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천 계양구 민원 7배 폭증…"러브버그, 내년 더 쏟아질 수도"

최근 자취 감춘 러브버그…유충 상태로 땅속 생존, 대책 시급

금한승 신임 환경부 차관이 5일 인천 계양산을 찾아 러브버그 방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한승 신임 환경부 차관이 5일 인천 계양산을 찾아 러브버그 방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심 속 초여름을 뒤흔든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가 최근 자취를 감췄다. 거리마다 떼 지어 날아다니며 시민 불편을 초래하던 모습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그간 이 곤충이 남긴 흔적과 확산 양상을 고려하면 마냥 안심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러브버그 출몰로 몸살을 앓았던 지역 가운데 인천시 계양구는 대표적인 피해 지역으로 꼽힌다.

계양구보건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구청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방제 민원은 총 473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7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하지만 7월 들어 민원은 급감세로 돌아섰다.

1일부터 11일까지 계양구에 접수된 러브버그 민원은 31건으로 전월 대비 급감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6월 말부터 민원이 꾸준히 줄고 있다"며 "현재는 주기적인 방제 외에 별다른 민원이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도 뚜렷하다. 계양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김모(42) 씨는 "6월 중순에는 차를 몰고 나가면 앞유리에 벌레가 들러붙어 시야 확보가 어려울 정도였다"며 "요즘은 거리 한켠에 죽은 벌레만 간간이 보일 뿐 살아 움직이는 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브버그 성충은 통상 6월부터 7월 사이 일주일 정도 활동한 뒤 일시에 사라진다. 하지만 그 짧은 생애 동안 낳는 알의 양은 만만치 않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암컷 한 마리가 산란하는 알은 300~500개 수준이며, 부화 후 유충 상태로 땅속에서 약 1년간 서식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올해 활동이 끝났다고 해도 내년 같은 시기에 다시 출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김민중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지금은 성충이 사라졌지만 알이나 유충은 토양 속에서 생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특정 기후나 토양 조건이 러브버그 생존률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찰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러브버그의 확산 경로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은 "2022년 서울 은평구, 2023년 인천 계양구 등 최근 몇 년간 녹지 인접 지역에서 주로 대발생했다"며 "공원, 산림, 하천변 등을 따라 분포가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양상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새로운 지역에서 러브버그의 출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브버그는 대규모로 발생할 경우 시야 방해, 악취, 차체 오염 등으로 일상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하지만 해충으로 분류되기엔 독성이나 흡혈성은 없어 전염병이나 질병 유발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꺼번에 대량으로 출몰하는 특성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불쾌감은 적지 않다.

자연 생태계에서 러브버그의 천적 여부를 두고는 아직 뚜렷한 연구 결과가 없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참새나 사마귀가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글이 공유됐지만, 전문가들은 자연 상태에서 이 곤충을 집중적으로 잡아먹는 포식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지금까지 러브버그를 주요 먹이로 삼는 천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참새나 다른 곤충이 간헐적으로 섭취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개체 수 조절에 효과적인 수준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방제 측면에서도 제약이 크다. 러브버그가 서식하는 주요 지역이 자연림이나 공원, 녹지 등 생태적으로 민감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은 오히려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러브버그의 천적을 인위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김동건 소장은 "과거 꽃매미가 전국적으로 번졌을 때도 천적인 기생벌이 발견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세가 억제됐다"며 "러브버그에 대해서도 천적 후보 생물을 찾아 사육·번식시키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기관들은 아직 러브버그를 특정 해충으로 지정하거나 국가 단위의 방제 대상에 포함시키진 않았지만, 지역별 모니터링과 대응은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선 보건소와 지자체는 올해 러브버그 발생 양상을 토대로 내년 대비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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