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조두진] AI 시대, 무엇을 허(許)하고 무엇을 금(禁)할까
서술형 답안 작성 또는 문학상 공모전 등에서 AI를 활용한 글을 어떻게 가려낼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적으로 가려내기 어렵다는 의견(意見)도 있고, '사람의 창의적인 글'과 'AI의 보편적인 글'을 아직은 구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글짓기나 디자인 작업에서 AI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눈앞에서 감시하지 않는 한 응모자의 AI 사용을 막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AI 활용 금지는 도구 사용을 거부하자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가깝다. 비유하자면 "바퀴 달린 구르마나 리어카를 이용해 짐을 옮기는 것은 당신의 힘이 아니므로 금지하겠소"라는 말과 같은 맥락(脈絡)이다. AI를 활용한다고 해서 누구나 좋은 글을 쓰거나 좋은 디자인을 만들 수도 없다. 누가 얼마나 더 창의적(創意的)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AI가 내놓는 답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AI를 사용하지 마시오'가 아니라 'AI에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노력을 하시오'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 인류 문명사에서 지식과 힘의 기준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한때는 돌을 다루는 능력이 최고(석기시대)였고, 그다음엔 청동, 철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최고였다. 암기력과 구술 능력이 절대적 힘이던 시대는 문자와 인쇄술 발달로 막을 내렸다. 검색 엔진과 AI로 지식의 기준이 또 한 번 바뀌고 있을 뿐이다. 지식과 힘의 기준이 변하는 과도기(過渡期)엔 언제나 대량 실업, 계층 변화, 가치관과 정체성 혼란 등 사회적 불안정과 대립이 발생했다. 불안·부조화·대립이 크다고 해서 '지식과 힘의 기준 이동'을 부정할 수 없고, 부정한다고 막을 수도 없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AI 시대에 발을 내디딘 최초 인류로서 우리가 할 일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화가들은 '사진보다 더 정밀한 그림을 그려내는 능력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빛의 변화와 주관(主觀) 및 해석(解釋)을 담은 그림'으로 새 미술사를 개척했다.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AI와 지식 및 기능 대결이 아니라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둘째는 AI 활용을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법과 제도로 규정해야 한다. 한 예로, AI는 사람이 법조문(法條文)을 찾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법조문과 판례(判例)를 찾아내고 판결을 내릴 수 있다. AI가 내놓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이 '완벽한 판결'을 어디까지 사건에 적용할 것인가를 우리는 규정해야 한다. 만약 법과 제도가 '도구의 크기(AI의 힘)'를 통제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인류는 AI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셋째는 욕망과 불만을 AI에 주입하지 않도록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다. 인류 문명 발달의 원천(源泉)은 욕망과 불만(결핍)이다. 배고픔·추위·더위·질병·고된 노동에 대한 불만(결핍)과 행복한 삶·장수(長壽)를 향한 욕망은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바둑 대결(알고리즘 대결)에서 AI는 사람을 가볍게 누른다. 하지만 AI는 욕망과 결핍이 없기에 스스로 바둑이라는 놀이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러니 결핍과 욕망을 AI에 주입하면 안 된다. 만약 AI가 결핍과 욕망을 장착하게 된다면 인류는 소멸(消滅)할 수밖에 없다. 이제 막 AI 시대에 들어선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금지해야 할 것과 금지하지 않아야 할 것을 제대로 구별해내는 것이다.
2026-08-25 05:00:00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며 불편한 기색(氣色)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縮小)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와 백악관 출입 기자들에게 공개한 두 대통령의 대화 내용이다. 트럼프 "우리를 조금 도와주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이란 문제에서 우리를 좀 도와주십시오." 이재명 대통령 "아니요, 괜찮습니다.(No thanks)" 트럼프 대통령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당신들을 도와야 합니까?(I see, well, Why are we involved in helping you)"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액면 그대로라면 이 대통령의 답변은 '완전 패착(敗着)'이라고 본다. 미국이 북핵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동맹이니, 미국의 이란 비핵화 작업이나 군사 작전에 무조건 동참(同參)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전략적 판단에 따라 동참할 수도 있고, 동참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No thanks"라는 답은 매우 부적절했다. 한국의 비협조에 대한 보복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넘어 북한 핵을 그대로 둔 채 북미 관계를 개선하거나 한국을 패싱하고 대북 제재를 풀 수도 있다. 방위비 인상, 관세 인상 등을 들고나와 압박(壓迫)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한미동맹의 반대편 진영(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만 유리해질 것이다. 한미동맹의 반대편이 이익을 보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미국이 손해를 보는 것은 미국의 문제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외교와 비즈니스에서 "NO"라고 하지 않는 것은 "NO"라고 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배짱이 없어서도 아니다. "NO"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쉽다. '거절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대가 최대한 이해하도록 대화하는 것이 외교이고 협상이다. 대안(代案)을 제시하는 우회적 방식으로 거절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동맹의 요청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재명 정부 외교 진영이 'NO'라고 잘라 말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위험한 인식이다. 우방(友邦)들은 한국과 '동맹'을 맺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고, 적대국들은 한국을 '외톨이'로 볼 것이다.
