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서도 죽어서도 '무관심'에 우는 이들… 대구시 공영장례지원조례 보완 시급

제도 안착 위한 '부고 알림', 구·군별 자율 판단 맡겨 통합관리 안 돼
"민간에 맡기면 열악하고 형식적 장례… 시민·지인 등 참여 막히는 문제"
조례 제정 2년 째 사각지대 여전, 공설장례식장부터 확충해야

18일 대구 수성구 명복공원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18일 대구 수성구 명복공원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장례 지원 근거를 마련한 '대구시 공영장례 지원 조례'가 제정 2년이 지났지만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부고 알림을 구·군 자율에 맡겨둬 무연고자 사망 시 통합 관리가 어렵고, 무연고 사망자 전용 빈소가 없어 장례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기도 어려운 탓이다. 부고 알림 시스템을 개선하고 공설 종합장례시설 확보 역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부고 알림, 구·군 자율에 맡겨 '제각각'

대구시는 지난 2022년 2월 '대구시 공영장례 지원 조례'를 제정해 같은 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대구시가 장례비용을 포함해 장례물품, 장례지도사, 빈소 마련 등 절차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가족해체, 빈곤 등을 이유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무연고자가 주요 지원 대상이다.

조례 제정 이전에는 공영장례에 대한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조례 제정을 계기로 2022년 하반기 구·군별 협의, 공영장례 지원 장례식장 지정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163명이 공영장례를 지원 받았다. 이 중 무연고자가 162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무연고자가 존엄한 '마지막'을 맞이하려면 무연고자에 대한 '부고 알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연고 사망자를 관리하는 구·군에서 망자의 이름, 생년월일, 구단위 주소 등을 담은 부고를 내지 않으면 일반 시민은 물론 사망자 지인조차 사망 소식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부고 알림 필요성에 공감을 하면서도 각 구·군에 부고 알림을 권고할 뿐, 의무사항이 아니라 강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구·군 장례지원 담당자들은 현실적으로 무연고자 사망 시, 구·군에서 관리 중인 기초생활수급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서 처리 부서가 달라 일률적인 통합 관리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사망자 개인정보를 공개해도 되는 지를 두고도 의견 분분하다. 한 기초단체 담당자는 "대구시에서 권유를 하고는 있지만 강제가 아니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연락을 피하거나 부고 알림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연고자에 대한 부고 알림 서비스가 있어야 무연고자에 대한 존엄한 장례가 치러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한 사람의 마지막을 알리는 게 부고다. 무연고자 사망 사실을 혈연에게만 알려주는 구조인 탓에 지인들은 알 길이 없다. 또 무연고자도 우리 이웃이므로 시민들에게도 장례 참여할 기회 줘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성명과 생년월일만으로는 개인을 특정할 수 없다. 사망자 정보 일부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법적으로 고인의 개인정보는 보호 의무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고운 부산반빈곤센터 대표는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역사회 봉사활동 차원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사망한 무연고자들을 조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부고 알림 서비스가 통합 관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존엄한 죽음' 공설장례식장 확충이 열쇠

무연고자에 대한 장례지원 개선의 또다른 과제는 대구시 등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설 종합장사시설 확보'다. 민간에서 담당할 경우 생기는 취약계층에 접근성 문제에서 자유롭고 무연고 사망자 전용 빈소를 차릴 수 있다. 부고 알림을 통합 관리하기에도 용이한 수단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장례식장, 빈소까지 모두 갖춘 종합장사시설을 조성한 사례도 적지 않다. 부산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영락공원'이 대표적이다.

대구시 조례 제정 당시에도 제도가 안착하려면 중장기적으로 공영장례를 위한 공설장례식장 등 빈소 확보 목소리가 나왔지만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조례 제정 2년이 지나도록 공설장례식장 확충은 추진된 바가 없다.

대구의 경우 명복공원 안에 화장장은 있지만, 봉안시설, 장례식장, 빈소 등이 없어 종합장사시설에 해당되진 않는다. 대구의료원은 대구시가 출자했을 뿐, 공설 장례시설로서의 기능을 전담하고 있지 않아 내부에 무연고자 전용 빈소를 꾸리기 어렵다.

명복공원을 종합장사시설로 만드는 방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명복공원 부지 내에 여유 공간이 없어 어렵다. 종합장사시설은 기피 시설인 탓에 주민 반발이 심하고, 외곽으로 가더라도 주민 여론을 취합해 적당한 부지를 찾기가 어렵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무연고자 전용 장례식장을 지정해 통합 관리·지원하는 방안 역시 쏠림 현상의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창호 대구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무연고자 장례를 민간에 맡길 경우 장례가 이뤄졌다는 걸 증명할 사진만 겨우 남길 정도로 장례가 열악하게 치러지고 있다"며 "대구시가 적극 나서 무연고자 부고 알림 서비스를 제도화하고 장례 절차 전반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숙 대구시 어르신복지과장은 "무연고 사망자 부고 알림 통합서비스는 명복공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구·군에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정보를 주면, 취합해서 명복공원 자체 플랫폼에 게시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무연고자 대상 전용 빈소 조성 방안 역시 추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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