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출신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언론과 역사 기관들이 대통령의 '환단고기(桓檀古記)' 언급을 위서(僞書) 논쟁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라고 주장했다. 학문적으로 검증된 사실과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시각과 입장 차이'로 보는 대통령의 역사 인식도 문제지만, 민주당 인사들의 후속 언사(言辭)는 그야말로 '조폭 언어'에 가깝다. 김준혁 의원은 "대통령이 환단고기를 언급한 것은 그것이 위서임을 몰라서 질문한 것이 아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뉴라이트적 사관을 갖고 있는 역사기관장에 대한 경고이며, 해당 기관이 보다 열정적 자세를 갖고 주체적이며 객관적인 역사 연구에 매진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조직 두목 강 사장(김영철 배우)은 과거 자신이 부하를 처벌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어느 날 (부하에게) 심부름을 하나 시켰는데, 그 친구가 실수를 저질렀어요. 가볍게 야단치고 끝날 일이었어요. 근데 그 친구 분위기가 이상한 거예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죠. 아닐 수도 있어요. 내 착오일 수도 있는 거죠. 근데 조직이라는 게 뭡니까? 오야(우두머리)가 누군가에게 실수했다고 하면 실수한 일이 없어도 실수한 사람은 나와야 되는 거죠. (그 일로) 그 친구 손목 하나가 날아갔어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감싸는 민주당의 태도가 이런 식이다. 환단고기가 위서니 뭐니 따지지 마라. 대통령이 지적하면 고대사를 제대로 연구하겠다는 다짐을 해야지, 어디서 따지는 거냐!!! 이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도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수만달러를 100달러짜리로 책갈피처럼 (책에) 끼워서 나가면 안 걸린다는데 실제 그러냐"고 물었다. 이 사장이 대답을 길게 하자 "참 말이 기시다" 등 질타했다. 이후 '불법 외화 반출 검색·적발·처벌은 세관 업무'라는 반론이 나오자 대통령은 "천하의 도둑놈 심보"라고 했고, 복기왕 민주당 의원은 "공직자의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이 잘못을 지적하면, 잘잘못을 떠나 반성할 것이지 감히 '대거리하느냐'는 말일 것이다.
2025-12-25 05:00:00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부처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빠 논쟁을 아느냐"고 질문했다. 주류 역사학계는 환단고기(桓檀古記)를 '위서(僞書)'로 평가한다. 박 이사장 역시 "위서"라는 취지로 답하자 이 대통령은 "증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니다?" "역사를 어떤 시각과 입장에서 볼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입장 차이"라고 말했다. 환단고기는 '우리 선대(先代)에 환국(桓國)이 존재했으며, 이 나라가 약 1만 년 전부터 기원전 2천300여 년 전까지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다스렸으며, 인류가 처음 세운 나라, 천하의 근본, 만방의 시조, 모든 문명이 여기서 나왔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일제 식민 지배→분단→전쟁으로 점철(點綴)돼 있다. 그 앞 역사를 살펴보아도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이에 사람들은 '우리 상고사(上古史)가 일제에 의해 왜소화(矮小化)된 것은 아닐까' 의심한다. 환단고기를 비롯한 일부 재야 사학(在野史學)은 바로 이 상처를 파고든다. 우리에겐 '잃어버린 역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환단고기에 대한 지지는 역사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심리적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정규 역사교육은 검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증빙 자료가 적은 상고사 영역은 내용이 단순하고, "확인되지 않는다"는 식의 서술이 많다. 이에 반해 재야 사학은 빈틈을 서사·신화·추정으로 채운다. 사실과 복잡한 논리가 아니라 "우리는 위대했다"는 식의 명쾌한 '승리' 구조를 띠는 것이다. 주류 역사학이 사료 가치를 "누가, 언제 썼는가?"로 살핀다면, 재야 사학은 "있었는데 지워졌다" "일제가 없앴다" "중국이 숨기고 있다"로 대응한다. 주류 사학은 어떤 내용을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까지 해야 하지만, 재야 사학은 "부정하는 네가 거짓을 증명해라" 또는 "확실한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로 위대했던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식민사관이다"는 식에 가깝다. 민족적 자부심을 확인하고 싶은 입장에서는 애매하고 초라한 '사실'보다는 명쾌하고 위대한 '주장'에 쏠리기 십상이다. 환단고기에 대한 관심과 지지는 '믿음과 희망'의 영역에 가깝다고 본다. 중국이나 일본이 우리와 전쟁하면 박살 난다는 '국뽕' 영상에 심취(心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2025-12-18 05:00:00
[조두진의 전당열전] 갈수록 격화될 민주당 '명청대전', 대한민국에 먹구름 위험 커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1차·2차 명청대전 1승1패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대표가 밀어붙인 '당원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12월 5일 중앙위원회 개최) 부결됐다. 지난 8월 당 대표를 선출하는 '1차 명청대전'(전당대회)에서는 정 대표가 승리했지만, '당원 1인 1표제'로 격돌한 '2차 명청대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장악력 방어'에 성공한 셈이다. 민주당의 '1인 1표제'는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바꾸는 개정안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17.5표로 인정됐다. 정 대표는 친명계인 박찬대 후보와 격돌한 8월 당 대표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서 앞섰고, 표당 반영 비율이 높은 대의원 투표에서는 박 후보에게 패했다. 정청래 대표가 친명계의 강력 반발에도 '당원 1인 1표제'를 밀어붙이는 것은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권리당원 표 가치를 대의원 표 가치와 동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2026년 8월 당 대표 선거에 재도전하기 위한 포석인 것이다. ▶명-청 충돌 계속될 수밖에 정 대표는 내년 8월 당 대표에 재선되어야만 2028년 4월 총선에 '친정청래' 인사를 대거 공천할 수 있다. 이번에 '1인 1표제' 달성에 실패했지만 정 대표는 이를 다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명청대전'은 '현재 권력' 이재명 대통령과 '미래 권력'이 되고자 하는 정청래 대표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현재 내년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사퇴하면서 공석이 된 최고위원 보궐선거(내년 1월 11일)를 준비하고 있다. 최고위원 3명을 선출하는데, '친명'과 '친청'에서 각각 3명의 후보가 나섰다. 잔여 임기 6개월짜리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친명'과 '친청' 인사들이 대거 도전한 것은 이 싸움이 '명청 대리전'이기 때문이다. 당권을 장악하자면 최고위원 숫자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니 말이다. ▶ '개딸'을 기준점에 둔 정치 문제는 민주당 당권 장악을 위한 두 사람의 전략이 이른바 '개딸'로 통하는 강성 지지층의 입맛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권을 잡자면 강성 지지층이 좋아할 언행과 정책을 쏟아내야 하는데, 이 정책과 언행이 대한민국에 해롭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청래 후보는 "국민의힘 해산 추진, 내란세력 척결, 검찰·사법·언론 개혁 빠르게 추진" 등 끊임없이 강성 메시지를 쏟아냈다. 강성 당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었고, 잘 먹혔다. ▶국힘 공격, 실은 내부 겨냥 정 대표만 강성 메시지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은 아니다. '당원 1인 1표제' 개정을 놓고 다툰 2차 '명청대전'을 앞둔 시점에 이재명 대통령 역시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나라를 뒤집는다든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나치 전범을 처리하듯이 영원히, 끝까지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했다. 3일에는 "내란 사태는 진행 중이며 몸속 깊숙이 박힌 암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입법부가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잘 행사할 것" "내란 사태는 현재 진행 중, 진압 과정" "2차 종합특검 가동" 등 발언이 모두 지지층 결집을 위한 포화였다. 