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60대 기업인 A씨는 "요즘 뉴스를 안 본다. 더불어민주당이 하는 작태도 그렇지만 국민의힘이 하는 꼴은 더 보기 싫다"며 "폭삭 망해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고 했다. 국민의힘 열성(熱誠) 당원 B씨는 "국민의힘이 '보수'와 대구경북(TK)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며 "지금의 국민의힘은 보수 정당이 아닌 그냥 '수구 정당'일 뿐이다"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지지율(支持率)이 급락세다. '보수의 심장' TK도 국민의힘에 등을 돌리고 있다. 14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7~11일 시행)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3%로, 민주당(56.2%)의 절반에 못 미쳤다. TK에서도 국민의힘(31.8%)은 민주당(52.3%)에 크게 뒤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의 경우 국민의힘 19%, 민주당 43%로 나타났다. 이때도 TK에서 국민의힘(27%)은 민주당(34%)에 안방을 내줬다. 뚜렷한 보수 민심(民心) 이탈이다. 실망이 분노를 넘어 체념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소수의 단골만 찾는 휑한 식당 꼴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당의 주류인 '친(親)윤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독단을 막지 못했고, 당을 '용산출장소'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6·3 대선 때 '탄핵(彈劾)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공식 사과도 없었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 요구가 거셌지만, 시간만 끌었다. 오죽하면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물러나면서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일갈(一喝)했겠나. '윤희숙 혁신위'는 '과거와 절연'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이대로 가면, 내년 6·3 지방선거는 참패(慘敗)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양곡법·방송 3법 등 쟁점(爭點)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해치워야 한다'고 한다. 세상에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성현(聖賢)들의 가르침이다. 특히 정치가 양극화된 사회에선 선과 악은 상대적이다. 형사사법체계 등 국가 시스템의 근본을 바꾸고, 국민 삶과 경제에 밀접한 법안은 시간이 걸려도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제1 야당을 '좀비' 취급 한다. 급기야 '내란 정당'으로 몰고 있다. 민주당은 "윤석열과 12·3 내란은 처벌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국고보조금 환수(還收) 조항이 담긴 '내란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을 쓸어버리겠다는 발상이다. 민주당은 '야당 없는 국회'를 꿈꾸는가. 그게 민주당이 역설하는 국민주권, 민주주의 회복인가? 영국 정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진리와 정의의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소수 의견자의 독설을 규제하기보다는 다수 의견자의 독설을 제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국민의힘은 사실상 유일한 야당이다. 국민의힘이 무너지면 민주주의·의회주의 핵심 원리인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다. 여대야소(與大野小) 지형에서 대통령과 다수 여당의 독주(獨走)를 막으려면 견실한 야당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국민의 지지를 잃고, 민주당은 권력의 절제를 모른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 통합',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 정상화'가 아니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고 소리친 김수영의 시(詩)가 생각나는 폭염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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