2026-08-24 05:00:00
더불어민주당은 지금까지 이재명 대통령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연어 술파티 의혹 제기, 수사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대상 축소, 판·검사 '법왜곡죄' 신설, 공소취소 모임, 조작 기소 국정조사, 공소취소 특검 추진, 공소기각 사유 확대 등. 그러나 굿판은 요란하지만 정작 제물(祭物)이 없다. 누구 한 사람 직접 책임지고 공소를 취소할 사람이 없으니 굿발이 안 먹히는 것이다. 사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마음먹으면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가 가능하다. 검찰총장에게 지침을 내리고, 검찰총장이 해당 지방검찰청 검사장 및 담당 검사를 지휘해 공소취소장(公訴取消狀)을 법원에 제출하면 끝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법왜곡죄'에 걸려 처벌받을 수 있으니 장관도, 검찰총장도, 검사도 못 하는 것이다. 공소취소 특검법도 워낙 반대가 심하니 못 하고 있다. 그래서 공소기각을 들고나왔지만 판사인들 법왜곡죄를 피할 수는 없다. 작금의 상황에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심정일까. 아마도 이럴 것 같다. 인당수에 몸을 던져 제 아비의 눈을 뜨게 한 효녀 심청처럼, 너희 중에 제 한 몸 던져 나를 재판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할 충신이 없느냐. 법왜곡죄로 감옥에 갈까 봐 두렵다고? 심청이는 인당수에 몸을 던지면 죽는다는 사실을 몰랐겠느냐? 알고도 제 아비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뛰어들었다. 감옥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은 충(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 아비 없이 심청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겠느냐? 내가 아니었다면 너희가 장관을 하고 당 대표를 하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겠느냐. 목숨을 던져 은혜(恩惠)를 갚으라는 것도 아니고, 감옥에 갈 수도 있고, 운 좋으면 안 갈 수도 있는데 그것이 어려우냐. 국회의원이라는 자들도 마찬가지다. 너희가 나를 위한 법을 만든다며 온갖 법석을 떠는 바람에 내 얼굴만 피칠갑이 됐을 뿐 내가 얻은 것이 무엇이냐? 굿판만 차렸지 너희 중에 제상(祭床)에 오르겠다는 자가 있느냐? 수많은 전투를 치르는 동안 너희 중에 나보다 먼저 적진에 뛰어들고, 나보다 늦게 적진에서 나온 자가 있더냐? 내 깃발을 들고 전리품을 챙겼을 뿐, 나를 위해 너희 것을 건 적이 있느냐? 내 처지가 한심하고 가엾다. earful@imaeil.com
2026-08-14 05:00:00
철학자 최진석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창당을 선언했다. 최 교수는 "'건너가는 사람들' 깃발을 들고, '정치인이 아니었던 푸른 청춘들'과 정치를 살리는 일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소 철학적이고 시(詩)적인 그의 말은 창당 선언문을 보면 선명(鮮明)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다음은 창당 선언문 요약이다. 「산업화,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은 멈췄고, 우리는 '늪'에 빠졌다. 대한민국은 선도 국가(先導國家)로 나아가야 한다. 혁신해야 할 때 혁신하지 못하면 고사(枯死)한다.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체주의 및 베네수엘라처럼 되어 가고 있지만, 주류 권력은 그것을 인지할 능력이 없다. 다수 국민들도 "설마 한국이 그렇게 되겠나"며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가 어떻게 생존해온 민족인가. 어떻게 발전시킨 나라인가. 여기까지만 살다 갈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주류 정치권력의 행태를 보면 여기까지가 끝일 수 있다. 한때 대한민국을 견인(牽引)했던 민주화운동은 이제 반-대한민국, 친중, 반미, 종북, 친-공산주의, 반-자유민주주의로 귀결되고 있다. 대한민국을 없애 버리려고 남침했던 김일성의 주체사상 신봉자들이 대한민국 통치의 주류가 되고 있다. 이것은 어떤 세계관, 어떤 이론으로도 해석할 수 없는 매우매우 해괴한 일이며, 자기 파괴적이다. 낡은 정치를 파괴해야 한다. 정치인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대한민국 추락을 막고, 선도 국가 도약을 위해 함께 나서 달라.」 최 전 교수의 선도 국가에 공감(共感)한다. 대한민국 건국 세력과 산업화 세력, 민주화 세력은 온갖 갈등(葛藤)과 피눈물 속에 시대적 사명을 완수했다. 감사하고 위대한 여정(旅程)이나 그 모두는 이제 과거다. 대한민국은 미래로 가야 한다. 그러나 이른바 '민주화 세력'은 대한민국 미래를 열어갈 비전도 능력도 없으면서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대한민국을 과거로 끌고 가려고 한다. 지금 그들이 벌이는 갖가지 논쟁(論爭)은 대부분 과거를 향한 것들이다. 생전의 노무현과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노무현 팔이'로 권력을 유지하는 행태를 보라. 이들을 뿌리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과거에 묻히고 만다. 우리는 더 가야 한다.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면 너무 억울하고 슬프다. earful@imaeil.com
2026-08-10 05:00:00
많은 국민의 우려와 피해자들의 절규(絕叫) 어린 반대에도 검사의 수사권 완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7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可決)됐다. 이 법이 시행되면 권력자, 일부 부패한 경찰과 결탁한 토호(土豪)들, 범죄자들은 웃고, 피해자들은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아래는 찬성표를 던진 의원 175명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법안에 반대해 표결에 불참했다. 강경숙(조), 강득구, 강준현, 고민정, 권칠승, 권향엽, 김교흥, 김기표, 김남국, 김남근, 김남준, 김남희, 김동아, 김문수, 김민석, 김병주, 김선민(조), 김성범, 김성환, 김성회, 김승원, 김영배, 김영진, 김영호, 김영환, 김용만, 김용민, 김우영, 김원이, 김윤, 김의겸, 김재원(조), 김정호, 김주영, 김준혁, 김준형(조), 김준환, 김태년, 김태선, 김한규, 김현, 김현정, 남인순, 노종면, 맹성규, 모경종, 문금주, 문대림, 문정복, 문진석, 민병덕, 민홍철, 박균택, 박민규, 박범계, 박상혁, 박선원, 박성준, 박용갑, 박은정(조), 박정, 박정현, 박주민, 박지원, 박지원, 박지혜, 박해철, 박홍근, 박홍배, 박희승, 백선희(조), 백승아, 백혜련, 복기왕, 부승찬, 서미화, 서삼석, 서영교, 서영석, 서왕진(조), 소병훈, 손명수, 손솔(진보당), 송기헌, 송영길, 송옥주, 송재봉, 신장식(조), 신정훈, 안도걸, 안태준, 안호영, 양부남, 어기구, 염태영, 오기형, 오세희, 용혜인(기본소득당), 우원식, 유동수, 윤건영, 윤종군, 윤종오(진보당), 윤준병, 윤호중, 윤후덕, 이강일, 이개호, 이건태, 이광재, 이광희, 이기헌, 이상식, 이성윤, 이수진, 이연희, 이용선, 이용우, 이인영, 이재강, 이재관, 이재정, 이정문, 이주희, 이학영, 이해민(조), 이해식, 이훈기, 임문영, 임미애, 임오경, 임호선, 장경태(무), 장종태, 장철민, 전용기, 전은수, 전종덕(진보당), 전진숙, 전현희, 정동영, 정일영, 정준호, 정진욱, 정청래, 정춘생(조), 정태호, 정혜경(진보당), 조계원, 조승래, 조인철, 조정식, 주철현, 진선미, 진성준, 차규근(조), 차지호, 채현일, 천준호, 최기상, 최민희, 최혁진(무), 한민수, 한병도, 한정애, 한준호, 한창민(사회민주당), 허성무, 허영, 허종식, 홍기원, 황명선, 황운하(조), 황정아, 황희. 〈위 명단의 (조)는 조국 혁신당〉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들.
