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여순 사건'에 대해 "1948년 10월 19일 국방경비대(국군 전신) 제14연대 장병 2천여 명이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한 것은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군인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장 폭동을 '정당한 항명'으로 평가한 것이다. 여기서, 국가 '대한민국'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순 사건'은 여수 주둔 제14연대에 침투해 있던 남조선노동당(남로당) 세력이 주도했다. 이들은 남로당 제주도당이 대한민국 5·10 총선을 방해하기 위해 일으킨 '제주 4·3 사건' 진압 출동 명령을 거부하며 무장봉기(武裝蜂起)했다. 반란에 반대하는 장교·하사관 20여 명을 살해했고, 여수와 순천으로 진출해 경찰들과 반공 인사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고 '인민공화국 수립 만세' 등 성명을 발표했다. 명백한 '반(反)대한민국 무장 폭동'이었다. 여순 사건을 주도한 자들은 남로당 세력이고, 남로당은 북한이 침공해 오면 남한에서 호응하기로 한 공산주의자들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이들의 '무장 폭동'을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국가 폭력을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국가는 특정 지역 내에서 물리적 강제력을 합법적이자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라고 정의했다. 폭력을 독점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사적(私的) 복수를 행하는 자에게 법원(국가)이 형벌을 가하는 것은 국가 폭력만이 정당하기 때문이다. 설령 사적 복수에 그만한 동기가 있더라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이 국가가 국민을 지키는 방법이다. '여순 사건' 가담자들은 대한민국에 반대했고, 대한민국 국민을 살해했다. 이런 폭력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니다. 국가 폭력 행사 과정에서 '부작용(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노력하는 것, 무고(無辜)한 희생을 밝히고 위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었다고 해서 국가 폭력을 곧 '부당한 폭력'으로 간주한다면 대한민국은 국가가 아니다. 무장 반란과 무고한 희생을 구분하지 않으면 국가(국민)를 지킬 수 없다.
2025-10-23 05:00:00
[조두진의 전당열전] 대한민국 보수·우파는 진보·좌파에 왜 패하는가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거대 의석 민주당은 신인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판사는 무오류의 신(神)인가"라며 비판했다. 판사가 어떻게 신이겠나. 신이 있다면 민주당일 것이다. 특정인(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내쫓기 위해 정부조직을 바꾸고,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법안을 밀어붙이고, 마음에 안 든다고 검찰청을 없애버리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했다고 대법원장을 물러나라고 하고, 대법관 숫자를 마음대로 늘리고, 자기편 재판을 염두에 두고 현행 3심제를 허무는 사실상 4심제를 밀어붙이는 민주당이 신이 아니면 무엇이겠나. ▶ 늑대는 양을 마음대로 처분 어린 양이 냇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늑대가 나타나서 '내가 마실 물을 네가 더럽히다니. 무례한 놈이다"고 야단쳤다. 양은 잘못을 빌면서 자신은 스무 발자국 아래로 내려가서 물을 마시겠다고 말했다. 늑대는 허락하기는커녕 다른 트집을 잡았다. "작년에 내 욕을 한 것은 너였지?" "아닙니다. 작년에 저는 태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 너의 형이나 어미나 아비나 아니면 너의 식구들 중 한 놈이 내 욕을 했겠지."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 중에 누가 욕을 했다면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을 빌겠습니다." 양은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빌었지만 늑대는 양을 잡아먹었다. 17세기 프랑스 시인 라퐁텐(1621~1695)의 우화 '늑대와 어린 양' 이야기이다. 작금의 민주당 행태가 이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 강한 자는 언제나 옳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국회 윤리위원회 구성을 민주당 6명 대 국민의힘 6명 동수로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운영위에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6대 6안은 안된다. 민주당 우위로 재구성하겠다"며 파기를 선언했다. 현재 징계 논란이 나오고 있는 나경원 의원(국민의힘), 이춘석 의원·강선우 의원(민주당),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을 비롯해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 시위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를 민주당 입맛대로 하겠다는 말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 안건을 민주당 주도 표결로 저지했다. 각 교섭단체(정당) 간사는 국회 상임위에서 각 정당을 대표한다. 그래서 각 정당이 자기 당 간사를 추천하면 별 이의 없이 선임해왔다. 그런데 민주당은 의석 수를 앞세워 이 관례(慣例)를 무너뜨렸다. 민주당은 또 국민의힘이 추천한 국가인권위원 2명 선출안도 국회에서 부결시켰다. 민주당이 허락하지 않으면 야당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그럼에도 '다수결'이니 옳다고 한다. 힘센 늑대가 양에게 하는 짓과 다를 바 없다. ▶ 자신들을 위한 입법 민주당은 3대 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해병 특검법)을 비롯해 상법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 정부조직법(검찰청 폐지·기획재정부 분리 등), 방송법 개정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을 구하기 위한 입법도 눈치 보지 않는다. 형법상 배임죄 폐지는 기업 경영상 판단을 제한해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심하게 위축시킨다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돼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혐의를 면소(免訴·소송 종결)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본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에서 '행위' 항목을 삭제하려는 것도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해당 조항을 삭제할 경우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면소될 것이 확실하다. 법의 일반성과 익명성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 개인'을 위한 법안에 다름 아니다. ▶한국 보수와 진보의 차이 한국 자유 우파와 진보·좌파는 인식 자체가 다르다. 가령, 우파는 죄를 지어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면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진보·좌파는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고, 억울한 피해자 행세를 한다. 나아가 권력을 쥐게 되면 검찰청을 폐지해버린다. 권력이나 권한을 가졌더라도 자유 우파는 전례와 상식을 고려해 행동한다. 한 예로 조희대 대법원은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파기자판(破棄自判)'하지 않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만약 진보·좌파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에서 보수 대통령 후보의 사건을 재판했더라도 그렇게 판결했을까? 특정인을 구하기 위한 법, 특정인을 처벌하기 위한 '특별 재판부'까지 만들려는 사람들이 전례와 상식을 따랐을까? 곧바로 파기자판, 즉 유죄 최종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 치밀하고 전방위적 진지전 민주당만 집요한 게 아니다. 한국 좌파의 공격은 촘촘하고, 전방위적이다. 한 예가 제주 4·3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 프리덤 파이터'가 최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에서 독립영화로 인정 받지 못한 것이다. 반면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 '다시 만날, 조국'에 대해서는 독립영화로 인정했다. 영진위 위원 9명 중 5명이 '윤석열 정권 파면 촉구'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등에 참여한 인사들이다. 그 뿐인가. 논란이 되는 좌파 진영 인사가 책을 출판하면 좌파들은 떼로 구매해 '베스트셀러'를 만든다. 선동과 왜곡으로 가득한 '영화'를 만들어도 떼로 몰려가 관람한다. 하지만 우파는 밋밋하다. 논란의 중심에 선 우파 인사가 책을 내도, 절절한 심정으로 진실을 알리는 영화를 만들어도 무관심하다. 한국 진보·좌파는 자기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갖가지 '진지전(陣地戰-평소 이념 경쟁)'을 펼치지만 우파는 산산이 흩어져 한숨만 내쉰다. ▶ 늑대는 나쁘고 양은 억울한가 저 '라퐁텐의 우화' 속 늑대는 나쁜가? 어린 양은 억울한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정글이 된 한국정치에서는 강자가 되느냐, 약자로 몰리느냐가 생존과 몰락을 가를 뿐이다. 한국 우파는 그걸 모르고, 알더라도 '머리'로만 아는 것이어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그러니 '진지전'에서도 '대회전(선거)'에서도 한국 보수·우파는 패하는 것이다.
