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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조향래] 화환(花環)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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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은 존재의 가치나 본질에 걸맞은 이름을 부여받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을 그렸다. 꽃과 잎줄기로 만든 화환(花環)은 아름다운 자연의 상징성에 서정적인 인간미를 깃들인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화환은 인류의 중요한 문화적 양식이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부터 화환은 고귀한 대상에게 바치는 제물이자 선물이었다. 우리 '삼국유사'(三國遺事)에도 '헌화가'(獻花歌)라는 향가(鄕歌)가 수록돼 있다. 신라 성덕왕 때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부군을 따라가던 수로 부인이 바닷가 절벽 위에 핀 철쭉을 보고 반색하자, 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꺾어 와서 노래와 함께 바쳤다는 것이다.

화환은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생일과 결혼식에 가면 축하의 의미가 되고, 장례식에 가면 근조(謹弔)의 뜻을 지니게 된다. 근조 화환에 쓰는 꽃은 흰색 국화이다. 국화는 유교문화권인 우리에게 예로부터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문인화의 소재이거나 선비들의 관상(觀賞)식물이었다.

그런데 국화를 죽음의 상징으로 여기는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한국식 근조 화환이 파생된 것이다. 국화의 흰색이 우리의 상복과 일치하고 고결한 이미지가 고인을 기리는 데 적합했을 것이다. 더구나 애도의 글을 비단이나 종이에 적어 깃발로 만들었던 고유의 만장(輓章)문화를 근조 리본으로 대체할 수 있어서인지, 근조 화환은 우리 장례문화의 한 양식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이다.

언제부터인가 장례식장의 빈소(殯所) 아닌 곳에 근조 화환을 보내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그것도 근조 리본에 욕설과 저주가 난무하기도 한다. 죽지 않은 사람에 대한 사회적 생매장과 반감이 있는 특정 기관과 단체에 대한 사망 선고를 표명하는 악행이다. 정의 실현의 최후 보루인 법원도 예외가 아니다. 근조 화환이 항의와 시위의 도구가 되어 버린 죽음의 메타포. 빛깔과 향기 그리고 인정을 지닌 화환의 본질에 대한 모독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 후 법원 앞 풍경이 무사하길 바란다.

조향래 객원논설위원 joen040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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