2026-08-03 05:00:00
[매일칼럼-조두진] 총구(銃口)만큼 무서운 맹목적 환호
이재명 대통령이 "매년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와 국민들이 이를 막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빛의 혁명'으로 명명(命名)하고 "세계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촛불 혁명'을 줄기차게 동원했는데, 이 대통령은 '빛의 혁명'을 그렇게 사용할 모양이다. 정치학에서 '혁명'이라는 용어(用語)는 구질서가 새 질서로 바뀌는 것을 지칭한다. 프랑스 혁명(1789~1794)이 '혁명'으로 불리는 것은 구질서(왕정)가 무너지고, 새 질서(공화정)가 시작되는 계기(契機)가 되었기 때문이다. A귀족에서 B귀족으로 지배자만 바뀌었다면 '혁명'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유럽의 '산업혁명'을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 역시 단순히 생산 방식만 바뀐 것이 아니라 생산 방식의 변화가 사회 변혁(영주·농노 체제→새로운 시민계급)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3일 국회가 비상계엄을 막은 것은 새로운 질서의 성립이 아니라 기존 헌법 질서 수호(守護)였다. 따라서 혁명이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다. 용어 논쟁을 떠나 '혁명'은 정치 권력이 선포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혁명'이란 국민적 기억, 학술적 평가 등 오랜 세월 검증(檢證)을 거쳐서 역사가 부여하는 명칭이다. 이재명 정부가 비상계엄 해제와 집권을 '혁명'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치 권력이 역사를 규정하려 한다는 점에서 오만(傲慢)하고 위험한 인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미 '스타벅스 탱크 텀블러' 마케팅에 대해 '저질 장사치의 막장 행태'로 규정한 바 있다. 자신과 다른 시대에 태어나, 다른 역사와 문화를 접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자신과 같은 역사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맹폭'한 것이다. 최고 권력자가 그렇게 선언한 여파(餘波)로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은 사실관계 조사, 책임의 크기, 행위와 징계 조항 일치 여부 등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행위의 경중(輕重)이 아니라 야구협회의 눈치 보기와 대중의 분노 크기가 처벌 수위를 결정한 셈이다. 권력자의 역사 몰이가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에 대한 폭력이었다. 야당의 발목 잡기와 국무위원 탄핵, 예산 삭감 등에 시달리다 못해 그랬다고 하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동원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걸핏하면 '촛불' 운운하며 정치 분야, 검찰, 언론에도 촛불 정신을 갖다 댔다. 법원을 향해서도 촛불 정신을 받들어야 한다고 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폐(積弊)로 몰았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의 역사 재단 또한 다르지 않다. 총칼만이 폭력은 아니다. 그것이 촛불이든 빛이든 '자신들이 절대적 선(善)'이라고 믿는다면, 나와 생각이 다른 자는 때려잡아야 할 악(惡)이 된다. 대통령 변호사들에게 공직 선사, 판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왜곡죄,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 등 이 모든 무리한 행위가 '내가 옳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더 무서운 것은 지지층이 여기에 환호한다는 점이다. 권력의 폭력을 정의로 오인(誤認)하는 것이다. 히틀러만 죄인이 아니다. 히틀러에게 권력을 쥐여 주고, 그의 폭력을 묵인하거나 동조한 독일 국민 또한 죄인이기는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은 총과 쿠데타만이 아니다.
2026-07-28 05:00:00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직접 수사를 금지하는 내용(보완수사권 폐지 포함)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인(追認)했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개정안을 추인한 만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르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형소법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다. 다수 국민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국민 삶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함에도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부응(副應)해야 전당대회 승리에 유리하기에 친명계와 친청계가 밀어붙이는 것이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 책상 위에 올라오면 이재명 대통령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여당과 지지층의 혼란과 반발을 감수하면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까, 아니면 국민이 피해를 입든 말든 자신의 정치적 안위(安慰)를 위해 법안을 재가할까? 이재명 대통령은 비싼 생리대 가격을 지적하며 정부가 위탁생산·무상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캄보디아 깡패들에게는 '한국인 건드리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지사 시절에는 계곡 및 하천의 불법 평상, 불법 천막 등을 현장 점검을 통해 전면 철거(撤去)하도록 직접 지시했다. 이런 일은 일반적으로 기초지자체(시·군·구) 과장이나 단속 팀 선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이야기도 꺼냈다. 국민 생활을 일일이 챙기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것이 진심이라면 국민 삶에 막대한 피해가 불 보듯 뻔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 경찰이 수사 독점권과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찰의 부실 수사·고의적 눈감아 주기 등을 통제할 길이 없어진다. 돈 많은 범죄자·권력자·지능범·향찰(鄕察)과 유착된 범죄자들이 줄줄이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 그 피해는 약자들이 고스란히 입게 된다.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 등이 숱하게 발생해도 피해자만 홀로 울고, 세상은 그런 '억울함'이 있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대통령인지 진영의 우두머리인지, 국민 편인지 범죄자 편인지, 현 정부가 국민주권 정부인지, 사익(私益) 추구 집단인지 곧 알게 될 것이다.