2025-10-22 18:30:00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검)의 조사를 받았던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장 A씨가 '강압·회유·수모' 수사를 원망(怨望)하는 글을 남기고 숨졌다. 이에 특검은 "A씨 조사는 이미 확보한 진술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됐고, 새로운 진술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강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월 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공무원 투신 사망에 "국민을 위해 헌신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국민과 함께 슬픔과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 여대생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구호 물자를 전달하는 활동을 하다가 이스라엘군에 체포돼 구금(拘禁)됐다는 뉴스가 나왔을 때(8일) "외교 역량을 최대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7월 25일엔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공장을 방문해 산업재해 근절을 강조하며 "월급이 300만원이라고 해서 목숨값이 300만원은 아니다. 돈보다 생명이 귀하다"고 했다. 검찰의 항소·상고 관행에 대해 "국가가 (국민에게) 왜 이리 잔인한가. 검사가 면책(免責)하려 항소·상고하는데 왜 국민들 고통을 방치하나"며 강하게 비판했다.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 된다"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특검 수사와 A면장 죽음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억울한 사람 만들지 말라고 해 놓고, 특검 수사의 강압·회유·수모를 원망하며 사람이 죽었는데 침묵(沈默)하는 것이다. 걸핏하면 '검찰 수사'를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죽음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국민 목숨과 인권도 내 편 네 편이 있고, 수사도 '어느 편이냐'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연어회덮밥과 소주로 검찰의 회유를 받았다며 난리 쳤던 민주당 의원들은 '강압·회유·수모'를 원망하며 사람이 죽은 지금 왜 침묵하나? CCTV 확인하고, 특검 하고, 국정조사 하고, 떼로 민중기 특검에 몰려가 "당장 칼춤을 멈춰라"고 농성(籠城)해야 하지 않나?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밀어붙였던 민주당이 특검에는 왜 수사권과 기소권에다 별건 수사권까지 다 쥐여줬나? 민주당의 이중성은 하늘을 찌른다.
2025-10-16 05:00:00
송재학 시인이 작품집 "습이거나 스페인"으로 '2025 통영문학상'의 한 부문인 청마문학상을, 2002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숙경 시인이 작품집 "가장자리 물억새"로 김상옥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경상남도 통영시는 청마 유치환(1908~1967)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0년 청마문학상을 제정했으며, 2015년부터 청마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김용익소설문학상 등 4개 부문 통영문학상 수상자를 매년 선정해 오고 있다. 2025년 통영문학상 시상식은 10일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으며, 김춘수시문학상은 서윤후 시인이, 김용익소설문학상은 서유미 작가가 수상했다. 청마문학상을 심사한 이하석, 김선태 심사위원은 "송재학 시인의 작품은 끊임없이 스며들고 번져가는 '습'의 기운이 어떻게 '스페인'이라는 상징적 공간에 닿는지를 찾아가는 열정"이라고 평했다. 김상옥시조문학상을 심사한 문무학, 김복근 심사위원은 "이숙경 시인은 작품을 통해 우리에 중심을 두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며, 내면의 아름다움과 에코페미니즘을 현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송재학 시인은 "허무와 의지의 대립 구조라는 우러름을 지향한 청마 문학의 정원에 제 시의 자리가 있으리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다, 제 안에서 청마의 정신을 끄집어 내고 짚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숙경 시인은 "낯선 통영에서 짧은 생활 이후 다시 찾은 통영에서 쓴 작품으로 큰 상을 받게 되었다. 그 각별한 인연에 감사하다, 모든 존재의 가치를 더욱 고귀하게 여기며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2025-10-12 12:50:38
종합 일간지 스카이데일리는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계엄군과 미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인 99명을 체포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압송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보수층 일부는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 전모(全貌)가 곧 드러나고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기사들은 사실이 아니었다. 중국인 체포 기사가 논란이 될 당시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중국 간첩을 체포한 일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믿었다. 스카이데일리가 '중국인 간첩단 검거 작전은 미 정보당국 산하 블랙옵스(black ops)팀의 작품' '검거 당시 중국인 간첩 혐의자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연행에 응해' '붙잡힌 중국인 간첩 혐의자들 중 한국 선거 가담자들은 오키나와 나하시 소재 모처로, 미국 선거 조작 가담자들은 미국 본토로 각각 압송' '검거된 중국인 간첩 혐의자들의 한국과 미국 선거 조작에 개입했다는 자백 확보' 등 구체적 내용을 적시(摘示)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여러 '잡음'이 있다. 일정한 소리를 내며 작동하는 기계에서 어느 날 '잡음'이 나면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잡음'을 무시하면 심각한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잡음을 무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잡음에 매몰되는 것도 위험하다. 스카이데일리 기사를 믿었던 많은 사람들은 잡음(해당 기사)을 체크하는 대신 곧장 심각한 고장 신호로 받아들였다. 사람이 그렇게 생겨 먹었다. 사람은 못마땅한 진실보다는 위로가 되는 거짓말을 믿고 싶어 하는 경향(傾向)이 있다.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는 것은 사기꾼의 말이 그럴듯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기꾼의 말을 믿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투자하면 큰돈이 된다"는 말에 '큰돈'에 쏠리는 셈이다. 스카이데일리 기사를 믿었던 사람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던 것이다. '중국인 99명 체포'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음모론, 천안함 좌초 또는 미군 오폭설, 사드 전자파, 광우병 사태 등 모두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마음'을 파고드는 거짓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본인 몫이다. earful@imaeil.com
2025-10-09 05:00:00
[전당열전-조두진] 기세 등등 민주당, 주저앉은 국민의힘, 이렇게 고착화되는 것일까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백약이 무효인 국민의힘 현실 국민의힘이 5년 8개월 만에 장외 투쟁을 펼쳤다. 지난 달 21일엔 대구 동대구역 집회를 열었고, 28일엔 서울 세종대로에서 집회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지만 왠지 '김 빠진 느낌'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은 선출 권력인 국회가 제1권력이라는 '서열론'을 주장하며 내란 특별재판부, 대법관 증원, 조희대 대법관 사퇴 압박 등 강수를 두고 있다. 사실상 4심 재판제 및 형법상 배임죄 폐지 등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법이라고 비판 받는 법안도 밀어붙인다. 그럼에도 각종 여론 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크게 앞서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정책 대결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서사(敍事)와 여론전 역량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이대로 주저앉게 될까? ▶ 군화가 닳아 너덜너덜해지면 볼세비키혁명(1917년 10월 혁명)은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세계 최초 공산주의 국가인 소비에트 연방 탄생을 이끈 혁명이다. 볼세비키 혁명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회적 불만과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노동자와 농민의 삶은 피폐해졌고, 중산층과 지식층의 정치·사회에 대한 불만은 극에 달했다. 여기에 제1차 세계대전으로 엄청난 전사자가 발생했고, 산업과 경제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려 시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렸다. 볼세비키는 서두르지 않았다. 