이 거친 포화의 외견상 탄착점(彈着點)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이었지만 '개딸들'의 귀와 눈을 집중시켰고, 결과적으로 포탄은 정청래 대표 진영에 떨어졌다. 강성 발언으로 '개딸들'의 시선을 휘어잡고 있던 정 대표의 선명성을 희석시킨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를 통해 1인 1표제 개정안 표결에서 정 대표의 공세를 막아냈다. ▶포퓰리즘으로 쇠퇴한 나라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었다. 하지만 후안 페론 대통령이 1946년부터 10년간 집권하면서부터 포퓰리즘으로 쇠퇴하기 시작했다. 보편 복지와 무리한 임금 인상, 민간기업 규제 강화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국민 자산 가치는 급락했고, 해외 투자자들은 등을 돌렸다. 페론주의에 반대하는 정권이 잠시 들어섰지만 경제가 하루아침에 나아질 리 없었고 국민들의 불만은 여전했다. 그러자 페론주의를 계승한 세력이 잇따라 다시 정권을 잡았다. 이들은 경쟁적으로 현금 지원, 무상 주택 공급 확대 등 포퓰리즘 정책을 확대했다. 결국 국민들에게 장기적 고통을 안기고, 국가를 돌이키기 힘든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했다. 포퓰리즘은 경제정책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강성 발언이 모두 '개딸 포퓰리즘'이다. 검찰청 폐지,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위헌 제청을 무력화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4심제, 2차 특검 등이 모두 이른바 '개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들이다. 이를 통해 개딸의 지지는 얻겠지만 한국 사법제도, 삼권분립, 민주주의를 흔들 것은 불문가지다. ▶정치 포퓰리즘 먹구름이 온다 '1차 명청대전'과 '2차 명청대전', 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인 '명청 대리전'은 시작에 불과하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 및 그 이후 있을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명청'은 유례없는 유혈 전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로서는 당장 최고위원 보궐선거에서 자기 계파를 심어 당 장악력을 강화해야 하고, 내년 당 대표 선거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그것에 실패하면 '미래 권력'은 물거품이니 말이다. 이 대통령 입장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우군들로 최고위원을 구성하고, 장차 대표직도 친명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 임기 동안 민주당의 굳건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순조롭게 덜 수 있다. 나아가 친명계를 차기 대통령으로 밀어야만 임기를 마친 후에도 안전할 수 있다. 위험한 것은 두 사람이 '개딸' 결집을 위해 쏟아내는 거친 언행과 정책들이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가 '저질 경제'로 주저앉았다면, 대한민국은 '저질 정치'로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2025-12-17 17:59:09
배우 조진웅 씨의 '30여 년 전 범죄'와 '은퇴' 선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를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Victor Hugo) 소설 '레 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Jean Valjean)'에 비유해 한때 잘못에 '영원한 낙인(烙印)'을 찍는 것이 옳으냐는 사람들도 있고,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속죄하며 조용히 사는 것도 아니고, 명성과 부를 누리며 '정의'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대접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장발장'을 흔히 '굶주린 조카들을 위해 빵을 훔쳤는데, 너무 가혹한 처벌(19년 감옥살이와 끝없는 배척)을 받은 사람'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가 '장발장'을 통해 던진 질문은 그처럼 간단하지 않다. 빵을 훔친 죄로 감옥에 갇힌 장발장은 여러 번 도주를 시도해 19년 감옥살이를 하고, 조건부로(전과자 신분증을 소지하고 이동할 때, 숙소를 구할 때, 일자리를 구할 때 제시해야 함) 가석방된다. 사회는 전과자라는 이유로 배척하고, 그는 절망 속에 방황한다. 결국 장발장은 '마들렌'이라는 가명과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한다. 일종의 '탈옥'인 것이다. 새 신분으로 그는 사업에 성공하고, 한 도시의 시장(市長)이 되어 선한 행정을 펼친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돕는다. 하지만 법집행관 자베르는 끊임없이 장발장을 추적한다. 어느 날 장발장과 용모가 닮은 부랑자가 '장발장'으로 오인, 체포돼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다. 장발장은 고민한다. 침묵하면 자신은 시장 신분으로 선한 행정을 베풀고 더 많은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고, 명예도 지킬 수 있다. 진실을 밝히면 다시 죄수가 되고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러나 누명(陋名) 쓴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길은 자신이 장발장임을 밝히는 것뿐이다. 장발장은 고민 끝에 재판정에 간다. "저 사람이 아니라, 내가 장발장입니다." 이로써 장발장은 과거의 죄인이 아닌 윤리적 인간으로 거듭난다. 법적 처벌이 아니라 스스로 벌함으로써 구원(救援)받고 거듭나는 것이다. 조진웅 씨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독자들은? 빅토르 위고는 묻는다. "당신 영혼은 어느 쪽입니까?" 이는 제도 및 사회적 처벌과 별개다. 조진웅 씨에 대한 법적 처벌은 끝났다. 그러나 영혼의 대답은 남았다.
2025-12-11 05:00:00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검찰의 대장동 사건 1심 판결 항소 포기'를 놓고 토론(討論)하기로 합의했다. 두 사람의 대장동 토론이 평범한 머리를 가진 사람들은 모르는 새로운 경제, 새로운 산업, 새로운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고 기대한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대장동 일당이 차지하게 된 수익금 7천814억원은 20대 직장인이 2만1천262년 동안 먹지도 입지도 않고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고 한다.(2025년 대졸 평균 연봉 36,750,000원×21,262년=781,378,500,000원) 2만1천262년 후 인류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우니, 과거에 비추어 보자면, 구석기 시대에 태어난 사람이 지금까지 살면서 돌멩이로 짐승과 물고기를 잡고, 과일을 따고, 풀을 뜯어 하나도 먹지도 쓰지도 않아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2만1천262년 동안 모아야 할 돈을 대장동 일당은 몇 푼 투자와 몇 년 감옥 생활로 벌게 됐다.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처럼 거액을 벌자면 대장동 일당과 성남시 수뇌부가 결탁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1심 법원도 그렇게 보인다고 했다.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역시 정치권력의 영향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 문제를 놓고, 장 대표와 조 대표가 토론한다니 기대가 몹시 크다. 아마도 장 대표는 "2만1천262년 동안 벌어야 할 돈을 대장동 일당이 버는 과정뿐만 아니라 마땅히 환수(還收)해야 할 돈을 환수하지 못하게 된 과정에 '그분'의 권력이 작동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것을 밝혀야 공정한 사회다"라는 논리를 펼칠 것이다. 반면 조 대표는 "보통 머리들로서는 어리둥절하겠지만 사실 대장동 항소 포기는 이상할 것이 없다"는 해설, '보통 머리'를 가진 사람들은 깜짝 놀랄 해설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정치권력의 입김이니 뭐니 하는 건 생각이 짧아서 나오는 소리라는 말일 것이다. 조 대표의 해설을 빨리 듣고 싶다. 그래서 연간 고작 3천675만원을 벌기 위해 쥐 나도록 일하는 '보통 머리' 청년들에게 광명(光明)이 쏟아지기를 고대한다.
