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11회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심사평>

수필가 석귀화
수필가 석귀화

'천 원짜리의 비밀'(박성근) 글쓴이는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다. 문장 수사력도 뛰어나다.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철거될 동네 동장으로서 동민들을 대하는 살가운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알코올 중독자를 치료받게 주선하고 장애인 노숙자를 보살피면서 그를 걱정하는 마음이 잘 전달되어 읽는 사람을 뭉클하게 한다.

성실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직분을 감당하고 평생을 배우는 자세로 그리고 봉사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모습은 귀감이 될 만하다. 표현력도 매우 뛰어나 대상으로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글에 나타난 대로 흐트러진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삶이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약간 들기는 한다. 인간적 약점과 실수를 좀 드러냈으면 좋겠다.

'아침 안개'(조춘기) 작품은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처한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가는,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생활인의 자세가 드러난 글이다.

유방암에 걸린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서기에 안간힘을 쓰는 남은 자의 이야기가 감동적이다. 누구나 혼자가 되는 기간은 있다. 특히 아내의 보살핌을 받던 남자에게는 그 시간을 헤쳐나가기에 더 힘이 든다.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야 하는 절절한 심경도 잘 드러났다. 이 작품이라면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 과정을 세세하게 시간 순서에 따라 감정조절을 해 가면서 담담하게 진술하여 같은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나 가족에게 조언이 될 수 있겠다.

'품어왔던 말'(정덕화)은 영일만 바닷가 태생 한 여성의 지난하고 눈물겨운 일생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문장력과 표현은 좀 미흡해도 편찮으신 시조부모를 모시고 다섯 자녀를 키우며 한 가정을 지켜낸 효부의 장한 삶이 진솔하게 드러난다.

이제는 좀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 듯싶은 순간 여인에게 알츠하이머가 찾아왔다. 이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결말이 절절하고 가슴 아리는 울림으로 다가온다.

소설가 설흔
소설가 설흔

'코뿔소'(임경)는 브라질에 관하여 그리고 금융 관련 지식 등, 정보는 많고 내용도 풍부하지만 맥락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글이다.

6.25 때 월남한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때(1971년)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던 주인공과 가족이 2년이 채 되지 않는 동안 거기서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 한국에서 중학교 1학년에 재입학하여 학업을 마친 다음 어른이 되어 금융시장국 관리로 브라질에 출장을 간다. 금융위원회 회의를 만친 후, 옛날에 살던 집과 다니던 학교를 돌아본 감회를 적은 글이다.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가 뒤섞이고 또 부친 세대의 이야기가 혼재되고 있어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부담스러운 글이다. 거기다가 문장에 현학의 허세가 잔뜩 끼어 있다.

그러나 쉽게 접할 수 없는 경험을 진술하여 실패한 이민자 가족의 애환을 느낄 수 있게 한 점에서 추천하는 바이다.

'아내가 통장에 돈을 보냈다'(박필우)는 답사 다니는 재미에 빠져 여행으로 집을 자주 비우는 남편에게 어느 날 그의 통장으로 아내가 거금을 보냈다. 이혼을 통보하려고 위자료로 보낸 셈이다. 위트와 애환이 있는, 그러면서도 오래 살아온 부부라면 누구나 고민할 법한 문제를 다뤘다. 재미있는 글이다. 내면 독백의 사소설 한 편을 읽는 느낌이다. 소재에 가지를 치면서 늘려 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그 외 보스니아에 관하여 특이한 이야기를 쓴 이진희의 '방탄복'을 한 편 더 추천한다. 이융재의 '귀환민(이융재)'도 우수했으나 편수 제한으로 아깝게 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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