징집 돼 전쟁에 나가는 병사들에게 "봉기하라"고 부추기는 대신 이들은 군복이 너덜너덜해지고, 군화가 닳아서 병사들의 발이 찢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병사들의 심신이 지치고, 곳곳에서 전선이 붕괴되기까지, 시민들의 분노가 위정자를 향할 때까지. 그러면서 그들은 러시아 사회의 변혁, 강한 러시아 재건 등을 외치며 국민적 지지를 쌓아갔다. 그리고 1917년 마침내 볼세비키는 페트로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무장 봉기를 일으켜 임시정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장악했다.(10월 혁명) ▶강철도 녹일 세월의 파괴력 현재 국민의힘은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투쟁도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한다. 더 많은 반성과 혁신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세월의 파괴력은 무시무시하다. 불같은 사랑을 싸늘한 재로 만들고, 강철마저 녹인다. 현재 민주당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이 그 폭주에 싫증과 피로감을 느끼는 날이 온다. 그때가 국민의힘이 다시 일어서는 순간일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 온갖 무리를 하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쫓아내려고 하고, 국민의힘에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우고, 정당 해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세월의 파괴력이 두렵기 때문이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까 두려운 것이다. ▶'내란 프레임'이 무너진다면… 민주당은 지난 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곧바로 '내란'으로 규정했다. 이것이 내란인지, 아닌지는 아직 재판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내란을 끊임없이 외치는 것은 처음에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해서였고, 두번째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였고, 지금은 재판부을 압박해 '내란 선고'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내란 특별 재판부'를 만들겠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란 선고가 나오면 내년 지방 선거 승리는 물론이고, 국민의힘 해산을 추진할 수 있고, 2028년 총선에서도 압승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연말쯤 나올 법원 선고에서 "직권남용은 유죄, 내란죄는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내란죄 무죄' 선고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퍼부어온 민주당의 공세는 그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민주당의 내란몰이는 억지가 되고, 그 지지자들의 '믿음'은 산산히 깨진다. 그야말로 '김'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 무엇을 언제 쏘느냐가 관건 국민의힘이 아무리 강경 투쟁을 펼쳐도, 지금은 민주당을 이기기 어렵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워낙 큰 사고를 쳤고, 탄핵까지 된 마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싸움은 단순한 힘의 대결이 아니라 타이밍과 서사의 싸움이다. 국민의힘이 각 분야별로 한올한올 세포 조직을 짜나가는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 파열음이 발생하면 기회가 온다. 그때까지 어떤 '서사'를 쌓느냐가 국민의힘의 과제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것은 의석 수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사를 쓰지 못하고, 타이밍을 잡지 못한 탓이 더 크다. ▶ 위험 하나둘이 아닌 민주당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겉보기에는 일치단결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당장 정청래 대표를 비롯해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서영교 의원 등이 연일 조희대 대법원을 향해 사퇴 공세를 펼치는 것은 언뜻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성 이미지 각인'을 위한 자기 정치이며, 이것은 이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갈 뿐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거친 공격이 국민들에게 '이재명 대통령 유죄' 심증을 굳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을 부각시킬 테니 말이다. '불의한 대통령들도 쫓아내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는 정 대표의 말처럼 대통령도 쫓아내고, 대법원장도 쫓아내겠다는 마당에 현직 대통령이라고 재판을 받지 않아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국민적 반감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조용히' 사법 리스크를 털어버리려는 이 대통령에게는 이처럼 시끄러운 상황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마 이 대통령은 정 대표의 거친 공세가 못마땅할 것이다. 무엇보다 2028년 총선에서 '더불어청래당' '명나라 위에 청나라' 소리까지 나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 여론전 역량 없이는 필패 민주당 내 갈등이 곧 국민의힘에 기회는 아니다. 국민의힘은 각 분야별로 지지기반을 촘촘하게 엮어야 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역량, 구호처럼 간결하고 생생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여론전은 대회전(大會戰)에서 쓰는 나팔 소리와 같다. 그 소리는 평원 곳곳에 흩어진 군사들(국민들)에게 단순하고 또렷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논리적이고 복잡한 설명은 혼선을 야기할 뿐이다. 국민의힘엔 이 능력이 크게 부족하다. 국힘이 민주당에 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5-10-02 06:30:00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희대 청문회'를 30일 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을 부풀리며 사퇴를 압박(壓迫)했지만 통하지 않자 청문회에 세워 망신 주려는 것이다. 민주당 바람대로 조희대 대법원장은 청문회 압박을 견디지 못해 사퇴할까? 아마 그보다는 이번 청문회를 비롯한 조희대 제거 작전으로 민주당이 '욕 바가지'를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다. 조 대법원장이 너무 유약(柔弱)하지만 않다면 말이다. 2020년 1월 2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을 임명한 표면적 이유는 '검찰 개혁'이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해 임명 5주 만에 사퇴하도록 만든 윤석열 검찰총장을 '조용히 제거'하라는 뜻이 있었다. 추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윤 총장 측근들을 날렸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부산고검으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보냈다. 조국 수사 팀과 청와대 수사 팀 핵심 인물들을 대검에서 배제(排除)해 검찰총장의 힘을 뺀 것이다. 추 장관은 또 수사지휘권을 2차례 발동해 '검-언 유착 의혹'과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및 '윤 총장 가족 연루 의혹'을 수사하게 했다. 또 윤 총장이 법무부의 감찰에 불응하고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며 직무 배제하고 징계 절차를 청구했다.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였다. 그럼에도 윤 총장은 사퇴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의 독선이 부각(浮刻)됐고, 윤 총장의 국민적 인기가 치솟았다. '조용히' 윤 총장을 제거하라고 '추 자객'을 보냈는데, 제거는커녕 온 사방에 '피 칠갑'을 하며 법석을 떤 것이다. 민주당의 '조희대 제거 작전' 역시 그렇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자객(刺客) 한 명을 보냈고, 지금은 민주당이 '다구리' 놓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도덕적 명분은 조 대법원장에게 있다. 조 대법원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이재명 대통령의 유죄(대법원 파기환송)와 대통령이라고 재판받지 않고 있다는 점만 부각될 뿐이다. 민주당과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또 한 번 온 사방에 피 칠갑을 하는 셈이다. earful@imaeil.com
