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규택의 새론새평] 산림 선진국과 지역 발전

조규택 계명문화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조규택 계명문화대 한국어문화과 교수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70%가 산이지만, 해방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민둥산이었다. 하지만 산림의 중요성을 깨닫고 1973년부터 반세기 동안 약 115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푸른 산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를 막고 경치도 수려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산림을 보존하는 것에만 관심이 많았고, 산림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려는 의식은 부족했다.

우리는 다종?다량의 나무로 푸른 산을 가꾸었지만, 목재 수입이 세계 4위를 기록하는 나라다. 우리 산림산업의 자급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2022년도 기준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은 15%다. 일본(42%), 독일(53%), 미국(71%), 뉴질랜드(100%)에 비해 매우 낮다. 목재 수요의 85%를 수입하는 데 매년 7조원의 돈이 든다. 이를 극복할 우리만의 산림산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우선 목재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나무 간 간격을 넓히는 간벌이나 가지치기부터 과감히 시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기후와 지형에 적합하고 경제적 가치도 있는 품종으로 조속히 바꿀 필요도 있다.

산림 전문가에 따르면 20, 30년생 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비교적 높지만, 그 이상이 되면 탄소 흡수량이 떨어진다고 한다. 국내 나무 중 대부분이 40년생 이상이 되면서 탄소 절감 효과가 떨어지고 목재 활용도에서도 선진국의 생산성에 크게 못 미친다. 산림은 굴뚝 없는 산업으로 우리 경제를 환경친화적으로 도약하게 할 수 있다. 산림은 전 국민 대상 농한기 일자리 창출과 관광산업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현실적인 대안도 될 수 있다.

묘목(苗木) 생산지로 유명한 경산에서 자랐다. 부모님을 비롯한 대부분의 농가가 벼농사도 했지만, 특용 작물인 묘목 생산을 주업으로 했다. 아버지는 묘목이 자라면 반드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솎아내기를 하셨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볼 때 멀쩡한 묘목을 제거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모든 생명체는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곧 이해하게 되었다. 묘목이나 나무를 통해 삶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요즘 산을 오르면서 어릴 때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나무들이 너무 무질서하게 자라고 나무 간 간격이 지나치게 밀집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이는 나무들의 성장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무들을 불필요하게 웃자라게 하고 목재로서도 두께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수종이 다른 침엽수인 소나무, 전나무와 활엽수인 참나무, 느티나무, 벚나무가 어지럽게 혼재되어 불필요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속성수이지만 목재로서 가치가 거의 없는 아카시아도 여전히 지나치게 많다.

내가 찾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의 숲은 동시베리아 자작나무 숲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잘 가꾸어진 관광지 같은 숲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독일은 이런 조림지와 숲이 고속도로를 따라 조성되어 있었기에 관광과 자원으로서 지역 발전과 홍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숲이 제공하는 편안함과 친환경적인 산림산업은 지역 경제의 자산이 된다.

우리도 강원도 인제의 자작나무 숲, 경북 영양의 자작나무 숲, 울진의 금강소나무 숲길, 그리고 전남 장흥의 편백 숲 등이 유명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 지역은 거주 인구의 몇 배에 해당하는 관광객이나 방문객이 찾는 곳이다. 앞으로 명품 숲을 발굴하여 산촌 주민과 함께하는 도농림(都農林) 공동체 상생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충분한 산림로(山林路)를 확보한다면 산악자전거 동호회를 비롯한 스포츠 산업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산림산업은 단순한 탄소 저감 효과를 넘어 관광·스포츠 산업과 목재 생산이라는 경제적 이득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조림, 수확, 이용의 선순환 산림산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우리 국민에게 힐링과 건강·여가를 위한 장소로도 소중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우리에게 푸른 에너지와 편안함을 주는 산림, 자연스러운 천연림도 소중하지만 인간의 정성과 산업성이 추가된 조림(造林)도 필요하다. 첨단 과학기술을 산림자원 생산성에 적용한다면 더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산림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장려하여 대한민국이 산림 선진국으로 번성하고, 지역 발전도 도모하기를 기대해 본다.

계명문화대학교 한국어문화과 조규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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