2025-12-04 05:00:00
[전당열전-조두진] 잊혀진 최민희 딸 결혼 축의금·대장동 항소 포기, 뜨거운 김건희 백 왜 그럴까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대장동 항소 포기 이대로 끝? 국민의힘은 2024년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파상 공세에 무너져 온 이래, 최근 검사들의 집단 반발과 국민적 분노를 야기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역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국정조사도 특검수사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 탄핵 추진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구할 목적으로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들과 대장동 기소에 대해 징계와 국정조사 등 각종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대장동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손해라고 판단, 전선을 이탈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를 물고 늘어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은 이 모든 문제가 의석수 때문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의석이 적다고 매번 밀리고 존재감을 입증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는 의석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약자의 무기는 치밀한 전략 전략은 나와 상대의 세력을 파악한 후 언제,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세(勢)가 약할수록 더욱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약자는 정면 승부를 피하고 다른 공격 방식을 택해야 한다. 그러자면 상황과 상대의 약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자신의 화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신속·정확하게 가격해야 한다. 국민의힘에는 그런 전략이 부족하다. ▶노부나가의 요시모토 기습전 일본 전국시대(戦国時代·15세기 중반~16세기 후반). 전국 각 다이묘들이 각축전을 벌이던 혼란기였다. 오다 노부나가는 오와리(현재 아이치현 서부)를 차지한 소규모 다이묘였다. 이에 반해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미카와·스루가·도토미(현재 아이치현 동부·시즈오카현 중부·동부·서부) 및 오다 노부나가 가문과 접경한 오와리 지역 일부를 지배하는 강력한 다이묘였다. 이마가와 요시모토는 교토로 진출해 전국을 제패하려고 했다. 교토로 상경(上京)하자면 오다 노부나가의 영지인 오와리를 먼저 점령해야 했다. 요시모토는 약 2만5천 명의 병력을 이끌고 자신의 본성인 슨푸성(현재 시즈오카시)을 출발해 노부나가의 영지로 나아갔다. 당시 노부나가의 병력은 최대 4천 명에서 2천500명에 불과했다. 요시모토의 대군에 노부나가는 농성전(籠城戰)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된장을 사 모으는 등 장기 농성전에 대비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노부나가는 많은 척후병을 내보내 요시모토의 군대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면밀히 파악했다. 노부나가의 성 근처까지 진군한 요시모토는 오케하자마 협곡 근처에서 야영했다. 폭우가 내리는 밤이었다.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 노부나가는 곧장 소규모의 병력을 이끌고 좁은 산길로 말을 내달렸다. 요시모토 군대의 선봉을 우회해 곧바로 본진을 기습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요시모토 진영은 혼란에 빠졌고, 요시모토가 전사했다. 지휘부가 무너진 요시모토 군대는 결국 퇴각했다. -1560년 6월 12일 오케하자마 전투(桶狭間の戦い)- 10분의 1 병력으로 대군을 격파한 것이다. 이 전투를 계기로 노부나가는 빠르게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최민희 딸 축의금 없던 일? 수적으로 크게 열세였던 노부나가가 요시모토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절실함'과 '면밀한 상황 파악' 덕분이었다. 국민의힘에는 이 두 가지가 부족하다. 세력이 훨씬 더 강함에도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노장 박지원 의원까지 나서서 싸운다. 철 지난 문제까지 끊임없이 물고 늘어진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관련자가 거의 모두 구속돼 재판받고 있음에도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고 무시로 외치고, 김건희 여사 백을 물고 늘어진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 나경원 의원, 주진우 의원 등 일부 의원들만 열심히 싸울 뿐이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는다. 그 심각한 '최민희 의원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을 지금 국민의힘 의원 중에 누가 문제 삼고 있나?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가 불거졌을 때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탄핵감" "특검 실시" 등 공세를 펼쳤다. "최소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사퇴시켜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대장동 항소 포기 공세는 연기처럼 흩어졌다. 특검도 국정조사도 사실상 물거품 상황이다. ▶지형지물 제대로 이용 못해 전투에서 병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지형지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총칼을 들고 싸우는 전투에서 산·강·건물 등이 지형지물(地形地物)이라면 현실 정치에서 지형지물은 각종 사건·사고이다. 가령, 대장동 항소 포기와 최민희 의원 딸 축의금은 국민의힘에 매우 유리한 지형이고, 민주당에 불리한 지형이다. 반면 비상계엄과 윤 어게인은 민주당에 유리하고, 국민의힘에 불리한 지형이다. 지금 어느 쪽이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고 있나? 민주당은 유리한 지형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고, 국민의힘은 불리한 지형(계엄 사과·윤 어게인)에 갇혀 1년 가까이 허우적거린다. 정치 사안뿐만 아니다. 사회·경제·환경·노동 문제를 비롯해 범죄 사건까지 지형지물이 될 수 있다. 흉악범죄가 터지면 "사형 집행"을 외쳐야 하고, 과로사가 이슈가 되면 "작업 환경 개선"을 외쳐야 한다. 상황에 따라 신사도 되고, '미친개'도 되어야 하고, 사안에 따라 우파 목소리뿐만 아니라 좌파 목소리도 낼 수 있어야 지형지물을 제대로 이용하는 것이다. 정체성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보수·우파 기조 아래 그것이 어떤 사안이든 민심이 들끓는 이슈를 붙잡고 싸워야 한다. 민심이 들끓는 이슈에 대해 국민의힘이 처절하게 싸울 때 보수·우파에 대한 국민 지지도 높아진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그걸 게을리하고, 못한다. 전투에서 지형지물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전투에 임하면 학살당할 뿐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건에 국민의힘은 '미친개'처럼 거품을 물어야 한다.
2025-12-03 18:10:27
다른 사람 보기에는 '이건 아니다' 싶은 선택도 당사자(當事者)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인 경우가 많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시대에 자식을 셋, 넷, 다섯을 낳은 것도 본인들로서는 합리적 선택이었고, '이러다 나라 망한다'며 출산을 적극 장려함에도 자식을 낳지 않는 것 또한 본인들로서는 합리적 선택이다. 개인의 이 합리적 선택을 향해 공공(公共)이 '아이를 많이 낳자'고 외치는 것은 공허(空虛)하다. 출산율은 거대한 흐름이다. 반짝 지원이나 사회적 캠페인으로 도도한 흐름을 막기는 어렵다. 전쟁·재난·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일자리를 비롯한 경제적 안정, 개인적 소망, 개인의 가족사, 가족의 사회적 의미 등 그야말로 '만 가지 요소'가 반영된 흐름이 출산율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쏟아 낸다. 돌봄 지원을 확대하고,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부모급여·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셋째를 출산하면 1천만원을 지급하는 군(郡)도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이후 출산율 제고를 위해 약 400조원을 투입했지만 저출산을 막지 못했다. 돈을 퍼부어도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정책과 예산이 출산율 그 자체를 겨냥하기 때문이다. 앞서 밝혔듯 출산율은 '만 가지 요소'의 결과물인데, 출산·보육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니 실효성(實效性)이 낮은 것이다. 주가(株價)를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정책들(부동산 투자 억제·배당 확대 등)이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견인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경제 성장의 결과물로 주가가 상승해야 일정한 추세(趨勢)가 되지,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봐야 흐름이 되지 못한다. 정책 초점을 '출산과 육아'에서 '좋은 일자리'로 옮겨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적고, 그걸 얻기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해야 하는 사회에서 출산지원금과 아동수당을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우리나라 출산 지원책은 마치 밑 빠진 독에서 빠져나가는 물보다 더 많은 물을 들이부어 독을 채우겠다는 것만큼 무모해 보인다. 양질의 일자리는 어떻게 나오는가? 교육 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교과서에 나와 있는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답하는 법'을 가르치고 시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쓸모 있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개인의 재능'을 개발하는 쪽으로 전환하자는 말이다. 입시(入試)도 그렇게 바꿔야 한다. 정답을 빨리 찾는 방식의 교육은 '일정한 양식을 갖춘 시민'을 양성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추격 국가로서는 효율적이나 선도국(先導國)으로 도약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리나라에 원천 기술이 턱없이 부족한 큰 원인 중 하나가 선생님이 묻고 학생이 답하는 교육과 그 성적표로 일자리를 나누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교육 초점이 도전 분야를 늘려서 다양한 일등이 나오도록 하는 데 맞춰져야 하는데, 분야는 늘리지 않고 순위만 매기는 것이다. 자녀를 덜 낳는 것이 개인에게 합리적인 이 환경은 그대로 둔 채, '많이 낳자'는 캠페인으로 출산율을 높이기는 어렵다. 출산율을 높일 환경과 조건 변화에는 많은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예산을 부모급여·아동수당 등에 쓸 게 아니라 저출산에 따른 위기(고령 인구·일자리 불일치·국민연금 고갈 등)를 줄이는 대책에 투입해야 한다.
