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혁신도시 10년] 김천 산학연 클러스터 41% 미분양…사업 추진도 '하세월'

지역 특성에 맞는 클러스터 활용 방안 마련해야

지난 18일 경북 김천혁신도시 내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가 제 주인을 찾지 못한채 10년째 방치돼 있다. 부지 뒤편으로 한국도로공사 건물이 보인다. 조규덕 기자
지난 18일 경북 김천혁신도시 내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가 제 주인을 찾지 못한채 10년째 방치돼 있다. 부지 뒤편으로 한국도로공사 건물이 보인다. 조규덕 기자

경북 김천혁신도시의 혁신 성장을 목표로 조성한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의 40%는 분양되지 않은 채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도시는 지역 성장거점 확보를 통한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목적으로 조성한 것이지만, 산학연 클러스터의 활용이 지지부진하면서 핵심 성장 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분양된 용지의 절반도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채라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에 잡초만 무성

지난 18일 오전 10시쯤 경북 김천혁신도시 내 한국도로공사 인근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 이곳은 공공기관과 관련된 연구소, 기업 등을 한자리에 모으기 위해 조성된 곳임에도 웬일인지 허허벌판으로 방치돼 있었다.

부지 외곽에 설치한 철제 울타리 안에는 잡초가 무성했고, 영농 자재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누군가 무단으로 경작한 흔적도 여기저기 보였다.

부지 내에 서 있는 팻말에는 '2018년 11월 30일까지 농작물 경작을 자진신고 하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클러스터 부지가 방치된 지 오래됐음을 알 수 있었다.

차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하자 또 다른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가 나타났다. 한국전력기술 인근의 이곳 역시 잡초 등이 무성히 자란 채 방치돼 있었다. 이 밖에 국립종자원, 조달품질원 인근 클러스터 부지 등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혁신도시 한 주민은 "공공기관 입주와 함께 클러스터 부지에도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며 "부지가 장기간 방치되면서 냄새도 나고 도시 미관상 좋지도 않다"고 말했다.

김천혁신도시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클러스터 부지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전기술 맞은편의 지식산업센터 신축 공사장과 국토안전관리원 인재교육원 신축 공사장 등 3곳이 전부다.

한국전력기술 인근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도 잡초가 무성한 채 방치돼 있다. 조규덕 기자
한국전력기술 인근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도 잡초가 무성한 채 방치돼 있다. 조규덕 기자

◆산학연 클러스터 분양률 '흐림'

산학연 유치지원센터에 따르면 분양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난 경북혁신도시 클러스터 부지의 미분양률은 41%에 달한다. 전체 클러스터 용지 30만7천376㎡ 가운데 12만5천899㎡가 미분양 상태다.

경북도와 김천시가 클러스터 부지 분양률을 높이고자 이전 공공기관과 연관된 산하기관·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유치활동과 입주기업 임차료 및 부지매입비에 대한 이자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고 나섰지만 실제 분양까지는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클러스터 부지는 도시계획(제1종 지구단위계획지역)에 따라 ▷공공업무시설 ▷교육연구시설 ▷벤처기업집적시설 등만 들어설 수 있다. 이 같은 업종규제와 심사과정으로 인해 조건에 맞는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분양이 끝난 부지의 사업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분양이 완료된 35개 필지(18만1천477㎡) 가운데 16개 필지(8만5천497㎡)가 미착공 상태로 남아있다.

산학연 유치지원센터 관계자는 "클러스터 부지를 분양받은 기업들이 경기 부진 등의 이유로 건물 착공을 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달 국토부 관계자들이 내려와 회의도 열었지만 아직까지는 선뜻 착공하려는 기업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도로공사 인근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에 농작물 경작 금지를 알리는 경고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조규덕 기자
한국도로공사 인근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에 농작물 경작 금지를 알리는 경고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조규덕 기자

◆'혁신도시법 개정' 돌파구 될까

당국은 그동안 클러스터 용지의 투기를 막고자 조성원가로 분양받은 용지를 매매할 경우 주변 시세로 매매할 수 없도록 제한해 왔다. 이는 용지를 분양받은 업체들이 개발을 꺼려 온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국회에서 혁신도시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를 분양받은 기관이 시설과 건물을 준공한 뒤 10년 소유하면 주변 시세로 매매할 수 있도록 양도 가격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혁신도시법이 개정됐다.

이를 계기로 클러스터 용지에 대한 메리트가 한층 높아지며 실질적 개발 추진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클러스터는 조성원가로 공급하는 만큼, 입주 기업이 건물을 세우지 않고 토지로만 소유하는 경우에는 양도 가격을 무기한 제한해 시세차익 목적의 투기적 이익을 차단한다.

혁신도시 관계자는 "혁신도시법이 개정되면서 기업들의 진입장벽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경기 부진, 정주여건 부족 등의 문제가 남아있어 기업들이 당장 착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북도와 김천시가 혁신도시의 부족한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1차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되는 2차 공공기관을 유치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도시가 지역 성장 거점 확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역 특성에 맞는 클러스터 활용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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