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산업이 '역전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앞서가는 대만과 후발 주자인 중국의 위협 등에 맞서 '반도체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상황이다.
9일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반도체 글로벌 지형 변화 전망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AI·데이터센터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초과수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은 2026∼2030년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 규모가 총 700조원에서 3천조원대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여러 기관의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TSMC의 미세공정 수요가 향후 급증할 시장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대체 공급자로 한국 기업이 일부 수요를 수주할 수 있는 여지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주문을 사실상 독식하는 TSMC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67.6%를 차지하고 2위인 삼성전자는 7.7%에 그쳤다.
AI 시대 진입이 가속화 될 경우, 한국 파운드리 업계에는 향후 몇 년간 짧지만 강력한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다.
다만, 연구원은 중국의 추격으로 인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전면적 실존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시했다. 과거 한국의 범용 디스플레이 산업 붕괴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의 낸드플래시 제조사 YMTC는 2021년 2.7%였던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24년 9%까지 끌어올렸다.
이준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미국, 일본, 대만과 우리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의 추격 속도를 상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상식을 뛰어넘는 비용 구조와 자원 투입으로 기술격차 축소 기간은 물론 시장 내 물량 투입 사이클이 과거 주요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 경쟁이 국가 대항전 양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정부의 지원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산업연구원은 20조원 규모의 첨단공정 반도체 생산라인을 투자한다고 가정했을 때, 직접 지원금 및 세액공제를 포함한 지원 비율은 일본 54%, 미국 27.5%, EU 30%인 반면 한국은 5.25%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경희권 연구위원은 "초과 수요로 인한 기회의 창은 길지 않다"며 "적기 공급 역량 확충을 위한 반도체특별법 합의안 도출과 통과, 그리고 토지, 전력, 용수 등 인프라 적시 공급 체계 확립이 매우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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