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진 논설위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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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두진의 전당열전]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의 협력과 투쟁은 어떤 국면으로 펼쳐질까

    [조두진의 전당열전]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의 협력과 투쟁은 어떤 국면으로 펼쳐질까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대통령 당부에도 반대 행보 이달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간 3자 회동에서 정청래 대표는 장동혁 대표와 악수했다. 그간 야당 지도부와 악수조차 거부해왔던 그의 변화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해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3자 회동에서 이 대통령이 "정 대표님은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졌으니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24시간도 안 돼 '야당 해산'을 거론, 대통령의 당부와 거리를 둔 채, 힘으로 밀어붙일 의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 李 신중론, 鄭 강경 일변도 정청래 대표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 집중으로 인한 권한 남용 방지 대책이나 수사권을 원활하게 운용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 대표는 "어제 개혁했으니 오늘은 개혁하지 말자는 주장은 개혁에 대한 몰이해"라고 발언했다. ▶정청래 대표의 독자 노선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엇갈리는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통령은 '굿캅', 정 대표는 '배드캅'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일련의 기류를 보면 정 대표가 독자 행보에 나서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과거 '사이다 이재명' 이미지를 본인에게로 옮기기 위해 강성 행보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이재명 총통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며 5년 임기를 넘어,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 집권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대통령이 강력한 대중적 지지 기반을 갖고 있고, 국회내 민주당의 압도적 의석, 당내 친명계 의원 대거 포진, 국민의힘 분열이 그 배경이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출범 석달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세간에는 명나라(이재명 대통령) 위에 청나라(정청래 대표)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떠돈다. ▶ 성공한 쿠데타와 실패한 도전 중국 당나라 태종 이세민은 당나라 고조 이연의 둘째 아들로 뛰어난 군사적 능력을 보였다. 그는 황태자인 형 이건성 및 동생 이원길과 갈등이 심화되자, 현무문에서 형제들을 살해하고 아버지로부터 황위를 양위받아 당 태종이 되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왕자 쿠데타이다. 최고 권력을 넘보다가 실패한 사례도 많다.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자식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카 도요토미 히데쓰구(豊臣秀次, 1568~1595)를 양자로 들여 후계자로 삼았다. 그러나 도요토미가 말년에 아들 히데요리(豊臣秀頼)를 얻자 양자인 히데쓰구의 후계자 입지가 흔들렸다. 이에 히데쓰구는 후계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측근들과 움직임을 보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를 반역으로 몰아 처형(자결 명령)했다. ▶겉으론 협력하지만 내부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가 각자 중심이 되려 한다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물론 이 대통령이 정 대표의 지분을 인정하고 양보하거나 정 대표가 대통령의 힘에 엎드린다면 충돌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 대표는 차기 대권을 위해 자기 세력 구축을 꾀할 것이고, 이 대통령은 임기 내내 당정 일체로 국정을 이끌고, 퇴임 후에도 정치보복 걱정이 없도록 친명계 의원을 국회에 대거 심어두려고 할 것이다. 두 사람이 겉으로야 협력하겠지만 격렬하게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2028 총선 당정 갈등 불가피 내년 지방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간 큰 충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2028년 총선 정국이 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 대통령은 친명계를 지키려 할 것이고, 정 대표는 자기 세력을 구축하려 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공천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건희 특검을 계기로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 처벌 받는 선례(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명태균씨를 통한 공천 개입 논란)가 생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청래 대표가 공천 과정에서 제왕적 권력을 휘둘러도 이 대통령이 견제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만약 2028년 총선에서 정청래계가 대거 공천을 받는다면, 그 상황에서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면 민주당내 '친명체제'는 급속히 힘을 잃게 된다. 그럴 경우 이재명 정부는 정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에 속절 없이 끌려다닐 수도 있다. 그렇게 되도록 이 대통령이 손 놓고 있을까?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이 대통령은 어떤 전략을 쓸까? ▶조국 사면 전략인가, 굴복인가이재명 대통령은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특별사면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개적 요구, 조국혁신당의 지난 대선 불출마에 대한 보답 요구 등 정치적 압력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조국 사면에는 또 다른 전략적 배경이 있었다고 본다. 조국 비대위원장을 사면함으로써 '정청래-조국'간 충성 경쟁을 기대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실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물론이고 조국 비대위원장 역시 강공(검찰청 폐지)으로 전격전을 펼치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공통 지지층을 자신에게 끌어모으려는 의도라고 본다. 두 사람 모두 이재명 대통령을 예우하면서도 시선은 지지층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정청래·조국·김민석 경쟁 구도현재는 정청래, 조국, 김민석이 여권의 차기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셋 모두 대통령과 한편이라고 주장하지만, 속내를 알 수는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들 중 누구를 밀고, 누구를 견제할까. 만약 이 대통령이 정청래 대표와 조국 위원장을 누르려 한다면 통할까? 정청래 대표와 조국 위원장의 경쟁에서는 누가 승리할까. 조국 사면과 정치 복귀, 강성 정청래의 초반 스퍼트로 범여권 정치판은 매우 흥미로워졌다.