2025-12-02 05:00:00
법원행정처가 유튜브에 출연해 판사를 겨냥해 욕설을 섞어 비판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이하상·권우현 변호사를 법정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두 변호사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 증인으로 김 전 장관이 출석하자 재판정에 들어가 동석하겠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진관 부장판사는 퇴정(退廷)을 명했다. 이에 변호인들이 반발하자, 재판장은 "감치(監置)하겠다. 나가라"며 쫓아냈다. 이후 재판부는 이들 변호사에 대한 별도의 감치 재판을 열어 감치 15일을 선고했다. 이에 화가 난 변호사들이 유튜브에 출연해 욕설을 섞어 가며 판사를 비난했다. 그러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변호사들이 재판장을 상대로 욕설 등 인신공격적 발언을 한 건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법관의 독립과 재판 절차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행위"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법원행정처가 이들 변호사들을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破棄還送)하자 "대선 개입"이라며 반발했다. 대법관 탄핵을 주장했고,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 내란"이라는 표현도 썼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판결을 하자 "법복을 벗어야 한다. 기괴한 방식으로 윤석열을 풀어 주었다"고 비판했다.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의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늘어놓았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조 대법원장을 조롱하고, 욕설로 매도(罵倒)했다. 민주당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들을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그런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의 행태에 법원이 사법부 본연의 가치를 훼손한다며 법적 조치를 취한 적 있나? 한쪽에 대해서는 판사를 비판했다고 고발하면서, 다른 쪽은 온갖 조롱과 욕설로 판사를 비판하고, 심지어 판결에 대해 '내란'이라고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 이러니 이재명 대통령은 권력에 서열이 있다고 하고, 민주당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와 대법관 증원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겠나. 대한민국 사법부가 스스로 그린 일그러진 초상(肖像)이다.
2025-11-27 05:00:00
정치인이든, 과학자든, 탐험가든 우리가 위인(偉人)으로 칭하는 분들은 모두 미지(未知)의 '세계(대륙·기술·과학·예술 등등)'를 찾거나 창조한 분들이다. 가령,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함으로써 백성들이 글을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프랑스 나폴레옹은 귀족이 아님에도 황제가 된 인물로, 신분 사회에서 능력 중심 사회로 전환 및 시민 계급 등장에 크게 기여했다. 세종대왕이나 나폴레옹과 달리 '그 시절, 그 추억'을 찾아 과거로 떠난 사람들도 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에서 돈키호테의 여행은 미지를 찾아 떠난 탐험이 아니라 '중세 기사(騎士)의 영토'가 아직도 건재함을 확인하기 위한 퇴행이었다. 그래서 그의 여행은 망상(妄想)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가 여행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기사가 설 자리'가 이제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는 세계 각국과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에게도 '고향'을 떠나 낯선 땅으로 떠나는 탐험이 될 것이다. AI와 로보틱스가 보편화되어도 '사람은 할 수 있지만 AI는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견해들이 있다. 글쎄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장차 AI가 해내지 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반면 AI는 할 수 있지만,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은 수두룩할 것이다. 그러니 'AI는 할 수 없지만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므로 인간이 승리한다'는 믿음은 아마도 '철 지난 영화(榮華)'를 찾아 헤맨 돈키호테의 망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19세기 초·중반 사진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화가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어떤 화가는 사진기를 폄하(貶下)했고, 어떤 이는 더욱 정밀한 사실화(寫實畫)로 사진에 맞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림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찾아낸 것은 그들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의 질문을 던진 화가들이었다. 빛 변화에 따른 순간의 색 변화에 집중한 인상주의, 개인의 내적 심리와 상징을 파고든 후기 인상주의, 감정과 구조에 집중한 표현주의·입체주의가 그런 것이다. 인식의 대전환 덕분에 사진의 등장에도 '미술'은 승리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이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AI 시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2025-11-20 05:00:00
[조두진의 전당열전] 대장동 항소포기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얻고, 잃게 될까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대장동 항소 포기, 누구가 웃나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사건 1심 판결에 항소를 포기하자 평검사는 물론이고 검사장들과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들까지 항의했다. 검찰의 구형과 법원 판결이 너무 다른데, 무슨 근거로 관례와 정의에 어긋나는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배경과 법리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검사들 뿐만 아니라 법조계, 정치권, 성남시도 "성남 시민이 가져야 할 이익을 대장동 일당이 가져가도록 검찰이 길을 터줬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법리스크를 덜기 위한 권력형 수사 외압이자 재판 외압"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반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법·위법이 드러난 정치검사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정치 검사들에 대해서 즉각 감찰에 나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검사파면법'을 발의하겠다고 하고, 변호사법을 개정해 징계 종류와 중대성에 따라 변호사 등록과 개업도 제한하겠다고 했다.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쪽은 항소포기를 결정한 쪽인데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나라가 망하든 내 살 길부터 중국 역사 최초로 통일 제국을 건설(기원전 221년)한 진(秦)나라 시황제(진시황)가 죽고 2세 황제(호해)가 19세 나이로 즉위했다.(기원전 210년). 어린 황제는 간신(환관 조고·趙高)의 꼬임에 빠져 놀기 바빴다. 기원전 209년 '진승·오광의 난'이 발생했다. 반란군들이 지방 관아를 공격하며 급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이에 호해는 신하들을 불러 어찌하면 좋을지 물었다. 신하들이 "급히 군대를 동원해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즐겁게 노느라 바쁜 호해는 그 말에 화를 냈다. 이때 숙손통(叔孫通)이 황제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여러 신하들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진나라는 천하를 통일하여 한 집이 되게하고, 각 군과 현의 성을 허물고 무기를 녹여 다시는 그 무기를 쓰지 않겠다는 뜻을 천하에 보였습니다. 또한 위로는 밝은 군주가 있고, 아래로는 법령이 잘 갖추어져 있어 사람들이 각자 자기 일에 충실하고,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지금 진승 따위가 하는 일은 단지 쥐나 개가 물건을 훔쳐가는 데 지나지 않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지방 군수가 알아서 처리할 것입니다." 