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려동물 건강톡톡]강아지도 스켈링이 필요해요

입냄새 나고 사료 천천히 먹고…차주질환 적신호

강아지 칫솔질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강아지 칫솔질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통증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사료도 잘 먹고, 산책도 즐기는 모습 속에 병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보호자들이 쉽게 지나치기 쉬운 영역이 바로 구강 건강이다. 겉으로는 활기차 보여도, 잇몸 속에서는 치아가 썩고 염증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동물병원협회(AAHA)는 반려동물의 구강 건강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AAHA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반려견의 치주질환은 5단계로 구분되며, 3세 이상 반려견의 약 80%가 이미 치주질환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0단계는 잇몸과 치아 모두 건강한 상태로, 염증이나 치석이 없다. 1단계는 경증 치은염으로, 잇몸이 붉어지며 약간의 치석이 쌓이기 시작한다. 이 시기까지는 비교적 간단한 관리로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2단계 이상이 되면 염증이 깊어지고 잇몸 조직이 손상되기 시작하며, 치조골이라 불리는 치아를 지지하는 뼈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3단계부터는 치아가 흔들리고 통증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발치가 필요할 정도로 손상이 진행된다. 4단계는 고름, 잇몸 출혈, 극심한 구취가 동반되며, 이로 인해 사료를 씹는 것도 어려워진다.

이세원 바른동물의료센터 원장은 "치주질환은 단순히 치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치주염이 심해질 경우 구강 내 세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질 수 있으며, 심장, 간, 신장 등에 2차 감염을 일으킬 위험도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세원 바른동물의료센터 원장이 반려동물 스켈링 치료를 하고 있다. 대구바른동물의료센터 제공
이세원 바른동물의료센터 원장이 반려동물 스켈링 치료를 하고 있다. 대구바른동물의료센터 제공

반려동물의 심장질환이나 신부전 환자 중 일부는 구강 내 만성 감염이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치아 건강이 전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며, 초기에는 눈에 띄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반려견이 입냄새가 나기 시작하거나 사료를 씹는 속도가 느려졌다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기본적인 구강 관리는 집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기적인 칫솔질이다. AAHA는 하루 한 번의 양치질을 권장하며, 반드시 반려동물 전용 치약과 칫솔을 사용할 것을 강조한다. 사람용 치약은 자극적인 성분이 많고, 삼켰을 경우 독성이 있을 수 있어 위험하다. 양치에 익숙하지 않은 반려견이라면 처음에는 입 주변을 손으로 만지는 훈련부터 시작하고, 점차 입 안쪽까지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양치질이 어렵거나 보조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덴탈껌이나 덴탈 토이, 구강 세정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정기적인 스케일링도 필요하다. 양치질만으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치석은 시간이 지나며 치주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는 수의사의 구강 검진을 받고 필요 시 마취하에 전문적인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좋다.

이세원 원장은 "보호자 입장에서 강아지의 치아 건강은 눈에 잘 띄지 않고, 때로는 덜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입냄새는 시작일 뿐이며, 그 이면에는 통증, 염증, 만성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특히 고령의 반려견일수록 통증을 더 숨기려 하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땐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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