2025-09-29 05:00:00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한 노동당 서열 상위의 공작원이라고 한다. 제보받은 내용이다. 제보자를 밝힐 수는 없다. 밝혀지면 제보자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근거 없는 제보라고? 공작원이 아니라고? 그렇게 떳떳하면 (정청래 대표는) 당당하게 수사 받아라. 빨리 특검 임명해서 정청래 자택·사무실 압수수색하고 지난 1년간 누구를 만나고 누구랑 통화했는지 싹 다 조사하라.」 지금 인터넷에 떠도는 '썰(說)'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북한 공작원이라니? 이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정 대표가 민주당 대표가 되는 데도 북한의 힘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아니, 앞서 그가 국회의원이 될 때부터 북한의 조력(助力)을 받지 않았다고 어떻게 장담(壯談)할 수 있나. 그가 처음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모조리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 선거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 전화 통화 했던 사람, 선거운동원들까지 빠짐없이 수사해야 한다. 이 논란은 정 대표 개인을 흔드는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아니 대한민국 기틀에 관한 문제다. 떳떳하다면 정 대표는 특검 수사를 받아야 한다. 수사를 거부한다면 구린 데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저 인터넷 '썰'과 이 칼럼 주장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나? 민주당이 하는 '짓거리'가 이렇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내쫓기 위해 한 유튜브에서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회동설을 제기하자 민주당 국회의원이 제보를 받았다며 이를 터뜨렸고, 다른 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이 '회동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문을 내자 정 대표는 "의혹 제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본인은 부인하고, 그렇다면 특검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 떳떳하면 수사받아라!"고 했다. 천안함, 세월호, 광우병 괴담, 사드 괴담,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괴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사살설 등 민주당과 친민주당 인사들이 제기하고 퍼뜨린 음모론과 괴담은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런 선동을 계속하고, 그렇게 속고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의 썰'을 사실로 믿고 싶어 한다. earful@imaeil.com
2025-09-22 05:00:00
[조두진의 전당열전]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의 협력과 투쟁은 어떤 국면으로 펼쳐질까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대통령 당부에도 반대 행보 이달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간 3자 회동에서 정청래 대표는 장동혁 대표와 악수했다. 그간 야당 지도부와 악수조차 거부해왔던 그의 변화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해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3자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정 대표님은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졌으니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24시간도 안 돼 '야당 해산'을 거론, 대통령의 당부와 거리를 둔 채, 힘으로 밀어붙일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 李 신중론, 鄭 강경 일변도 정청래 대표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 집중으로 인한 권한 남용 방지 대책이나 수사권을 원활하게 운용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 대표는 "어제 개혁했으니 오늘은 개혁하지 말자는 주장은 개혁에 대한 몰이해"라고 발언했다. ▶정청래 대표의 독자 노선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엇갈리는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통령은 '굿캅', 정 대표는 '배드캅'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일련의 기류를 보면 정 대표가 독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과거 '사이다 이재명' 이미지를 본인에게로 옮기기 위해 강성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이재명 총통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며 5년 임기를 넘어,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 집권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강력한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갖고 있고, 국회내 민주당의 압도적 의석, 당내 친명계 의원 대거 포진, 국민의힘 분열이 그 배경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출범 석달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세간에는 명나라(이재명 대통령) 위에 청나라(정청래 대표)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떠돈다. ▶ 성공한 쿠데타와 실패한 도전 중국 당나라 태종 이세민은 당나라 고조 이연의 둘째 아들로 뛰어난 군사적 능력을 보였다. 그는 황태자인 형 이건성 및 동생 이원길과 갈등이 심화되자, 현무문에서 형제들을 살해하고 아버지로부터 황위를 양위받아 당 태종이 되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왕자 쿠데타이다. 최고 권력을 넘보다가 실패한 사례도 많다.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카 도요토미 히데쓰구(豊臣秀次, 1568~1595)를 양자로 들여 후계자로 삼았다. 그러나 도요토미가 말년에 아들 히데요리(豊臣秀頼)를 얻자 양자인 히데쓰구의 후계자 입지가 흔들렸다. 이에 히데쓰구는 후계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측근들과 움직임을 보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를 반역으로 몰아 처형(자결 명령)했다. ▶겉으론 협력하지만 내부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각자 중심이 되려 한다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물론 이 대통령이 정 대표의 지분을 인정하고 양보하거나 정 대표가 대통령의 힘에 엎드린다면 충돌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는 차기 대권을 위해 자기 세력 구축을 꾀할 것이고, 이 대통령은 임기 내내 당정 일체로 국정을 이끌고, 퇴임 후에도 정치보복 걱정이 없도록 친명계 의원을 국회에 대거 심어두려고 할 것이다. 두 사람이 겉으로야 협력하겠지만 격렬하게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2028 총선 당정 갈등 불가피 내년 지방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간 큰 충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28년 총선 정국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 대통령은 친명계를 지키려 할 것이고, 정 대표는 자기 세력을 구축하려 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공천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건희 특검을 계기로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 처벌 받는 선례(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명태균씨를 통한 공천 개입 논란)가 생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제왕적 권력을 휘둘러도 이 대통령이 견제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만약 2028년 총선에서 정청래계가 대거 공천을 받는다면, 그 상황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면 민주당내 '친명체제'는 급속히 힘을 잃게 된다. 그럴 경우 이재명 정부는 정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에 속절 없이 끌려다닐 수도 있다. 그렇게 되도록 이 대통령이 손 놓고 있을까?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이 대통령은 어떤 전략을 쓸까? ▶조국 사면 전략인가, 굴복인가이재명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특별사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개적 요구, 조국혁신당의 지난 대선 불출마에 대한 보답 요구 등 정치적 압력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조국 사면에는 또 다른 전략적 배경이 있었다고 본다. 조국 비대위원장을 사면함으로써 '정청래-조국'간 충성 경쟁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실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물론이고 조국 비대위원장 역시 강공(검찰청 폐지)으로 전격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공통 지지층을 자신에게 끌어모으려는 의도라고 본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대통령을 예우하면서도 시선은 지지층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정청래·조국·김민석 경쟁 구도현재는 정청래, 조국, 김민석이 여권의 차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셋 모두 대통령과 한편이라고 주장하지만, 속내를 알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들 중 누구를 밀고, 누구를 견제할까. 만약 이 대통령이 정청래 대표와 조국 위원장을 누르려 한다면 통할까? 정청래 대표와 조국 위원장의 경쟁에서는 누가 승리할까. 조국 사면과 정치 복귀, 강성 정청래의 초반 스퍼트로 범여권 정치판은 매우 흥미로워졌다.