2026-07-27 05:00:00
'5·18'을 조롱(嘲弄)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5·18 당시 희생된 국민들, 5·18의 역사적 의미를 조롱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5·18을 폄훼(貶毁)하는 것은 '5·18이 성역(聖域)'이라는 자들, 공적이 무엇인지도 모를 유공자들, 5·18을 독점하고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자들, 5·18 당시 계엄군이 수천 명을 죽였다·전두환이 사격 명령을 내렸다 등 사실이 아닌 주장을 펼치는 자들 때문이다. 모든 인류 문명과 민주주의는 성역을 거부하고, 기존 진리를 의심하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발전해 왔다. 문명과 역사를 존중하는 것과 성역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만약 1980년 당시 광주 시민들이 군부독재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더라면 5·18민주화운동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이 바로 기존 질서·상식에 대한 의심이자 저항이었다. 그런데 지금 '5·18은 성역'이라는 자들의 행태(行態)는 어떤가? 5·18에 대해 자신들과 같은 인식을 갖지 않으면 때려잡는다. '5·18 왜곡 처벌법'에 이어 '조롱·모욕까지 처벌하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우연히 날짜가 겹친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텀블러' 행사를 '저질 장사치의 막장 행태'로 몰아가며 불매 운동을 펼친다. 청년들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치는 것은 5·18 희생자에 대한 조롱이 아니다. 5·18을 독점하고, 국민 인식을 자신들이 재단(裁斷)하겠다는 자들(세력)에 대한 저항이다.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청년들이 '부정선거, 재선거'를 외치며 7월 19일 현재 47일째 밤샘 시위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진보좌파 진영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집회를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로 규정한다. 국민 참정권과 자유민주주의 기본을 지키자는 청년들이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인가? '5·18'이 전 국민의 '정신'이 되자면 광주전남이 성(城)을 쌓을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 그러자면 5·18에 대한 의문 제기에 '다구리'로 대응하지 말고 투명(透明)하게 검증해야 하고, 올림픽공원 청년들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 5·18을 지키겠다며 성벽을 높일 게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워야 5·18 정신이 확산된다.
2026-07-20 05:00:00
청룡기 야구선수권대회에서 배재고 야구 선수들의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가 논란이 되자(6월 29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불과 이틀 만에(7월 1일) '6개월 출전 정지 및 청룡기 몰수패' 중징계를 내렸다. 학생들의 소명(疏明)도 제대로 듣지 않고 그처럼 신속하게 6개월 중징계를 내린 근거는 무엇일까? 애초 배재고 선수들의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가 논란이 된 것은 지난 5월 스타벅스가 '탱크 텀블러' 행사를 했는데, 하필 그날이 5·18이었고, 그것이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貶毁)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스타벅스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불매'를 조장(助長)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탱크 텀블러' 행사를 정부·여당이 대번에 '5·18 민주화 운동 폄훼이자 조롱'이라고 규정한 근거는 무엇인가? 기업이 영업 전략 일환(一環)으로 5·18을 폄훼·조롱할 기획 상품을 내놓았다는 말인가? 지금 이 나라 정치권과 좌파 진영은 그 '비상식적인 자기 인식'을 기정사실로 규정하고 상대방을 때려잡는다. 밤길에 나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은 모두 스토커인가? 그렇게 여긴다면 병(病)이다. 최근 아이돌 가수의 말투 '무섭노'를 문제 삼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卑下)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한 웹툰의 '5분 23초' 장면을 두고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인 5월 23일을 연상시킨다"는 비판도 나왔다. 경상도 사람들은 흔히 말끝에 '노'를 쓴다.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이 5월 23일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자기 할아버지, 아버지 제삿날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널렸다. 그럼에도 진보·좌파 진영은 이것을 '일베' 또는 '노 전 대통령 조롱'으로 몰아붙인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무섭노' 논란에는 공통점이 있다. "너희는 평소 왜 나처럼 5·18을 염두에 두고 생활하지 않느냐" "너희는 왜 나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尊敬)하고 사모(思慕)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말하자면 특정 정치 진영의 인식이 전 국민의 인식 기준이 되기를 강요하고,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기업이고 학생이고 연예인이고 때려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나라는 병이 깊다.
2026-07-13 05:00:00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제일고와 시합 중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연호(連呼)한 배재고 야구팀에 전국 대회 6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징역 살게 하라, 배재고 폐교하라는 사람도 있다. 전체주의적 재단(裁斷)·인민재판식 처벌이라고 생각한다. 10대를 비롯해 청년들 사이에서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말이 돌고 있다. 지난 5월 스타벅스가 '탱크 텀블러' 할인 행사를 했는데, 하필 그날이 5·18이었고, 그것이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貶毁)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스타벅스 때려잡기'에 열을 올리면서부터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스타벅스 탱크데이 행사를 "5·18의 아픔과 숭고함을 모르는 저질 장사치의 막장 행태"로 규정했다. 하지만 행사 기획자들이 5·18을 염두에 두고 그런 행사를 준비했을 리 없다고 본다. 스타벅스 자체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기업이 엄청난 부정적 파장(波長)을 고의로 초래했을까? 그런데 대통령과 장관,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서 분노를 자극하고, '불매'를 조장(助長)했다. 6·25를 직접 겪은 세대와 겪지 않은 세대의 느낌은 다르다. 여순 사건과 제주 4·3 사건에 대한 인식(認識)도 저마다 다르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은 자신들처럼 5·18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스타벅스를 때려잡았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인식과 판단이 전 국민의 인식 기준이 되어야 하나? 사실상 5·18과 무관한 탱크데이 행사를 빌미로 스타벅스를 때려잡으니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는 '국민 인식을 정치권력이 재단하지 말라'는 '역설적 저항(Paradoxical resistance)'이다. 누가 5·18을 모욕(侮辱)하고, 고립시키는가? 5·18이 성역(聖域)이라는 사람들, 5·18을 선거에 이용하는 사람들, '5·18 왜곡 처벌법(정부 발표와 다른 말 하면 처벌)'에 이어 '조롱·모욕까지 처벌하는 법'까지 만들겠다는 사람들, 배재고 학생들을 대역죄인으로 몰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5·18을 모욕·고립시키는 장본인들이다. 5·18로 이익을 챙기는 자들은 따로 있는데, 욕은 광주·전남 사람들이 오지게 먹는다.