이에 호해는 기뻐하며 숙손통을 칭찬했다. 조정회의(朝政會議)를 마치고 궁 밖으로 나온 신하들이 숙손통에게 말했다. "어찌 그리 거짓 아첨을 잘 하십니까?" 진승과 오광의 난은 보통 사태가 아닌데, 좀도둑 정도로 간주하고, 쉽게 진압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숙손통이 대답했다. "여러분들은 모릅니다. 나는 하마터면 호랑이에게 죽을 뻔했습니다." 진나라가 망하고 황제가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내가 살자면 진실이 아니라 황제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얼마 후 진나라는 망했다.(기원전 206년) 호해가 즉위하고 고작 4년 만이었다. ▶항소포기 대장동 일당 편든 셈 대장동 사건은 대장동 일당이 성남시 수뇌부 및 성남시도시개발공사 고위직과 한통속이 돼 3억 5천만원을 투자해 7천800억 원을 챙긴 사건이고, 항소포기는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범죄수익으로 보이는 수천억 원을 환수할 기회를 차단한 사건이다. 성남 시민의 공적 재산 환수 기회를 차단한 것으로, 대장동 일당만 좋아할 일을 한 것이다. 이 과정에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압박이 있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평검사는 물론이고 검사장들과 대검찰청 검사장급 간부들이 반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당장은 좋아 보이나 위기 자초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항소포기에 대해 "이건 옳지 않다. 적절한 조치로 대장동 일당의 돈을 환수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어야 옳다. 하지만 정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항소포기를 결정한 사람이 아닌, 항소포기를 비판하는 검사들을 나쁜 놈으로 몰아세웠다. 민주당의 상식·공정과 거리가 먼 발언들이 당장은 '개딸들'과 이재명 대통령 귀를 즐겁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들이 장차 이재명 정부를 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대장동 항소포기'를 시작으로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기 위한 시도들(검찰에 공소취소 압박·법왜곡죄 제정·공직선거법 개정·재판중지법·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등)이 이 대통령의 범죄혐의를 더욱 짙게 할테니 말이다. ▶대통령 위한다며 무덤 파는 꼴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며칠 전, 민주당은 '국정안정법(대통령 임기 중 재판중지법)'을 들고 나와 헛발질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법원은 대통령이 기소된 5개 재판을 모두 중단했다. 법원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냥 두면 그만인데 민주당이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이라며 들고 나오는 바람에 '이재명 대통령은 범죄 피고인'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이 재확인하도록 한 셈이다. '대장동 항소포기'는 '핵 펀치'다. 대장동 기소는 검찰의 조작기소라는 프레임을 열심히 씌워왔는데, 항소포기로 국민들로 하여금 '사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 유죄'라는 강한 인식을 갖도록 한 것이다. 그 뒤라도 입을 다물었으면 나았을텐데,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검찰을 향해 항명·반란 등 온갖 비난을 퍼붓고 처벌하겠다고 하니 스스로 무덤을 파는 셈이다. ▶사법 리스크 지우기 시도의 역풍 진나라 숙손통은 정확한 상황을 보고해 대책을 세우도록 하는 대신, 황제를 위하는 척 거짓말하며 자기 잇속을 챙겼다. 민주당 의원들도 대장동 항소포기는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럼에도 여러 민주당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포기에 반발한 검사들을 향해 '항명' '반란' '공무원 신분 망각' 등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과 '개딸들'이 듣기 좋아할 말로 그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검찰을 향한 이들의 비난·겁박과 각종 조치는 결과적으로 국민 분노를 키우고, 이 대통령 유죄 심증(心證)을 굳힐 뿐이다. 대장동 항소포기를 비롯해 사법 리스크로부터 대통령을 구하려는 무리한 시도가 오히려 이재명 정부를 낭떠러지로 몰아가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2025-11-19 15:31:09
대구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 원예치유 프로그램 '나비가 머무는 정원' 전시회 개최
대구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관장 김태동)은 지난 12일과 13일 대구 스테이션 센터에서 학대피해노인과 학대행위자를 위한 힐링 원예 프로그램 '나비가 머무는 정원'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계수나무(대표 하재옥)와 대구남부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의 지원으로 10명의 어르신이 8회기에 걸쳐 참여했으며, 원예 활동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회복을 도모했다. 참여자들은 직접 가꾼 식물을 활용해 작품을 완성하고, 전시를 통해 치유와 회복의 의미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태동 관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학대피해노인과 학대 행위자의 정서적 치유와 사회적 관계 회복을 위한 뜻 깊은 과정이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학대예방과 피해노인의 지원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2025-11-13 14:44:49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대한 검찰의 집단 반발을 친윤(친윤석열) 검찰의 '항명'으로 규정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내란 청산에 대한 국민의 명령에 대한 항명"이라고 했다. 뜬금없이 '내란 청산'까지 들먹인 것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친윤 정치 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이 참으로 가관이다"고 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정치 검사들에 대해서 즉각 감찰에 나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대장동·대북 송금 사건에 대해 '조작 기소'라며 국정조사·상설특검·청문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한다. 대장동 사건은 대장동 일당과 성남시도시개발공사 간부, 성남시 수뇌부가 한통속이 되어 소액 투자로 수천억원 규모의 이익을 챙긴 사건이다.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형과 추징금 7천814억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배임 피해액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473억원만 추징한다고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과 재판부의 판결이 확연히 다를 때 검찰은 거의 예외 없이 항소한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가 대장동 항소를 막았다. 1차로 성남도개공과 성남시가 대장동 일당에게 이익을 몰아주었고, 2차로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법무부 압력을 의식해 그 돈을 환수할 기회를 차단한 것이다. 이게 공무원이냐. 그 점에 일선 검사들과 검사장들이 반발하는데 민주당은 이것을 '항명'이니 '공무원 신분 망각'이라고 한다. 민주당이 이런 식이다. '사실'을 바꿀 수 없으니 '인식'을 바꾸려 하고, 잘못을 덮을 수 없으니 그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을 공격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되자 '조작 기소'라고 하고, 검사들이 항소 포기에 반발하자 '친윤 검사'로 몰아세우는 것이다. 참고로 항소 포기에 반발하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사퇴를 촉구한 검사장급 간부 25명 중 16명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으레 그랬듯 민주당은 이번에도 '프레임 전환'을 노리지만 이번 항소 포기 사태로 잠들었던 '대장동'이 깨어났다. 덕분에 이 대통령 방탄법으로 비판받는 법안(법왜곡죄 제정, 공직선거법 개정, 재판 중지법, 배임죄 폐지, 대법관 증원을 위한 법원조직법 개정) 추진은 국민의 엄중한 감시를 받게 됐다.
