유지관리비가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라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통 이음' 시스템은 시가 코로나19에 대비해 예산 6억5천만원을 들여 지난 2022년 9월부터 운영 중인 비대면 소통 플랫폼이다. 시민과 공공기관은 이 시스템을 통해 서로 지역현안을 발굴, 해결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이곳에는 화상 회의 기능인 '화상 소통'을 필두로 실시간 문자로 서로 소통하는 '문자 소통', 타 기관 간 협업이 필요한 현안을 의제로 등록해 협업 참여자를 찾는 '협업 소통' 등의 기능이 있다. 무료로 활용 가능한 '줌' 등 상용 화상회의 플랫폼과의 차별점으로 사용시간 제한이 없는 점, 녹화된 음성을 자동으로 문서 형태로 변환하는 기능 등을 갖췄다.

외관은 멀쩡한 '소통 이음'의 문제는 시스템이 공공기관의 회의 용도로만 사용될 뿐, 당초 예상과 달리 시민들의 참여도는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소통 이음' 누리집에 따르면 20일 기준 '소통 이음'에서 진행된 회의는 화상 소통 71건, 문자 소통 4건 등 75건이다. 이 중 대구시 관련 기관 외에 시민단체 또는 시민지원기관이 시스템을 활용한 경우는 28%(20건)에 불과하다. 특히 시민과 공공기관 간 협업이 가능한 '협업 소통'은 2년째 1건에 머물러 있는 등 개발 및 운영 취지를 못 살리는 모습이다.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소통 이음' 시스템 유지관리비는 더 늘어나는 점 역시 고민을 더한다. 지난해 투입된 유지관리비는 3천600만원, 올해는 이보다 86% 늘어난 6천700만원이 책정됐다. 지난해까지로 설정된 무상 유지보수 기간이 끝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시민 이용을 독려해 활용도를 크게 높이지 못하는 이상, 매년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유지할 필요성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시민의 의견이 정책결정에 적극적으로 반영되도록 하는 등 '효능감'을 높일 방법부터 고민하는 것이 플랫폼 이용 활성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소통 이음' 외에도 시민들이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있지만 효능감이 적다 보니 자연스레 참여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대구시에서는 시민 참여, 주민 참여 등을 외치고 있지만 막상 참여한 이들이 실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개선을 주문했다.

대구시 소통민원과 관계자는 "'소통 이음'이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이용률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재정비를 통해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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