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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철환] 대선에서 안정과 효율을 선택한 의미

전 대구시의원

오철환 전 대구시의원
오철환 전 대구시의원

지난 6·3 대선 과정을 복기해보면 대한민국 국민이 무엇을 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각 후보의 공약은 상호 비교·평가는커녕 거의 화제조차 되지 못했다. 후보 개인의 도덕성이나 능력 등이 이슈로 떠올라 술꾼의 안주가 되긴 했지만,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변수는 되지 못한 것 같다.

각 진영의 공약은 전문가의 분석과 평가를 거친 후에야 그 품질이 가려지겠지만, 우리 정치 현실은 그럴 필요도 없을 듯하다. 공약이 선거판의 게임 체인저로 작용할 정도로 우리 선거판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정치 현실을 고려하면 공약은 비교적 중립적으로 작용했다고 전제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후보의 퍼스넬러티나 정당 선호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도덕성, 경력, 성과 등이 우월한 후보가 당선되지 못한 선거 결과로 판단한다면 후보 개인보다 정당 선호도에서 선택의 결정적 근거를 찾아봐야 할 듯하다. 유권자는 후보의 정당을 보고 표를 던졌다는 함의다. 조기 대선을 초래한 원죄를 진 정당에 씌워진 핸디캡이 선택을 좌우했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계엄이 한밤중 네댓 시간 만에 인명 피해 없이 불발로 끝난 데다 그 원인 행위로 갖다 붙인 입법부의 독단이 전혀 터무니없진 않은 점, 탄핵소추와 대통령 구속, 파면을 거치면서 분노와 징벌 심리가 상당 정도 완화·희석된 점 등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 복원시켜준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정당을 보고 선택한 게 맞는다면 대부분 국민은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했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둘 중 하나를 찍는 문제다. 국민의힘 후보의 개인기가 흠잡을 데 없긴 하지만 그를 뽑으면 또다시 여소야대로 회귀하는 까닭에 행정부와 입법부의 힘겨루기로 허송세월하는 꼴을 최소 3년은 봐야 한다. 그 반면, 민주당 후보를 뽑는다면 견제 기능이 떨어지고 독재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리스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어쨌든지 삐걱거리지 않고 효율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6·3 대선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지난 정권처럼 정부가 입법부와의 불협화음으로 향후 3년을 허송하더라도 마지막 1년을 보고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하느냐? 그것도 3년 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얻는다는 가정하에서다. 아니면, 후보가 마음에 조금 차지 않더라도 최소한 3년 동안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게 확실한 절대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느냐? 대선은 이 양자택일 문제였다.

국민은 막장으로 치닫는 정쟁과 물불 가리지 않는 진영싸움에 신물이 난 나머지 안정과 효율에 힘을 실어준 셈이고, 확실한 3년과 불확실한 1년 중에 전자를 선택한 셈이다. 권력 분립과 견제와 균형이란 민주주의 대원칙을 희생하고 독단과 독재라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분열과 갈등으로 민생이 표류하고 나라가 수렁으로 빠지는 일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독재나 독단을 허용하고 견제와 균형, 3권분립을 포기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살벌한 국제관계와 풍전등화의 경제위기에 대해 국회의 태클에 힘 빼지 말고 신속히 효율적으로 대응해 나라와 국민을 지켜내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엄중히 받아들여 국민의 뜻에 적극적으로 부응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의 성공을 바랄 따름이다.
오철환 전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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