2025-11-13 05:00:00
얼마 전에 독서신문(월간 문화예술지)에 전화를 해 "2021년 6월 호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담당 직원은 "재고(在庫)를 확인하고 연락하겠다"며 연락처와 이름을 물었다. 3, 4시간 후에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6월 호를 찾았습니다만 혹시 '문학기행-조두진 북성로의 밤' 기사 때문에 찾으시는 거라면, 그 기사는 2021년 7월 호에 실렸어요. 이 때문에 찾으시는 거라면 7월 호로 보내 드릴까요?" 독서신문 기자가 북성로 문학기행차(次) 필자를 방문한 것은 2021년 6월이었다. 그 얼마 후 독서신문사로부터 문학기행 기사가 실린 책을 우편으로 받았는데, 어디에 뒀는지 찾을 수 없었다. 독서신문 홈페이지를 검색하니 해당 기사는 2021년 6월 16일 자에 실려 있었다. 그래서 6월 호를 구입할 수 있는지 문의했던 것이다. 전화를 받았던 독서신문 직원은 2021년 6월 호를 찾아 우편으로 보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는 기계적으로 일하지 않았다. 2021년 6월 호를 펴 봤으나 '조두진이라는 사람이 그 책을 찾는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아마도 그는 독서신문 홈페이지에서 '조두진'을 검색했을 것이고, 관련 기사가 종이책에는 6월 호가 아닌 7월 호에 실렸음을 알아냈을 것이다. '머슴이 마당 쓰는 것만 보아도 그가 평생 머슴 노릇을 할지, 장차 주인이 될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같은 지위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태도로 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일의 결과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미래도, 세상도 달라진다. '사회적 비용'도 달라진다. 행인은 횡단보도에 떨어진 돌멩이를 그냥 보고 지나쳐도 그만이다. 하지만 돌멩이가 자동차 바퀴에 튀어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행인의 태도에 따라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것, 퇴근할 때 작업장의 전등을 끄는 것, 아이들이 위험한 장소에서 놀면 충고하는 것, 아프거나 술에 취해 쓰러진 사람을 위해 119나 경찰에 전화하는 것, 사소해 보이지만 그 '태도'가 우리를 지키고, 키운다. 상(相)은 태도에서 나타난다. 주인(主人)처럼 임하면 주인이 되고, 종[奴·노]처럼 임하면 종이 된다.
2025-11-06 05:00:00
[전당열전]무엇을 해야 국민의힘이 달라졌다고 유권자들이 피부로 느낄까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사실상 지역 정당 전락 국힘 양당 체제의 한 축이지만,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을 전국 정당이라고 하기는 민망하다.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구 국회의원 총 122석 중 국민의힘은 19석(약 15.6%)불과하다. 민주당이 102석으로 약 83.6%를 차지한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 25석 중 25석(100%), 부산·울산·경남(PK) 40석 중 34석(약85%)을 가진 사실상 '영남당'이다. 21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수도권 121석 중 16석(13.2%)에 그쳤고, 민주당이 104석으로 85.9%를 차지했다. ▶상황에 질질 끌려다니는 형국 이런 상황에 계엄사태까지 덮쳤으나 국민의힘에 쇄신 바람은 불지 않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계 있는 사람들을 다 처벌하고, 윤 전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연(緣)을 끊으라고 압박한다. 끊지 못하면 내란당이라고 퍼붓고, 끊으면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지지층의 외면을 받을 것이니 어느 쪽이든 민주당으로서는 '꽃놀이패'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정치 전문가들이 많다. 국민의힘이 상황에 질질 끌려다니는 가운데 3대 특검(내란특검·김건희 특검·해병대원 특검)이 특검 수사결과를 포장해 브리핑하고 어느 한 재판에서라도 1심 유죄가 나오면 국민의힘은 망한다는 것이다. ▶ 식량 배급량 속인 죄 씌워 서기 198년 조조(曹操)는 원술(袁術)이 황제를 자칭하자 원술의 본거지인 수춘성(壽春城)을 공격했다. 하지만 전투가 장기화되면서 식량이 부족해졌다. 이에 조조는 군량미 담당관인 왕후(王垕)에게 식량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물었다. 왕후는 "길어야 닷새 분"이라고 보고했다. 조조는 "그 안에 전투를 끝낼 수 없다. 군사들 식량 배급량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명령했다. 왕후는 병사들의 불만을 우려했다. 하지만 조조는 배급량을 줄일 것을 명령했다. 왕후는 병사들의 식량 배급을 줄였고, 병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조조는 식량 배급이 왜 줄었는지 조사를 명령했고, 식량 담당관 왕후가 '되(升-승)를 속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조는 식량 배급량을 줄여 병사들 사기를 떨어뜨린 죄를 물어 왕후를 처형했다. 처형 전 조조는 왕후를 불러 "자네의 목을 취해 병사들 사기를 올려야겠네. 대신 자네 처자식을 잘 보살펴 주겠네"라고 약속했다. 조조가 왕후를 처형하자 병사들은 "조조 대장군(大將軍)이 군사들 식량 배급을 속일 리 없지"라며 환호했다. 수춘성 전투 승리로 조조의 중앙 권력 장악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국민의힘은 조조처럼 할 수 있을까? ▶인적 쇄신으로 변화 체감 정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하거나 새로운 공약을 발표한다고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이는 정치학에서도 '민주주의 정치의 딜레마'로 보는 문제다. 정당 쇄신 영역은 넓지만, 유권자들은 '인적 쇄신'을 가장 선호한다. 익숙한 인물, 기존 주류가 물러나고 새로운 세대나 새로운 가치관을 대표하는 인물이 전면에 나설 때 '정당이 달라졌다'고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이는 대변인이나 당 간판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새 인물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주어졌을 때 가능하다. 영국의 보수당(토리당)이 위기 때 새롭고 참신한 리더(데이비드 캐머런, 보리스 존슨 등)를 내세워 정권을 되찾거나 총선에서 대승한 것도 그런 전략이었다. ▶'윤 어게인'으로 당권은 가능 지난 전당대회에서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든 세력은 누구인가. '윤 어게인' 세력이라고 본다. 내부 구도야 어떻든 '윤 어게인' 세력이 국민의힘을 대표한다.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서 다른 세력은 흩어졌고, '윤 어게인' 세력만이 대오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 당 최고위원이 되려는 사람은 '윤 어게인' 세력을 끌어안지 않을 수 없었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것 역시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의 마음을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어게인'으로 당내(黨內) 전투에서는 이길 수 있으나 중원(中原·지방선거,총선) 전투에서는 이기기 어렵다. ▶이미 패한 전투 계속하는 짓 윤석열 전 대통령을 붙들고 있는 한 '윤 어게인'은커녕 국민의힘 재기도 불가능 할 것이다. 많은 보수우파 국민들이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것은 'AFTER 윤석열', 즉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지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래서 한바탕 '탄핵 반대 전투'를 벌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했고, 이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다. 그것으로 '탄핵 반대 전투'는 끝났다. 아직도 그 전투에 매달리는 것은 패배를 계속 반복하며, 출혈을 키우는 바보짓일 뿐이다. ▶조조의 길을 갈 수밖에 국민의힘이 재기하자면 조조의 길을 가는 수밖에 없다. '왕후'를 버리듯이 윤 전 대통령을 과거로 흘려보내야 한다. '윤 어게인' 목소리를 '우파 가치로 대한민국 재도약'으로 바꾸어야 한다. 앞으로 치러질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당 주류 교체와 함께 100% 상향식 공천 같은 획기적인 개혁안을 내놓아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뼈를 깎는 고통을 말로 대체?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지지율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오르지 않는다. 민주당에서 빠진 지지율이 국민의힘으로 이전되지 않는 것이다. 당 간판급 인물들에 대한 기대가 낮기 때문이라고 본다. 국민의힘은 익숙한 간판들을 뒤로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이미지와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인물을 당 간판이자 실권자로 세울 수 있을까? 원론적으로는 백번 그렇게 해야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그 길 외에는 길이 없다. 저 조조는 일말의 고통도 없이, 마치 저녁 식사로 양(羊) 한 마리 잡듯이 충신 왕후를 버렸겠나. 뼈를 깎는 고통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2025-11-05 18:36:09
공부하는 문학회 일일문학회(회장 공영구)가 29일 대구시 수성구 정호승문학관에서 시낭송 콘서트를 개최했다. 일일문학회 창립 11주년을 맞이해 재능시낭송회(회장 김지선) 회원들이 일일문학회 회원 한선향 시인을 비롯해 15인의 작품을 목소리로 꽃피운 것이다. 공영구 회장은 "회원간 결속을 다지고 새로운 10년을 향한 출발을 기념하기 위해 시낭송 콘서트를 마련했다. 일일문학회가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안윤하 대구문협회장은 "아름다운 시낭송과 함께 문학과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라고 축하했다. 이날 시낭송 콘서트는 정지홍 낭송포럼 대표의 사회로 김정완 대금연주, 소프라노 이은경 연주, 성장완 하모니카 연주가 이어졌다. 특히 아동문학가 고(故)최춘해 선생의 '이른 봄'을 낭송해 고인의 아동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2025-10-30 12:24:01