2026-07-06 05:00:00
[매일칼럼-조두진] 선거 의혹 검증 요구를 왜 극우로 몰아가나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거리로 나와 '재선거' '부정선거'를 외치는 청년들을 '극우(極右)' '부정선거 음모론자'로 몰아가는 세력이 있다. MBC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뉴스타파 PD는 올림픽공원 집회 현장 취재 결과라며, 해당 시위 공간을 '청년들이 극우의 세계관을 배우고 퍼뜨리는 공간'으로 규정했다. 진보·좌파 매체인 '노동자 연대' 역시 올림픽공원 시위를 '극우의 인큐베이터'라고 주장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다수 매체가 거리로 나온 청년들을 '극우'로 평가하거나, '처음에는 순수했으나 부정선거론자들, 음모론자들이 합세하면서 점점 극우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학에서 '극우(far-right)'란 일반적으로 배타적 민족주의, 반(反)다원주의, 전체주의 성향을 지칭(指稱)한다. 파시즘, 나치즘, 네오나치즘,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군국주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금 '재선거'와 '부정선거 의혹' 검증을 외치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하는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좌파 진영과 일부 우파들이 청년들을 극우로 몰아가는 이유는 자명(自明)하다. '극우 프레임'에 가둠으로써 청년들의 정당한 요구를 '오염(汚染)'시키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극우·반사회적이므로 공론화할 필요가 없다, 즉 청년들의 의문과 요구에 응할 필요가 없다'는 명분을 쌓는 것이다. 또 하나는 극우 프레임으로 세력 확산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쌍둥이 득표, 후보 간 득표수 바꿔 입력, 선거인 명부 누락(漏落)으로 투표를 못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게다가 드러난 문제가 전부인지, 일부인지 알 수 없다. 정부·여당과 진보좌파 진영은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를 고의가 아니라 부주의 또는 나태(懶怠)로 간주하지만, 고의인지 나태인지 수사로 검증하지 않고 어떻게 아나? 2020년 총선부터 각종 의혹이 터졌지만, 대부분 선관위의 일방적 해명(解明)으로 끝났고, 몇몇 건은 검찰과 경찰이 수사했지만 무혐의 또는 불송치로 종결했다. 야당 주도 특검으로 6·3 선거 투·개표 전 과정을 검증해야 한다. 검증 결과에 따라 '재선거'를 하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든 판단할 문제다. 그런 과정 없이 '단순 실수다' '우연이다' '재선거 요구는 무책임하다'는 식의 대응은 본질을 회피(回避)하는 것이다. 특검으로 의혹을 간단히 해소할 수 있는데, 왜 엉뚱한 '극우' '음모론' 몰이를 하나. 사전 투표에 각종 의혹이 많고, 선관위 노조까지 사전 투표 폐지를 제안하고 있음에도 '당일 투표' 주장을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극우로 몰아가는 행태도 이상하다. 정부·여당은 검경 합동 수사와 국정조사, 원 포인트 개헌으로 선관위 의혹과 논란을 해결하고, 선관위 감시 시스템을 갖추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 개헌 논의는 드러난 의혹을 덮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검경 합동 수사와 국정조사만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일소(一掃)하기는 어렵다. 선관위의 실체적 잘못뿐만 아니라 세간에 팽배한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일소하자면 야당 주도 특검이 불가피하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많은 특검을 했다. 5천만원을 묶었던 관봉권 띠지가 사라진 것까지 90일간 특검으로 파헤쳤다. 하물며 이번 문제는 민주주의 근간(根幹)에 관한 의혹이다. 특검을 피하면, '부정선거 의혹'만 자꾸 커질 뿐이다. 대한민국에 매우 해롭다.
2026-06-30 05:00:00
32강 탈락으로 한국 축구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여정(旅程)이 끝났다. 조별 리그에서 한국은 '졸전'을 펼쳤다. "한국 팀은 32강 진출 자격이 없다, 귀국해라"거나 "내 평생 한국 팀 탈락을 바란 것은 처음이다" "일본 축구는 세계 수준, 한국은 동네 축구"라는 사람들도 많다. 국민들은 단순히 1승 2패 성적, 32강 탈락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월드컵 결과는 어쩌면 당연하다. 축구뿐만 아니라 스포츠에서 우리는 어쩌다가 '월드 클래스' 선수가 나타나면 '그 선수 개인의 기량'을 '한국의 기량'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 축구의 손흥민을 보면서 그게 한국의 실력이라고 믿는 것이다. 엄밀히 말해 김연아와 손흥민은 한국의 시스템이 키운 선수가 아니다. 개인의 재능에 그 가족과 후원 단체들이 키웠다고 해야 정확하다. 손흥민 선수가 뛰느냐 벤치에 앉아 있느냐에 따라 팀 경기력이 크게 달라지는 현실, 남아공과 경기에서 손흥민을 선발에서 뺀 것이 패인이라는 분석 등은 달리 말하면 한국 축구가 전체적 기량과 시스템은 약하고, '하늘이 내린 천재'에 의존하고 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적산온도(積算溫度)'는 식물의 생육에 필요한 온도 또는 녹은 눈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품종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고추는 1천~1천300℃ 온도가 쌓여야 풋고추가 빨갛게 익는다. 양적으로 충분한 온도가 축적되어야 질적 변화(풋고추→빨간 고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9월 중순 이후 맺힌 고추는 1천300℃가 쌓이기도 전에 서리를 맞아 풋고추로 끝난다. 매사가 그렇다. 기승전결(起承轉結)이지, 기전결(起轉結)이 아니다. 일정 기간 밀고 나가는 승(承) 없이 전(轉)은 발생하지 않는다. 충분한 온도 축적 없이 착색제를 뿌려 만든 빨간 고추는 '질적 변화' 없는 '페인트칠'로 눈속임에 불과하다. 장기적인 목표, 두터운 선수층, 치밀하고 합리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 한국인에게 맞는 전술, 유럽 리그 진출과 같은 다양한 경험, 학연·인맥 또는 이름값과 무관하게 감독과 선수를 선발하는 구조 등 충분한 에너지가 쌓여야 한국 축구에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 월드컵 축구 '졸전'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런 결과를 낸 구조에 주목(注目)해야 한다.