2025-09-18 06:30:00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로 저지했다.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는 점,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용산 관저에 갔던 점 등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나경원 간사 선임을 반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 각 교섭단체(정당) 간사는 각 정당을 대표한다. 입법 과정에서 소속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여야 간 협상과 타협을 이끈다. 그래서 각 정당이 자기 당 간사를 추천하면 별 이의 없이 선임해 왔다. 이 관례(慣例)를 무너뜨리기 위해 민주당은 다수결(多數決)을 동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하자 민주당과 조국당 의원들만 투표를 실시해 부결시켰다. 상임위에서 야당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로 부결시킨 것은 처음이다. 야당 간사 선임을 여권이 이래라저래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결'로 처리했으니 문제없다는 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논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맘대로 하자는 뜻은 전혀 아니다"며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았다. 국가 시스템을 설정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다"고 말했다. 멀쩡한 사법부가 있음에도 국회는 선출된 권력이므로 다수결로 새 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선출직이라고 해서 국회의원이 추진하는 법안이 모두 국민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간주(看做)되지는 않는다. 국민이 법안 하나하나에 동의한 것이 아니므로 정책이나 법안 추진은 신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숙의(熟議: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를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깡패 짓에 다름 아니다. 숫자 많은 게 '장땡'이라면 주먹 센 게 '장땡'인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민주당은 선출된 권력, 국회 다수석이라는 이유로 뭐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공동체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이지, 선출됐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아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다수결이라는 절차적 합법성을 명분으로 민주주의 본질을 파괴하고 있다. earful@imaeil.com
2025-09-18 05:00:00
[매일칼럼-조두진] 대화보다 갈등 정략 택한 정청래 대표
타악기는 몸에 직접 진동을 전달함으로써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유발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중국이나 중동에서는 북과 징을 전쟁에 흔히 사용했다. 군사들의 사기(士氣)를 북돋우고 단결시켜 적군을 향해 맹렬히 돌진(突進)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어를 악기에 비유하자면 '타악기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악수는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 '정당 해산 공세'를 이어가는 것,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사법 개혁을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끝내겠다"는 것,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 합의(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뒤집고 재협상을 지시한 것 등이 모두 그렇다. 지난주 54분 국회 연설에서 내란을 26차례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법조계와 학계가 우려하는 '내란특별재판부(內亂特別裁判部)' 설치를 밀어붙이는 것,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6명씩 같은 수로 합의했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안을 파기하고 윤리특위를 민주당이 주도할 수 있도록 인적 구성을 바꾸겠다는 것, 여야가 합의한 국민의힘 추천 몫 국가인권위원 2명을 부결시켜 버린 것, "1919년 건국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 내란"이라며, 극단적인 표현으로 역사를 정치 논쟁으로 삼는 것도 '타악기 소리'에 해당한다.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직에서 사퇴한 강선우 민주당 의원을 향해 "동지란 비를 함께 맞아 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자기편을 격동시키고 결집시키려는 '타악기 소리'에 다름 아니다. 갑질 피해자들이야 어떻게 느끼든 당심(黨心)을 자신에게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정 대표의 격동적인 언사(言辭)는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에 대한 공격인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의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을 '해산 대상'으로 몰아붙임으로써 '여당이 야당과 대화해야 하지 않나…'라는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타악기는 감정을 격동하고 이성을 무디게 만듦으로써 객관적 사고를 방해한다. 전장에서 타악기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대표가 시종 격동적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그가 정치를 '타협과 협력을 통한 갈등 해소와 국민 삶을 개선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갈등 조장 및 대결로 승리를 쟁취하는 수단'으로 본다는 방증(傍證)이다. 군소정당이나 야당이라면 '타악기 언어'를 써야 할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야당이 아닌 여당, 그것도 국회를 장악한 거대 여당 대표가 '북소리'를 고집하는 것은 정 대표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국민 삶과 국가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 대표는 지난주 국회 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낡은 과거의 틀을 깨고 나와 민주주의와 손을 잡아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의 반민주적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 대표 본인이다. 창·칼만 안 들었지 국회 다수 석을 무기로 마구 찌르고 베는 '칼부림 정치'를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정 대표가 '쿵쾅 쿵쾅 쿵쾅' 타악기를 고집하는 것은 조화로운 화성(和聲), 풍부한 음색(音色)을 표현하는 현악기나 건반악기, 관악기를 다룰 줄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거친 언사가 전략이 아니라 능력 부족 때문이라면 못마땅하지만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2025-09-16 05:00:00
제2회 수성구청장기 요가대회 & 수성못 요가 페스티벌이 지난 14일 오후 수성못 수상무대에서 펼쳐졌다. 이번 대회와 페스티벌은 수성구 요가회(회장 육회정) 주관으로 열렸으며, 요가를 통해 국민 건강과 화합을 도모하는 한편 수성구의 대표 문화·체육 축제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요가 페스티벌 개막식전 행사로 민라인댄스코리아(이리라 대표·대구선임지부장)가 준비한 라인 댄스(Line Dance)가 펼쳐져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60여명의 라인댄스 동호인들이 참가했으며, 잘 알려진 올드 팝송과 대중가요를 선곡해 수성못에 산책 나온 시민들도 어깨를 들썩이고 스텝을 밟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라인 댄스는 여러 명이 대열을 형성해 동일한 동작을 하는 댄스로 파트너와 짝을 짓지 않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요가 대회에는 유아·청소년부터 성인, 실버 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해 고난도의 요가 동작과 집중력으로 열띤 경연을 펼쳤다. 이어 열린 수성못 요가 페스티벌에는 요가마스터들이 출연해 싱잉볼 명상, 라인댄스 플래시몹, 태극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부대 행사로 포토존과 체험 부스, 웰컴 키트 증정 등이 마련돼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25-09-15 12:07:40
