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TK 통합 재시동, 500만 도시로 수도권 일극 견제해야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매일신문사 주최 '제22대 국회의원 대구경북 당선인 결의대회'에서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불씨를 지폈다. 그동안 대구경북(TK)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홍 시장이 먼저 통합 논의를 제안했고, 이 지사가 화답하는 형태였다. TK 통합 논의는 2019년부터 시작돼 민선 7기에서 '대구경북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 추진으로 본격화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지지 여론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민선 8기 출범 후 통합 논의가 아예 중단됐다.

홍 시장은 17일 열린 당선인 결의대회에서 "대구경북을 통합해 대구광역시로 하고, 500만 인구를 가진 광역시를 만드는 것이 대구경북이 각각 발전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고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나아가 행정통합을 위해 올해 내 시·도의회 의결, 내년 상반기 중 TK 행정통합 법안 국회 통과, 2026년 지방선거 때 통합 단체장 선출 등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특히 홍 시장과 이 지사는 통합의 방향성과 관련해 '연방정부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하는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한 행정통합이 아니라, 국방과 외교 이외의 모든 권한을 이양받아 미국 주(州)정부처럼 운영돼야 지방 소멸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시대'와 궤를 같이한다.

TK 통합에 대한 홍 시장과 이 지사의 의기투합은 수도권 집중 가속화와 지방 소멸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주요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수도권 일극 체제는 나날이 공고해지고 있다. 수도권이 지방의 인적·물적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지방의 운명은 시한부 생명과 마찬가지다. 지방이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생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시·도 행정통합에 의한 '규모의 경제'(광역경제권) 구축이다. 행정통합을 통한 수도권 일극 체제 완화는 지방 소멸과 함께 국가적 난제인 저출생 문제의 해결책이기도 하다. TK 통합은 최근 정부의 행정 체제 개편 추진과 맞물려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는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행정 체제 개편을 위해 지난 13일 미래 지향적 행정 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행정통합은 난제가 산적한 사안이다. 통합의 당위성은 차고 넘치나, 통합에 얽힌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구체적인 통합 모델 마련, 여론 수렴, 정부 설득, 특별법 제정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민선 7기에서 TK 통합이 실패한 것도 통합을 둘러싼 안팎의 여건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의 반대가 있었고, 지지 여론도 숙성되지 않았다. 통합 논의가 지자체 주도의 하향식으로 진행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통합 찬성 45.9%, 반대 37.7%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에선 찬·반 차이가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부산·울산·경남도 오래전부터 행정통합을 추진했지만, 의견이 갈려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서울에 경기 김포시 등을 편입하는 '메가 서울', 부·울·경 및 광주·전남권의 통합 구상을 밝혔지만, 총선 후 관련 논의는 숙졌다.

시·도의 행정통합은 시대적 과제다. 중단됐던 TK 통합 논의가 다시 공론화됐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행정통합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 사안이다.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그간의 행정통합 관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정치권과 협의해 통합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 지역 주민들에게 통합의 당위성, 효과성을 널리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행정통합의 최종 결정 당사자는 홍 시장과 이 지사가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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