2026-06-29 05:00:00
국민의힘 의원 25명이 사전 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를 이틀로 늘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전 투표제는 2014년 지방선거 때부터 도입됐고, 투표율을 올리는 데 기여했다. 사전 투표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2020년 총선부터 발생한 몇 가지 의문은 납득(納得)할 수 없다. 이른바 형상기억종이라는 빳빳한 투표용지가 무더기로 발견된 점, 유권자들은 각자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는데, 개표장에서 투표지 여러 장이 한 묶음으로 접혀져 발견된 점 등이 그런 예다. 그 결과 사전 투표 전반에 대해 회복하기 어려운 불신이 누적(累積)됐다. 사실 여부를 떠나 부정선거 의혹 자체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다. 사전 투표는 본투표보다 관리가 복잡하다. 한 예로 사전 투표 후 본투표까지 4, 5일 간격이 있고, 그 기간 관리가 어렵다. 또 관외 사전 투표지는 유권자의 주소지 개표소로 우편으로 보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선관위나 투표 참관인이 감시하기 어려운 구간이 존재한다. 굳이 사전 투표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전 투표를 폐지할 경우 투표 편리성이 떨어져 참정권 침해(侵害)가 발생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사전 투표는 신고 절차가 번거롭던 부재자 투표를 대신해 도입된 제도로 단기 근무와 학업 때문에 주소지를 쉽게 옮기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한 표를 지켜주는 장치"라며 사전 투표 폐지를 주장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부정선거론자와 일체화' '윤 어게인 정당'라고 주장했다. 매우 부적절한 프레이밍이다. 투표 편리가 우선이라면 집에서 컴퓨터 또는 휴대폰으로 투표하는 것이 낫다. 그러면 투표율은 엄청 높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 편리한 방식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투표의 공정성, 직접성, 익명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재자 투표를 부활(復活)하고, 본투표일을 2일로 늘리면 사전 투표 의혹을 해소하고, 투표율 저하도 막을 수 있다. 걸핏하면 부정선거를 외치는 사람들도 이상하지만, 온갖 의혹에도 '사전 투표 유지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뭔가 의심스럽다. 사전 투표가 부정선거 의혹의 중심인데 손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선거는 편리보다 공정·투명이 우선이다.
2026-06-22 05:00:00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가 서울시장 당선인이라면 당장 재선거를 선언했을 것"이라고 하자 정치권 일각(一角)에서 "나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하고 싶어서 그러냐"는 반응이 나왔다. '재선거를 하면 오 시장이 3연임 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못한다'는 말도 나왔다. 서울시장 재선거를 실시하자면 6·3 서울시장 선거를 무효 처리해야 한다. 오 시장의 3연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당연히 재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오 시장이 재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는 말은 엉뚱한 주장으로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서울 잠실 일대에서 '부정선거·재선거'를 외치는 청년들을 일부 언론들이 '극우' '부정선거 음모론자 집결'로 몰아가고 있다. 복장과 행동이 이상한 경찰을 추궁(追窮)하는 장면에 대해 "가짜 경찰이라고 비난한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런 보도를 인용하며 "도저히 납득할 수도 없고 용납하기도 어려운 일들이 백주(白晝)에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청년들과 나경원 의원의 요구는 '민주주의 훼손(毁損)을 철저히 수사하고 바로잡자'는 것이다. 잠실 일대 청년들의 일부 행위를 비판하는 언론이나 이 보도를 공유한 대통령은 '곁가지'가 아니라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시위대가 경찰을 비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고, 6·3 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의혹은 용납할 수 있는 일인가? 인천 송도1동과 송도2동의 유권자 숫자는 다른데, 1·2위 후보의 사전투표 득표수가 일치했다. 이렇게 나올 확률은 약 5조 분의 1이라고 한다.(통계학자 마다 기준이 달라 확률은 조금씩 다르다.) 사전투표에서 후보 간 쌍둥이 득표가 나온 투표소가 전국 12곳이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이것을 우연이라고 한다. 우연일 수 있다. 그러니 검증해보자는 것이다. 온갖 문제가 드러났는데, 선관위 해명만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선관위 명부에 기록된 사전 투표 숫자와 실제 투표자 숫자가 일치하는지, 투표지에 기표된 숫자와 각 후보의 득표수가 일치하는지 조사하면 논란은 바로 해소(解消)된다. 표본으로 우선 인천 송도1동과 2동만 조사해 보자. 총 9천 명도 안 된다. 간단히 조사할 수 있음에도, 재선거 및 특검 요구를 부정선거론이니, 주술에 빠졌느니 하며 본질을 흐리는 까닭이 뭔가.
2026-06-15 05:00:00
[매일칼럼-조두진] 추경호 당선인, 1000만 대구시 건설 기대
추경호 대구시장 당선인의 6·3 선거 슬로건은 '더 나은 내일! 경제는 추경호!'였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33년째 꼴찌인 대구 산업을 대개조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 행정통합, TK신공항 국가사업화, 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산업 육성, 삼성 반도체 팹(Fab·제조 공장)·기업은행 본점 유치(誘致) 등을 공약했다. 위 공약들은 매우 좋으나, 중앙정부가 고개를 저으면 실현하기 어렵다. 치밀하게 추진하되, 대구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란다. 대구 자강(自強)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대구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부가가치(附加價値)를 높이는 것이다. 대구의 중소기업 대부분이 노동집약형 또는 하청업에 머무는 것은 연구 인력 및 개발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에는 대학이 많고, 뛰어난 교수진이 많다. 대구시가 대학 연구진과 중소기업을 1대 1로 매칭해 '연구-생산 원팀'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협력 수준을 넘어 생사(生死)를 함께하는 수준, 기업별, 연구진별로 하나하나 연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스마트하게 만들어 비싸게 파는 기업, 청년들이 앞다투어 취직하고 싶은 기업, 세계 시장에 핵심 부품을 파는 강소기업(強小企業)을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와 별개로 대구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만들어 외지인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 숫자를 크게 늘리면 '대구 인구'를 늘리고, 역내총생산을 늘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거주 인구를 늘리기는 매우 어렵지만, 방문 인구를 늘리기는 상대적으로 쉽다. 235만 대구를 1000만 인구 경제력을 가진 도시로 만들자. 대구에서 열리는 축제를 찾아오는 외지인은 연간 56만 명 선으로 추정된다. 이들 방문객의 축제 기간 1인당 소비액은 1만6천630원에 불과하다. 축제와 연계(連繫)해 즐길 거리가 부족해 당일치기로 떠나기 때문이다.(2025년 기준, 한국관광데이터랩 통계, 대구 방문 과정에 쓰는 교통비는 제외) 더 많은 외지인이 대구를 찾고, 2, 3일 머물며 '즐길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동성로를 1년 365일 패션쇼가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야외 패션쇼 무대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구 향촌동과 대안동에는 9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수제화 골목이 있다. 이 골목을 근거로 '구두 소리' 페스티벌을 만들어도 좋다. 1천200년, 1천500년 역사의 파계사와 동화사를 근거로 팔공산 일대에 세계인이 찾는 '삼보일배(三步一拜) 수행 축제'를 개최할 수도 있다.(삼십보일배, 삼백보일배도 좋다) 대구는 글로벌 일등 기업 삼성의 태동지이다. 대구 북구 삼성창조캠퍼스에 '삼성 글로벌 연수원'을 건립하는 것은 어떨까. 삼성과 협의해 독창적인 직원 연수(硏修)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곳에서 삼성 직원들은 물론이고, 국내외 기업의 직원들이 삼성의 철학, 고민, 도전, 역사 등을 경험함으로써 자신들의 기업을 세계 일류 기업으로 키우는 정신을 배양(培養)하도록 돕는 것이다. "대구 삼성 연수원에서 교육받았더니 직원이 달라졌다"는 말이 나오도록! 연중 수많은 기업 직원들이 대구에 머물며 연수 받고, 추억을 쌓으면 대구는 세계 기업 연수의 메카가 될 수 있다. 다보스 포럼 같은 국제 회의인들 설립하지 못하겠나. 추경호 시장에게 1000만 대구 정초(定礎)를 기대한다.