내년 대구시장 선거 출마 풍설(風說)이 떠도는 사람이 최소 10명은 넘는 것 같다. 모두 대구와 인연이 있다. 대구 지역구 국회의원이거나 대구에서 공직 생활을 했던 사람, 대구 출신으로 중앙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사람들이다. 선거철이면 대구에 와서 "대구의 아들·딸"임을 강조하거나 "대구에 뼈를 묻겠다" "지역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선거에서 떨어지면 곧 수도권으로 떠나 버리곤 했다. 불현듯 궁금증이 생긴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할 뜻을 갖고 있는 분들은 대구에 얼마나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을까.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야 없지만, 과거 사례(事例)에 비추면 짐작은 가능할 것이다. 대구에서 1992년부터 2008년까지 내리 4선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한 사람은 2011년 수도권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1996년부터) 15년째 분당 사람으로 살고 있는 OOO입니다"라며 "정치는 집 앞에서 시작된다는 신념으로 나섰다"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지역구만 대구였지, 집과 마음이 분당에 있는 분당 사람, 수도권 사람이었던 셈이다. 2004~2016년까지 대구에서 3선한 의원 역시 주민등록 주소지는 분당이었다. 내년 대구시장직에 출마하려는 분들은 '대구 사람'일까 '수도권 사람'일까. 대구 출신이라고 모두 대구 사람은 아니지 않나? 정부가 고강도 부동산 대책(10·15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대한 의견은 분분(紛紛)하지만, 분명한 것은 수도권 주택 거래가 활발하고 살 만하다는 것이다. 대구는 어떤가? 2025년 5월 기준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9.07로 10년 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거래도 가격도 심드렁하다.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분들은 지금 대구에 본인 집을 갖고 있나? 대구에는 전세나 월셋집만 있고, 본인 집과 가족이 서울에 있지는 않나? 대구시장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대구에 본인 소유(所有) 집이 없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대구에는 집이 없고, 수도권에 자기 집과 가족이 있다면 그를 '대구를 위해 일할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대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2025-10-30 05:00:00
매일신문사 인근에 프랑스 빵·과자를 파는 가게가 있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재료 소진(消盡) 때까지 판매한다고 문에 써 있다. 오전 10시쯤부터 손님들이 줄을 서기 시작하는데,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이상 기다려 빵을 산다. 20, 30대가 대부분이고 간혹 40대도 보인다. 빵집 앞 줄을 보면서 30, 40년 전 월말이면 공과금(公課金)을 내기 위해 은행 앞에 길게 늘어서 있던 줄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짧게는 1시간, 길게는 2시간 이상 기다려서 공과금을 납부했다. 이들이 하필 사람이 몰리는 매월 마지막 날, 몇 시간씩 줄을 서 가며 공과금을 냈던 것은 대부분 공과금을 일찌감치 낼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월말을 넘기면 연체료가 붙으니, 어떻게든 월말에 맞춰 공과금을 내려고 애를 썼다. 빵집 앞 줄과 은행 앞 줄 사이에는 큰 간극(間隙)이 있다. 빵집 앞 줄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선택'이라면 은행 앞 줄은 '해야 할 일을 수행하기 위한 임무'였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쓸 수 있는 세대와 먹고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했던 세대가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선배 세대는 종종 "요즘 청년들은 힘든 걸 모른다. 고생을 좀 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음식이나 일을 대하는 태도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취업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청년들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반면 청년들은 선배 세대의 사고와 행동을 낡고 볼품없다고 여긴다. 선배는 후배에게 "적당한 직장 찾아서 빨리 취직해라.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나"라고 말하면 안 된다. 선배 세대가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입고 싶은 것을 입지 않고, 잠을 아껴 일하고 또 일한 것은 후배 세대는 그렇게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니 후배 세대가 누리는 여유와 선택에 자부심(自負心)을 느껴야 한다. 자신들이 그토록 만들고 싶어 했던 나라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후배 세대는 선배 세대를 "세련되지 못하고 볼썽사납다"고 여기면 안 된다. 지금 청년 세대가 누리는 여유(餘裕), 풍요(豐饒), 청결(淸潔)은 하늘이 내린 것이 아니다. 청년 세대가 누리는 거의 모든 편리와 여유는 선배 세대가 인내와 고된 노동으로 쌓아 올린 자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강조한다. 가능하면 적게 일하고, 많이 즐기고 노는 삶이 '잘 사는 인생'이라는 청년들도 많다. 좋은 생각이지만 기억해야 할 것들이 있다. 대한민국은 자원도 원천기술도 부족한 나라다. 더 많이 공부(창조)하고, 더 많이 일하고,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 하나라도 더 팔아야 잘 살 수 있는 나라다. 공부와 노동은 행복한 삶의 대척점(對蹠點)이 아니며, 우리가 삶에서 몰아내야 할 적(敵)이 아니다. 여가 추구는 좋으나, 여가를 최고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실패로 맥 빠질 수 있지만, 무기력에 익숙해지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한국은 과거 최빈국(最貧國)이었고, 언제든 가난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언젠가 인류가 더 이상 생존을 위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특이점(特異點·singularity)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노동'과 '여유'는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한다. 하나만으로는 굴러가지 않는다. 가난은 결코 하늘에서 내리지 않는다. 국민이 나태해지면 가난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마을을 헤집는다. 그런 징후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025-10-28 05:00:00
이재명 대통령이 '여순 사건'에 대해 "1948년 10월 19일 국방경비대(국군 전신) 제14연대 장병 2천여 명이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한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장 폭동을 '정당한 항명'으로 평가한 것이다. 여기서, 국가 '대한민국'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순 사건'은 여수 주둔 제14연대에 침투해 있던 남조선노동당(남로당) 세력이 주도했다. 이들은 남로당 제주도당이 대한민국 5·10 총선을 방해하기 위해 일으킨 '제주 4·3 사건' 진압 출동 명령을 거부하며 무장봉기(武裝蜂起)했다. 반란에 반대하는 장교·하사관 20여 명을 살해했고, 여수와 순천으로 진출해 경찰들과 반공 인사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고 '인민공화국 수립 만세' 등 성명을 발표했다. 명백한 '반(反)대한민국 무장 폭동'이었다. 여순 사건을 주도한 자들은 남로당 세력이고, 남로당은 북한이 침공해 오면 남한에서 호응하기로 한 공산주의자들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들의 '무장 폭동'을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국가 폭력을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국가는 특정 지역 내에서 물리적 강제력을 합법적이자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폭력을 독점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적(私的) 복수를 행하는 자에게 법원(국가)이 형벌을 가하는 것은 국가 폭력만이 정당하기 때문이다. 설령 사적 복수에 그만한 동기가 있더라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이 국가가 국민을 지키는 방법이다. '여순 사건' 가담자들은 대한민국에 반대했고, 대한민국 국민을 살해했다. 이런 폭력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니다. 국가 폭력 행사 과정에서 '부작용(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 무고(無辜)한 희생을 밝히고 위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었다고 해서 국가 폭력을 곧 '부당한 폭력'으로 간주한다면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니다. 무장 반란과 무고한 희생을 구분하지 않으면 국가(국민)를 지킬 수 없다.