미국 이민·수사 당국이 4일(이하 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체포했다. 이후 한-미 간 석방 협상을 통해 체포됐던 사람들은 10일 오후에 한국으로 출발한다고 한다. 묘한 체포이고, 묘한 석방이다. 미국은 법에 따라 불법 취업자를 체포했고, 한국은 구금(拘禁)된 자국민을 협상으로 풀려나게 했다. 드러난 것만 보면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는 시점(時點)이다. 한국 기술자들이 편법 비자로 미국에서 일해 온 것은 취업 비자 발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에서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바이든 정부 때는 묵인됐다. 우리 정부는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3천500억달러(약 486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1천500억달려(약 200조원)의 추가 투자까지 발표했다. 그렇다면 한국 기술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고, 미국은 우리 기술자들이 더 이상 편법 비자로 일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갔다. 양국 정상회담 직후 우리 대통령실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공동 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회담이 잘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의 한국 자동차 관세는 여전히 25%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자동차는 15%를 적용받는데 말이다. 대미 투자 방식도 분명하지 않다. 농수축산물 수입에 대해서도 한-미의 발표는 차이가 있다. 공동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한 회담이 아니라 합의를 도출(導出)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우리 근로자 300여 명이 갑자기 체포된 것이 한-미 간 관세·투자 협상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우리 근로자들을 체포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만약 그 가정(假定)이 맞다면 이번에 체포된 300여 명 석방을 위해 우리 정부는 무엇을 내놓았을까? 미국이 체포한 불법 취업자를 그냥 석방했을까? 관세 합의가 잘됐다는데 관세는 여전히 높고, 거액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어떤 조건으로,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모르고, 한국인 근로자들은 무더기로 체포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earful@imaeil.com
2025-09-11 05:00:00
물새류는 부화(孵化)한 직후 처음 접한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한다고 한다. 이를 각인(imprinting)이라고 하는데, 부화 직후(부화 후 13~16시간 이내)에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에게 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다. 어미를 빠르게 인식하고, 어미를 따름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본능이다.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가 오리와 거위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을 밝혀냈다. 한 번 각인된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각인 현상이 있다. 그러나 오리나 거위, 기러기처럼 빠르고 강한 각인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요즘 일부 정치인들과 법률가들이 물새의 '각인'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자 친민주당 성향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검사장)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개혁안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라거나 "정 장관조차도 검찰에 장악(掌握)돼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개혁 5적'이라며 대통령실 민정수석, 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등도 비판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검찰의 수사가 검찰 독재, 권력의 정적(政敵) 사냥으로 각인돼 있는 모양이다. 과도한 검찰권 행사는 제한되어야 하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불기소 또는 재판에서 무죄가 날 수 있다. 극단적 가정(假定)이지만 어떤 경찰이 범죄자를 봐줄 목적으로 '대충' 수사할 수도 있다. 또 경찰은 범인을 찾고 잡는 수사에 탁월하지만 법리는 법률가인 검사에 비해 덜 전문적이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법률과 판례에 어긋나면 재판에서 유죄가 무죄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 몇몇 시민단체들은 '검찰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각인' 탓인지 현실을 외면한다. 오리나 거위는 본능에 충실할 때 생존에 유리하지만, 사람은 앞뒤를 살펴 적절히 생각을 바꿀 때 생존에 유리하지 않나. 이러다가 오리보다 못하단 소리 듣는다. earful@imaeil.com
2025-09-04 05:00:00
장동혁 대표가 가야 할 길은…내년 지방선거·2028 총선 승리가 '혁신'
탄핵반대파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에 선출됐다. 이 결과를 두고 '도로 윤석열당' '극우 정당 회귀'라고 비판하는 언론도 있고, 회복할 수 없는 '나락'이라는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을 살리자는 데는 뜻이 같다. 하지만 그 방법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쪽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을 주장한다. 또 한쪽은 탄핵찬성파들을 내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 당위론(當爲論)적 주장이다. 당위(當爲)란 '어떤 일이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규범적·윤리적 필연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디에나 이상과 현실이 공존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람 간에 불평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당위이지만, 대한민국에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불평등은 줄여가야 할 과제이지 당장 일소(一掃)할 수는 없다. ◆ 장동혁 의원을 대표로 뽑은 까닭 지금 국민의힘 처지는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의 물고기와 같은 처지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철부지급(轍鮒之急)'] 곧 물이 말라버릴 작은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라는 말이다. 당장 물 한 되(升), 한 말(斗)이 없으면 죽을 처지이고, 그렇다고 물 한 되, 한 말 만으로 살릴 수도 없다. 해결책은 지금 갖고 있는 소량의 물로 말라 죽어가는 물고기를 적시고, 그 동안 물고기를 큰 강으로 옮기는 것이다. 지금 가진 소량의 물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넘실대는 강물 모두 필요한 셈이다. 그런 상황인데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는 것은 '선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결국 죽는 길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함몰된다면 수권정당(受權政黨)으로 거듭날 수 없다. 이는 '당위'의 문제이다. 하지만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한다면 국민의힘에는 '동력'이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이 '윤 어게인 세력'과 함께 가겠다는 장동혁 후보를 선택한 것은 이상적인 선택은 아니나, 현실적 선택(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 강한 민주당, 지리멸렬한 국힘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멍에를 지고 있다. 이는 과거의 멍에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보수우파 가치와 거리가 먼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 해산시키겠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맞서야 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원) 칼날도 국힘에는 커다란 위협이다. 이는 앞에 놓인 난제다. 비상계엄과 탄핵 멍에를 벗자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해야 옳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강적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에게 맞서자면 '광장 세력'과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윤 어게인 광장 세력' '보수 유튜브' 없이 지금 국민의힘이 무엇을 할 수 있나? ◆ 장동혁 체제가 가야 할 길 강성 반탄파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되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망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 어게인 정당'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장동혁 대표가 '윤 어게인'에 함몰돼 당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그야말로 단편적인 예측이다. 전략가 장동혁이 그런 바보짓을 할 거라고? 장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 어게인' 세력을 껴안은 것은 '윤 어게인 세력'과 협력을 통한 상생 전략이었다고 본다. 장 대표의 과제는 '윤 어게인'을 뛰어넘는 동력을 국민의힘에 불어넣는 것이다. '윤 어게인' 세력을 내쳐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윤 어게인' 세력과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세련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비전을 통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혁신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에서 이기는 것, 그것이 국민의힘 혁신이다. 선거에서 지면 그 어떤 비전도, 전략도 모두 반성해야 할 허물이 될 뿐이다. 민주당이 무슨 쇄신으로 선거에서 이겼나? 선거에서 이기니 온갖 허물이 모두 '승리 요인'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 윤 전 대통령은 역사의 영역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이미 끝난 싸움이다. 이 문제는 이제 역사의 영역이다. 장동혁 국민의힘은 전선(戰線)을 '탄핵 반대'에서 '경제 활성화' '이재명 정부 폭주 차단', 정청래 민주당의 '국힘 해산 공세'와 '3대 특검 공세' 차단으로 옮겨야 한다. 새로운 고지(高地)를 놓고 싸워야지 '이미 패배한 전투'에 매달린다면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이다. 새로운 고지를 놓고 다투는 하나하나의 전투가 선거전이다.