2026-06-09 05:00:00
국민의힘은 6·3 대구시장 선거에서 질 뻔했다. 추경호 당선인이 후보로 선출된 직후(4월 26일)부터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빠르게 좁혔지만, 어느 시점부터 '박빙(薄氷)' 또는 '김부겸 후보 다소 우세' 경향이 이어지면서 고착화(固着化)되는 분위기였다. 보수세가 강함에도 추경호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추 후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에 회초리를 대야 한다' '이번엔 대구 정치 지형을 바꾸자'는 기류(氣流)가 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김부겸 후보를 공천해 '민주당 후보 자질 논란'을 일소(一掃)했다. 국힘이 질 뻔한 선거를 뒤집은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등 공신(一等功臣)은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수성구을 국회의원)이라고 본다. 대구에서 국민의힘의 강점은 조직이다. 지역에 뿌리내린 광역의원 및 기초의원 숫자가 민주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문제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민주당을 찍지는 않겠지만, 투표에 불참해 국힘을 벌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澎湃)했다는 점이다. 결국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불러내느냐가 6·3 선거의 관건이었다. 선거가 끝난 후 국민의힘 광역 및 기초의원 출마자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전화기를 붙들고 살았다"고 말했다. 매일 지역구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지 정당, 투표 의지, 심경 변화 이유 등을 확인하고, 그 결과를 대구시당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한 자신에 대한 지지와 함께 추경호 시장 후보 지지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시당과 당협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어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광역·기초의원 후보를 찍기 위해 투표장에 나가 추 후보까지 찍었고, 또 어떤 유권자는 추 후보를 찍기 위해 투표장에 나가 지방의원까지 찍었다. 이 '서로 돕는 전략'을 진두지휘(陣頭指揮)한 인물이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이다. 이것이 '국힘에 회초리' 분위기 속에서도 대구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동력이라고 본다. 역대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대체로 후보 혼자 싸우는 경향을 보였다. 역량이 엇비슷함에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민주당에 밀린 이유다. 이번에 대구시당이 보여준 '서로 돕는 전략'은 국민의힘이 앞으로도 새겨야 할 점이다.
2026-06-08 05:00:00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과 관련,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통적 문법을 뛰어넘어 발생한 초과이익에 대해 세금, 판매·관리비, 재무적 비용 등을 빼고 어떻게 배부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노동부 주관으로 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초과이익을 나눌 사회적 궁리(窮理)를 해보자는 말이다. 초과이익은 누가, 어떻게 정하나?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74년이고, 첫 흑자(黑字)를 기록한 것은 1988년이다. 2023년에는 15조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삼성의 그 혜안(慧眼), 사업 위험, 적자(赤字)를 사회가 함께 부담했나? 문제는 또 있다. 땅을 파는 데 한 사람은 삽을 들고, 한 사람은 포클레인을 운전한다. 평소 하루 100톤을 파내는데, 어느 날 200톤을 파냈다. 그 100톤이 초과이익이라는 것도 웃기지만, 삽을 든 사람과 포클레인을 운전한 사람이 비슷한 성과급을 받는 것도 이상하다. 포클레인을 운전한 사람(장비 구입비 지불, 면허 취득 노력 등을 한 사람)과 삽으로 흙을 판 사람이 같은 성과급을 받는 게 맞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종사자(從事者)라고 해서 비슷한 성과급을 받는 게 맞느냐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압도적 영업이익에는 한전이 적자를 감수하며 저렴한 산업용 전기 공급을 한 점도 기여했으니, 영업이익을 한전도 공유해야 한다"는 취지(趣旨)의 글을 올렸다. 이 논리라면 "포클레인이 공사 현장으로 편하게 이동한 것은 도로 덕분이니 도로공사와 성과급을 나누어야 한다. 포클레인 기사가 일을 잘할 수 있었던 것은 밥을 배불리 먹은 덕분이니 벼농사를 지은 농부들과 성과급을 나누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이익을 내기까지 사회적 도움을 받은 것은 맞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매년 막대한 세금을 냈고, 그 재정(財政) 덕분에 도로를 건설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빵 장수가 이웃을 위해 빵을 굽나? 아니다. 자본주의는 각자 자기 이익을 위해 일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로를 돕는 구조다. 그 과정에서 모두 세금을 낸다. 그런데 이웃이 기대 이상 영업이익을 냈다고, "내 덕분이다. 이익 공유하자"고 한다. 스스로 의적(義賊)인 줄 아는 모양인데, 날도둑놈이다.
2026-06-01 05:00:00
정부·여당이 '스타벅스 때려잡기'에 바쁘다. 스타벅스가 '탱크 데이 텀블러' 마케팅으로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貶毁)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대검찰청에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예산으로 스타벅스 상품을 구입한 내역을 보고하라'고 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앞으로 민주주의의 역사와 가치(價値)를 가볍게 여기거나 상업적 소재로 활용한 기업의 상품은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 선거운동원과 후보자는 스타벅스 출입을 자제하라"고 했다. 스타벅스에는 원통형 기름 탱크와 모양이 닮은 '탱크 텀블러' 모델이 있는데, 하필 5·18에 할인 행사를 진행하자 계엄군 탱크를 연상하게 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가 5·18을 의식했다면 5월 18일에 '탱크 데이' 행사를 준비했을 리 없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를 향해 부주의했고, 무지(無知)했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장관, 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서 분노를 자극하고, 불매 운운하는 것은 정치권력이 자신의 판단을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나아가 실수로 보이는 스타벅스의 '탱크 텀블러' 마케팅을 정부·여당이 6·3 선거에 지지층 결집용 소재로 사용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 불매 운동을 선거에 동원했던 것처럼. '탱크 데이' 논란 이후 민주당은 '5·18 왜곡 처벌법(국가기관의 공식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조작 주장을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으로는 부족하다며, 이제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조롱·모욕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러다가 5월 18일에 웃기만 해도 처벌하겠다고 하겠다. 그처럼 5·18을 성스럽게 생각하는 자들이 어째서 5·18 전야제 저녁에 광주의 유흥주점에서 여성 종업원과 술판을 벌인 우상호, 송영길은 때려잡지 않나. 5·18 정신을 망각(忘却)해도 내 편이면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을 주고, 국회의원 보궐 선거 공천을 주는 게 민주당식 5·18 정신인가?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주폭(酒暴)도 5·18 핑계면 용서가 되나? 5·18에 대한 모든 평가와 인식은 민주당이 기준인가. 그것이야말로 권력의 폭력일 것이다.