2025-10-23 05:00:00
[조두진의 전당열전] 대한민국 보수·우파는 진보·좌파에 왜 패하는가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거대 의석 민주당은 신인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판사는 무오류의 신(神)인가"라며 비판했다. 판사가 어떻게 신이겠나. 신이 있다면 민주당일 것이다. 특정인(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내쫓기 위해 정부조직을 바꾸고,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법안을 밀어붙이고, 마음에 안 든다고 검찰청을 없애버리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다고 대법원장을 물러나라고 하고, 대법관 숫자를 마음대로 늘리고, 자기편 재판을 염두에 두고 현행 3심제를 허무는 사실상 4심제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이 신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 늑대는 양을 마음대로 처분 어린 양이 냇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늑대가 나타나서 '내가 마실 물을 네가 더럽히다니. 무례한 놈이다"고 야단쳤다. 양은 잘못을 빌면서 자신은 스무 발자국 아래로 내려가서 물을 마시겠다고 말했다. 늑대는 허락하기는커녕 다른 트집을 잡았다. "작년에 내 욕을 한 것은 너였지?" "아닙니다. 작년에 저는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너의 형이나 어미나 아비나 아니면 너의 식구들 중 한 놈이 내 욕을 했겠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 중에 누가 욕을 했다면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을 빌겠습니다." 양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빌었지만 늑대는 양을 잡아먹었다. 17세기 프랑스 시인 라퐁텐(1621~1695)의 우화 '늑대와 어린 양' 이야기이다. 작금의 민주당 행태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 강한 자는 언제나 옳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회 윤리위원회 구성을 민주당 6명 대 국민의힘 6명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운영위에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6대 6안은 안된다. 민주당 우위로 재구성하겠다"며 파기를 선언했다. 현재 징계 논란이 나오고 있는 나경원 의원(국민의힘), 이춘석 의원·강선우 의원(민주당),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을 비롯해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 시위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를 민주당 입맛대로 하겠다는 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 안건을 민주당 주도 표결로 저지했다. 각 교섭단체(정당) 간사는 국회 상임위에서 각 정당을 대표한다. 그래서 각 정당이 자기 당 간사를 추천하면 별 이의 없이 선임해왔다. 그런데 민주당은 의석 수를 앞세워 이 관례(慣例)를 무너뜨렸다. 민주당은 또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 2명 선출안도 국회에서 부결시켰다. 민주당이 허락하지 않으면 야당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그럼에도 '다수결'이니 옳다고 한다. 힘센 늑대가 양에게 하는 짓과 다를 바 없다. ▶ 자신들을 위한 입법 민주당은 3대 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해병 특검법)을 비롯해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 정부조직법(검찰청 폐지·기획재정부 분리 등), 방송법 개정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입법도 눈치 보지 않는다.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기업 경영상 판단을 제한해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심하게 위축시킨다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혐의를 면소(免訴·소송 종결)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에서 '행위' 항목을 삭제하려는 것도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당 조항을 삭제할 경우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면소될 것이 확실하다. 법의 일반성과 익명성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 개인'을 위한 법안에 다름 아니다. ▶한국 보수와 진보의 차이 한국 자유 우파와 진보·좌파는 인식 자체가 다르다. 가령, 우파는 죄를 지어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면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진보·좌파는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고, 억울한 피해자 행세를 한다. 나아가 권력을 쥐게 되면 검찰청을 폐지해버린다. 권력이나 권한을 가졌더라도 자유 우파는 전례와 상식을 고려해 행동한다. 한 예로 조희대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파기자판(破棄自判)'하지 않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만약 진보·좌파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에서 보수 대통령 후보의 사건을 재판했더라도 그렇게 판결했을까? 특정인을 구하기 위한 법,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특별 재판부'까지 만들려는 사람들이 전례와 상식을 따랐을까? 곧바로 파기자판, 즉 유죄 최종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 치밀하고 전방위적 진지전 민주당만 집요한 게 아니다. 한국 좌파의 공격은 촘촘하고, 전방위적이다. 한 예가 제주 4·3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 프리덤 파이터'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독립영화로 인정 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다시 만날, 조국'에 대해서는 독립영화로 인정했다. 영진위 위원 9명 중 5명이 '윤석열 정권 파면 촉구'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등에 참여한 인사들이다. 그 뿐인가. 논란이 되는 좌파 진영 인사가 책을 출판하면 좌파들은 떼로 구매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선동과 왜곡으로 가득한 '영화'를 만들어도 떼로 몰려가 관람한다. 하지만 우파는 밋밋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우파 인사가 책을 내도, 절절한 심정으로 진실을 알리는 영화를 만들어도 무관심하다. 한국 진보·좌파는 자기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갖가지 '진지전(陣地戰-평소 이념 경쟁)'을 펼치지만 우파는 산산이 흩어져 한숨만 내쉰다. ▶ 늑대는 나쁘고 양은 억울한가 저 '라퐁텐의 우화' 속 늑대는 나쁜가? 어린 양은 억울한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글이 된 한국정치에서는 강자가 되느냐, 약자로 몰리느냐가 생존과 몰락을 가를 뿐이다. 한국 우파는 그걸 모르고, 알더라도 '머리'로만 아는 것이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러니 '진지전'에서도 '대회전(선거)'에서도 한국 보수·우파는 패하는 것이다.
2025-10-22 18:30:00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검)의 조사를 받았던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장 A씨가 '강압·회유·수모' 수사를 원망(怨望)하는 글을 남기고 숨졌다. 이에 특검은 "A씨 조사는 이미 확보한 진술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됐고, 새로운 진술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강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공무원 투신 사망에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국민과 함께 슬픔과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여대생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구호 물자를 전달하는 활동을 하다가 이스라엘군에 체포돼 구금(拘禁)됐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8일)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7월 25일엔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공장을 방문해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하며 "월급이 300만원이라고 해서 목숨값이 300만원은 아니다. 돈보다 생명이 귀하다"고 했다. 검찰의 항소·상고 관행에 대해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리 잔인한가. 검사가 면책(免責)하려 항소·상고하는데 왜 국민들 고통을 방치하나"며 강하게 비판했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특검 수사와 A면장 죽음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억울한 사람 만들지 말라고 해 놓고, 특검 수사의 강압·회유·수모를 원망하며 사람이 죽었는데 침묵(沈默)하는 것이다. 걸핏하면 '검찰 수사'를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죽음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국민 목숨과 인권도 내 편 네 편이 있고, 수사도 '어느 편이냐'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연어회덮밥과 소주로 검찰의 회유를 받았다며 난리 쳤던 민주당 의원들은 '강압·회유·수모'를 원망하며 사람이 죽은 지금 왜 침묵하나? CCTV 확인하고, 특검 하고, 국정조사 하고, 떼로 민중기 특검에 몰려가 "당장 칼춤을 멈춰라"고 농성(籠城)해야 하지 않나?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밀어붙였던 민주당이 특검에는 왜 수사권과 기소권에다 별건 수사권까지 다 쥐여줬나? 민주당의 이중성은 하늘을 찌른다.
2025-10-1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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