2025-08-29 06:30:00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정치권과 경제계, 노동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경제계는 기업 활동 자유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毁損)해 일자리 감소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불법 파업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와 정부 측은 우리나라 원청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이면에는 외주 하도급의 희생이 깔려 있고, 원청 기업과 하청 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를 개선하자면 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과 직접 단체 교섭을 할 수 있고, 구조조정·경영상 결정 등과 관련한 쟁의도 가능하다. 법이 공포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노동계는 "진짜 사장(원청업체 대표) 나와라"고 외친다. 우리나라 하청업체들이 원청업체에 종속되는 구조적 이유는 대다수 하청업체들이 단순 기술 작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원청업체가 대규모 자본과 R&D 역량을 갖추고 설계,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면, 하청업체는 주로 생산 공정의 일부를 맡거나 단순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원청업체가 단가(單價)를 후려치고, 불공정 계약을 요구해도 따를 수밖에 없다. 불공정하다면 계약에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단순 기술 공장은 널렸기에 하청업체가 끌려다닐 수밖에. 원청 기업과 하청 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를 해소하자면 하청 기업이 자체 기술력과 브랜드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하청업체는 R&D 투자 여력이 부족해 새로운 기술 개발로 시장 확대는커녕 원청업체와의 계약에 매달리는 형편이다. 정보도 자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자체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한 하청업체가 기술력을 축적하고 브랜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가령, 기술개발청을 설립해 중소기업형 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인재를 육성하거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공동 기술 개발, 산학 협력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 방안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고민 대신 법을 만들어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 경영자와 싸워서 임금과 복지를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짐은 원청업체에 떠넘기고, 하청업체 근로자들 표는 자신들이 얻는 얌체 짓이다. earful@imaeil.com
2025-08-28 05:00:00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 80주년 기념식에서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나라를 팔아먹어야만 매국노가 아니다. 김형석에게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낀다. 순국선열을 욕보인 자는 이 땅에 살 자격조차 없다. 즉시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우리 해방은 1945년 연합국의 군사적 승리와 일본 패망이 직접 요인이었다. 이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려면 다음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야 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일본을 상대로 결전을 치러 이겼기에 우리가 독립을 쟁취(爭取)했나? 미국이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에 패했더라도 1945년 8월 우리가 해방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참고로, 1945년 무렵 광복군은 560여 명(최대치 추정)이었다. 당시 일본은 관동군만 100만 명이 넘었고, 전체 병력은 780만 명 이상이었다. 1919년 건국을 주장하며 1948년 건국을 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제법과 정치학에서 규정하는 국가의 구성 요소는 영토, 국민, 정부, 국제사회의 승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것을 갖추지 못했다. 1919년 건국을 주장하는 것은 '국가' 정의(定義)마저 내 마음대로 규정하겠다는 말이다. 정권이나 정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역사를 해석하면 실제 역사는 사라지고, '역사소설(허구)'만 남는다. 사실이 아닌 '역사 판타지 소설'은 부적(符籍)처럼 마음에 위안을 줄 수는 있으나 실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1894년 11월 우금치전투에서 동학군은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총알이 피해 간다고 믿고 일본군을 향해 돌진했다가 몰살됐다. 우리가 나라를 왜 잃었나. 역사와 세계 현실을 마음대로 해석·재단했기 때문이다.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는 이런 데서 느껴야 한다. 역사를 기록하고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불편하다고 진실을 외면하면 그 피해는 우리가 입는다. 독립운동의 숭고한 가치와 역사적 사실을 구별해야 한다. 독립운동은 우리 민족의 자주 정신, 오늘의 빛나는 대한민국을 건설한 자조·자립의 기반이지, 그것이 독립의 근원이었다고 한다면 역사와 현실 왜곡이다. 그런 것이 매국(賣國)이다. earful@imaeil.com
2025-08-22 05:00:00
[전당열전-조두진] 국민의힘 전한길 딜레마, 안철수 의원이 풀어야 한다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국민의힘, 윤·전 놓고 대립 전직 한국사 강사 유튜버 전한길 씨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들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전한길은 국민의힘 해산의 길"이라며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후보는 "윤어게인을 외치는 이들이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안 후보 역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전씨를 제명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내부 인사를 주적으로 삼아 총구를 겨누어선 안 된다"며 "전한길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 후보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 국민의힘 당원들, 국민의힘을 지지하거나 과거에 지지했던 국민들 사이에서도 전한길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놓고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서로 싸우다가 망한 이각·곽사 중국 후한 말, 황제(헌제-獻帝)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권력을 휘두르던 동탁이 죽자 그의 부하였던 이각(李傕)과 곽사(郭汜)는 힘을 합쳐 장안을 점령하고 실권을 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했고, 갈수록 불신이 깊어졌다. 이각은 곽사의 측근 번조(樊稠)를 죽이며 갈등을 격화시켰고, 곽사 역시 이각을 제거하려 음모를 꾸몄다. 이각이 번조를 제거한 것은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각과 곽사가 싸우는 사이 황제(헌제)가 도망쳤고, 손아귀에서 황제를 놓치자 두 사람의 정권은 정통성을 상실했다. 이후 밀어 닥친 조조 군대에 이곽과 곽사는 크게 패했다. 이각은 부하에게 살해됐으며 곽사는 도망치다가 죽음을 맞았다. 같은 편임에도 권력 다툼과 불신으로 서로 싸우다가 파멸한 것이다. ▶ 광장 보수 없이 싸울 수 있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전한길 씨를 비롯한 광장 세력, 보수 유튜브들의 투쟁으로 그나마 몸부림이라도 쳤다. 전한길을 비롯한 보수 유튜브의 반이재명, 반더불어민주당, 반탄핵 전투력을 등에 업고 반탄핵 캠페인을 펼쳤으며, 지난 대선에서도 그나마 그 정도라도 싸웠다. 문제는 보수 유튜브들이 주장하는 '윤 어게인'으로는 지지율 한계가 뚜렷하며, 앞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한길'을 비롯한 강경 보수 유튜브들을 내치자니 구심력도 없고, 싸울 사람도 없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지지층마저 떠날지 모른다.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전한길을 껴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 친여당 유튜브는 더 심하다 친민주당 성향 유튜버들의 정치 편향성, 허위 정보와 선동, 언론 기능 왜곡은 우파 유튜버 전한길씨의 행태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한 예로 김어준은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좌초설, 한동훈 사살조설, 생화학 테러 제보 등 근거가 없거나 거짓이거나 확인할 수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여론을 왜곡했다. 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이재명 대통령(민주당 대표시절부터)을 찬양하고, 민주당 의원들의 순도를 감별했다. 그는 자신이 제작해 2017년 4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부정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이들을 내치기는커녕 '김어준의 뉴스공장', '고발뉴스',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등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세 곳을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에 등록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들이) 기자실에 자리잡고, (이 대통령에)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는 소위 좌표를 찍고, 질문 영상을 자신들 채널에서 조리돌림하면서 웃음거리로 만들며, 대변인에게 정부 홍보용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서비스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의 예상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유튜버 김어준은 민주당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정치적 스피커'이자 '여론 형성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많은 공천 희망자, 국회의원이 그의 방송에 출연해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시절 그의 방송에 출연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크고, 부정적 영향력과 이미지 또한 강하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 누구도 김어준 때문에 민주당이 망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자기편 유튜버들의 명백한 잘못까지도 한목소리로 감쌈으로써 단결의 동력으로 삼는다. ▶ 국힘은 왜 서로 쳐내기 바쁜가 지금 국민의힘은 서로를 '탄핵 찬성=배신자', '탄핵 반대=내란동조 세력'으로 규정해 싸운다. 비상계엄 선포에도 자기 당 대통령을 탄핵할 수는 없다는 것이 어떻게 '내란 동조'인가? '탄핵 반대'가 곧 '비상계엄 찬성'은 아니지 않은가. 또 탄핵에 찬성했다고 배신자도 아니다. 비상계엄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대다수는 같은 편이다. 그런데 왜 서로를 쳐내지 못해 안달인가? 서로 싸운 결과가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이고 탄핵이었다. 전한길씨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한길을 당의 '동력'으로 삼아야지, 쳐내느냐 마느냐로 싸울 일이 아니다. ▶ 안철수와 전한길 만나야 한다 이른바 '윤 어게인'이 '윤석열 전 대통령 정계 복귀'를 의미한다면,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이미 끝난 싸움이다. 그걸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자해(自害)일 뿐이다. 하지만 '윤 어게인'이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막고, 보수우파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른 길로 이끌자는 상징적 '슬로건'이라면 공감한다. 다만 그 정신을 담은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 안철수 의원과 전한길씨가 만나야 한다. 전당대회 전(前)도 좋고 이후도 좋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뜻을 합칠 건 합치고, 차이는 서로 다듬어야 한다. 김문수, 장동혁, 전한길이 힘을 합치면 지지율 40%를 회복하겠지만, 안철수, 김문수, 장동혁, 전한길이 힘을 합치면 지지율 50%도 노릴 수 있다고 본다. 저 이각과 곽사의 파멸을 보라.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힘을 합쳐야 한다.
