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학교 졸업해도 진학할 학교가 없다"…성인장애인 고교 진학 방안 마련 촉구

질라라비장애인야학, 24일 대구시교육청 앞 기자회견
성인장애인 고등학력인정 문해교육 법적 근거 마련 안돼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24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인장애인이 고등학교 과정에 진학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영경 기자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24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인장애인이 고등학교 과정에 진학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영경 기자

"100일 뒤 중학교를 졸업하지만 졸업 후 진학할 학교가 없습니다"

장애인지역공동체 부설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이하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24일 오전 11시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인장애인이 고등학교 과정에 진학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대구 최초의 장애인 야학으로, 교육에서 소외된 장애인들의 교육·사회참여를 지원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단체다.

지난 2018년 전국 최초로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육 장애인과정을 시작해 오는 8월 10명의 중증장애인들이 중학과정 졸업을 앞두고 있다. 중증장애인 학습자들의 평균 나이는 54.4세다.

문제는 현재 성인장애인의 고등학력인정 문해교육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졸업 후 이들의 고등학교 진학이 어렵다는 것이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만 3세부터 만 17세까지의 특수교육 대상자를 의무교육대상으로 하고 있어 성인장애인은 특수교육 의무교육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또한 '평생교육법' 제39조 및 시행령 제70조에 따르면, 교육감이 설치·지정할 수 있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은 초·중학교 수준까지다.

조민제 질라라비장애인야학 교장은 "평생교육을 한다고 외치는 100세 시대에 기본적인 학교 교육조차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는 대단한 무언가를 해달라거나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단지 남들처럼 고등학교까지 진학하고 싶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9년부터 5년간 장애인평생교육법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싸워왔지만 이번 국회에서 끝내 좌절됐다"며 "학생들이 내년에 고등학교에 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수차례 협의했으나 여전히 검토만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직접 설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경화 질라라비장애인야학 중학과정 졸업 예정자가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발언을 하고 있다. 김영경 기자
박경화 질라라비장애인야학 중학과정 졸업 예정자가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발언을 하고 있다. 김영경 기자

박경화 질라라비장애인야학 중학과정 졸업 예정자는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어릴 때 학교를 다니고 싶어도 갈 수 없다고 해서 동생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혼자 방안에 갇혀있었다"며 "야학에 다니며 새로운 것을 배워 너무 좋았는데 이제 졸업 후 갈 수 있는 고등학교가 없다고 하니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은 지난 2022년부터 중학학력인정 문해교육 졸업자를 대상으로 공립학교 성인반을 열어 고등학교 과정을 운영 중인 경남 거창군의 사례와 2008년 성인부 특수학급을 설치한 서울 정민학교의 사례를 들며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의지만 있다면 성인장애인의 고등학교 진학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교육청은 "거창 아림고교는 성인장애인이 아닌 일반 성인반을 운영하고 있어 성인장애인의 고등학교 진학 사례가 될 수 없고, 서울 정민학교는 2008~2011년 서울시교육청에서 연구시범학교로 초·중·고 과정 성인 특수학급을 운영했으나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구시교육청과 대구시청은 질라라비장애인야학에 매년 상당한 예산을 증액 지원해 성인장애인이 학력인정 및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평생교육법 개정이나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등이 이뤄진다면 여건에 맞춰 지원하겠다"고 해당 단체의 요구를 일축했다.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가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발언을 하고 있다. 정두나 수습기자
박명애 장애인지역공동체 대표가 활동가의 도움을 받아 발언을 하고 있다. 정두나 수습기자

한편, 질라라비장애인야학의 기자회견 현장에는 야학에 다니는 학생 30명을 포함해 60여 명이 참석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상임대표와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도 참여해 발언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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