2026-05-25 05:00:00
6·3 지방선거 분위기가 달라졌다. 3주 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가운데 16곳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경북도지사 선거를 제외하면 대구,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모두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지지세가 강한 데다 '장동혁 지도부를 향한 내부 총질'로 국민의힘이 지리멸렬(支離滅裂)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흐름이 급변하면서 최소 5곳, 많으면 7곳까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접전(接戰)을 펼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싹쓸이 전망을 뒤엎은 쪽은 민주당이다. 5월 중 처리를 목표로 민주당이 발의한 '조작기소 특검법안'은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는 또 하나의 '개혁'이었을지 모르지만, 중도층에게는 '이재명 대통령 범죄 혐의를 없애기 위해 위헌적인 짓도 서슴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주었고, 보수층 결집(結集)을 불렀다. '개헌안' 역시 대한민국 미래가 아니라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적 의도'에서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남겼다. 선거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승리를 확신하고 느긋해지거나 오만(傲慢)해질 때이다. 대승을 자신한 민주당의 오만이 '조작기소 특검법안'과 '개헌안'을 밀어붙였고, 결과적으로 민주당 압승이 예상되던 지방선거를 혼전(混戰)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대구시장 선거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4월 하순까지 김부겸 민주당 후보의 독주(獨走)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추경호 후보를 선출한 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5월 18일 현재 예측할 수 없는 혼전이 펼쳐지고 있다. 김부겸 민주당 후보와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양 진영이 그처럼 비슷하고 밋밋한 공약들만 내놓는 것은 선거에서 이기고 싶은 욕망만 가득할 뿐, 대구를 진짜 변화·발전시키려는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예로, 두 후보 모두 '청년 창업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상 어느 부모가 경험도 노하우도 인맥도 없고, 시장도 모르는 자식이 살벌한 창업 시장에 뛰어들기를 바라겠는가.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 중 절대다수는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장을 찾아낼 안목(眼目), 사업 노하우가 있어서 창업에 뛰어들려는 것이 아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창업 펀드'를 조성해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그렇게 지원해봐야 창업한 청년들 대다수는 거친 시장 바닥을 1, 2년 헤매다가 결국 빚더미에 올라앉을 뿐이다. 대구시장 후보라면 "청년 창업을 적극 돕겠다"가 아니라, 반듯한 직장을 늘리고, 그 직장에서 청년들이 경험과 노하우, 인맥을 쌓으며 성장한 후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투표일까지 약 2주 남았고, 김부겸 후보와 추경호 후보는 박빙(薄氷) 승부를 펼치고 있다. 지금 와서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도(構圖)에 변화가 있을 리 없고, 새로운 바람이 불 가능성도 낮다. 결국 어느 쪽이 지지층을 한 명이라도 더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하느냐가 관건(關鍵)이다. 조직이든 진영 논리를 동원하든. 그럼에도 각 후보 측이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으로 표를 더 얻을 것인가'라고 생각한다. 'TK통합신공항 국가사업'처럼 중앙정부가 'NO' 하면 물 건너가는 공약 말고, 대구 스스로 대구를 세계 일류 기술도시·관광도시로 이끌 수 있는 구체적 어젠다를 더 치열하게 고민하는 쪽이 이길 것이다.
2026-05-19 05:00:00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995년 10월 폭력 사건으로 1996년 7월 법원에서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6·3 지방선거에서 논란이 되자 정 후보 측은 "당시 술집에서 옆 테이블 사람(당시 국회의원 비서관)과 5·18 논쟁이 벌어지면서 그렇게 됐다"고 해명(解明)했다. 그러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폭력 피해자의 "5·18 그런 거는 전혀 없었다"는 육성(肉聲)을 공개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양천구의회 속기록에 따르면, 정 후보의 폭행은 술자리에서 카페 주인에게 여종업원과 외박을 강요하고, 이를 거절하는 주인을 협박했으며, 정 후보를 제지하는 시민을 폭행하고, 출동한 경찰관마저 폭행한 사건이었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5·18 의견 차이로 인한 다툼'인지 '여종업원 외박 문제'로 인한 다툼인지 주장이 엇갈린다. 납득(納得)할 수 없는 것은 정 후보가 폭력 배경을 '5·18 논쟁 때문'이라고 해명한 부분이다. 5·18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 사람을 폭행한 범죄 행위를 희석(稀釋)할 만한 사유가 되나? 출동한 경찰관까지 폭행한 것은 대체 무슨 마음인가? 만약 5·18과 무관하게 다툼이 시작됐음에도, 5·18 뒤로 숨었다면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현행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5·18 왜곡 처벌법)'은 '국가기관의 공식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조작 주장'을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이 법으로 지켜주지 않으면 스스로 그 정당성과 가치를 지킬 수 없을 만큼 허약하다는 고백(告白)처럼 비칠 뿐이다. 국가기관 공식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주장을 할 경우 처벌하겠다는 법처럼 폭력적인 법을 만든 게 제정신인가? 그야말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철저히 뭉개는 법이라고 본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은 당시 주류 권력과 다른 목소리를 낸 시민운동이었다. 그런데 그 운동의 결과가 이제 '주류 권력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 처벌한다'거나 '다른 소리를 하면 팬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원오 폭력 사건과 5·18 왜곡 처벌법에서 '5·18 민주화 운동의 역설(逆說)'을 본다.
2026-05-1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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