2025-08-21 06:30:00
이재명 대통령이 '입시 비리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범' 윤미향 전 국회의원을 사면(赦免)했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는 데 딱 정해진 기준은 없다. 일반적으로는 ▷범죄의 종류와 죄질 ▷형 집행 기간 ▷피사면자의 태도와 반성 ▷국민 통합 및 화합·사회적 필요성 등을 고려해 행한다. 조국 전 대표와 윤 전 의원의 경우 납득할 만한 사면 사유를 찾아볼 수 없다. 조 전 대표는 자식 또래의 제자를 가르치는 대학교수 신분이었음에도 배우자 정경심 교수와 함께 딸과 아들을 위해 입시 비리를 저질렀다. 아들의 대학 온라인 시험을 대신 쳐 주기도 했고, 비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켜 직권남용 유죄 선고도 받았다. 윤 전 의원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후원금을 빼돌려 쓴 혐의(嫌疑)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른 돈도 아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써 달라는 돈을 빼돌린 것은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힘든 범죄다. 두 사람은 반성하기는커녕 '희생자'인 양 정의로운 척했다. 조 전 대표는 정치적 수사라며 검찰을 비난했고, 윤 전 의원은 "저것들이 나를 물어뜯는다"며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재판이 늘어지면서 윤미향은 국회의원 임기를 모두 채웠고, 조국은 당 대표가 되고, 국회의원이 됐다. 윤미향은 집행유예로 감옥에 가지 않았고, 조국은 형기(刑期)를 고작 3분의 1만 채우고 풀려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미향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황당하기조차 한 판단"이라며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입시 범죄가 평등과 공정, 정의인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을 횡령한 것이 정의였나? 이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남짓 만에 반성도 않는 조국과 윤미향을 사면하는 것이 평등, 공정, 정의에 부합하나. 이른바 한국에서 '진보'를 참칭(僭稱)하는 자들의 행태가 이렇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자칭 진보라는 자들 대다수는 입으로 '정의'와 '이웃 사랑'을 쉼 없이 떠벌리지만 행동은 정반대다. 이들의 이중성은 정말 징글징글하다. earful@imaeil.com
2025-08-14 05:00:00
[매일칼럼-조두진] 현 대통령을 위한 법, 전 대통령을 겨냥한 법
지배에는 몇 가지 형태가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의 지배(Rule of Law)'만이 정당성을 지닌다. 모든 개인은 법의 지배를 받으며, 권력 역시 법에 복종하지 않을 경우 '정당한 지배'로 인정되지 않는다. 나라마다 역사·문화 환경에 따라 '법률'이 다를 수는 있지만, 동일한 국가 내에서 권력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취향,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률'이 바뀐다면 정당성을 상실(喪失)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지배(Rule by Law)'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법의 지배'나 '법을 이용한 지배' 모두 법에 따른 지배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법의 지배'가 만인에게 동일하게 법이 적용되는 것이라면 '법을 이용한 지배'는 특정인을 겨냥하거나 또는 통치 수단으로 새롭게 법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형식적으로 합법일 뿐 내용상 정당성은 없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허위사실공표죄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겠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은 특정인(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적 처벌을 막기 위해 새롭게 마련한 법률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내 신상(身上)과 관련된 법안은 무리해서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멈춘 상태지만, 언제든 국회 본회의 통과 및 대통령 공포(公布)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3개 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을 공포했다. 지금까지 '특검'은 검찰과 경찰이 권력형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숨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야당이 농성, 단식, 대국민 호소 등을 통해 얻어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주당이 야당 시절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을 줄기차게 발의(發議)한 것은 타당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음에도 굳이 특검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3대 특검법의 특별검사는 모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비교적 수사에 중립적인 '검·경'이 아니라 정부·여당 입맛에 맞는 검사에게 수사를 맡기기 위해 특검법을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법을 이용한 수사인 셈이다. '내란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12·3 비상계엄 과정의 문제점들은 검·경 수사로 이미 사실관계가 거의 다 드러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있더라도 검·경 수사를 방해하거나 막을 '권력'은 사라졌다. 그런데 굳이 특검으로 윤석열 정부 공직자들과 야당 의원들, 군인과 경찰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내란 프레임'으로 이용하기 위한, 법을 이용한 정치라고 본다. 자신들이 추천한 검사가 수사하는 3대 특검도 모자라 민주당은 이제 '특별 재판부'도 설치할 수 있다고 압박(壓迫)한다.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棄却)되자, 특검이 원하는 구속영장 발부와 민주당 입맛에 맞는 수사를 돕기 위해 임시 재판부를 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법 적용의 본질은 일반성이다. 특정인을 구하기 위한 법, 특정인을 겨냥한 법에 의한 수사와 판결은 공정성을 담보(擔保)할 수 없다. 이는 국정 운영 실력이 아니라 지지층이 기뻐할 '분풀이'로 점수를 얻으려는 얄팍한 행태로 보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나 쓰던 '입법 칼싸움'이 아니라, 국정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야당식 칼싸움'을 고집하려면 정부·여당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2025-08-1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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