    2025-09-18 06:30:00

  • [야고부-조두진] 국회의원이 깡패인가

    [야고부-조두진] 국회의원이 깡패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로 저지했다. 2019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징역 2년을 구형받았다는 점,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용산 관저에 갔던 점 등을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나경원 간사 선임을 반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 각 교섭단체(정당) 간사는 각 정당을 대표한다. 입법 과정에서 소속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여야 간 협상과 타협을 이끈다. 그래서 각 정당이 자기 당 간사를 추천하면 별 이의 없이 선임해 왔다. 이 관례(慣例)를 무너뜨리기 위해 민주당은 다수결(多數決)을 동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하자 민주당과 조국당 의원들만 투표를 실시해 부결시켰다. 상임위에서 야당 간사 선임 안건을 표결로 부결시킨 것은 처음이다. 야당 간사 선임을 여권이 이래라저래라 한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결'로 처리했으니 문제없다는 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위헌 논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이냐. 사법부 독립은 사법부 맘대로 하자는 뜻은 전혀 아니다"며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았다. 국가 시스템을 설정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다"고 말했다. 멀쩡한 사법부가 있음에도 국회는 선출된 권력이므로 다수결로 새 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선출직이라고 해서 국회의원이 추진하는 법안이 모두 국민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간주(看做)되지는 않는다. 국민이 법안 하나하나에 동의한 것이 아니므로 정책이나 법안 추진은 신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숙의(熟議: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의논)'를 거쳐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다수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깡패 짓에 다름 아니다. 숫자 많은 게 '장땡'이라면 주먹 센 게 '장땡'인 것과 다를 바 없으니 말이다. 민주당은 선출된 권력, 국회 다수석이라는 이유로 뭐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은 공동체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이지, 선출됐으니 마음대로 하라는 말이 아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다수결이라는 절차적 합법성을 명분으로 민주주의 본질을 파괴하고 있다. earful@imaeil.com

    2025-09-18 05:00:00

  • [매일칼럼-조두진] 대화보다 갈등 정략 택한 정청래 대표

    [매일칼럼-조두진] 대화보다 갈등 정략 택한 정청래 대표

    타악기는 몸에 직접 진동을 전달함으로써 즉각적인 감정 반응을 유발한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중국이나 중동에서는 북과 징을 전쟁에 흔히 사용했다. 군사들의 사기(士氣)를 북돋우고 단결시켜 적군을 향해 맹렬히 돌진(突進)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어를 악기에 비유하자면 '타악기 소리'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악수는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 '정당 해산 공세'를 이어가는 것, "검찰 개혁, 언론 개혁, 사법 개혁을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끝내겠다"는 것,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 합의(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합의)를 뒤집고 재협상을 지시한 것 등이 모두 그렇다. 지난주 54분 국회 연설에서 내란을 26차례 언급한 것도 마찬가지다. 법조계와 학계가 우려하는 '내란특별재판부(內亂特別裁判部)' 설치를 밀어붙이는 것,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6명씩 같은 수로 합의했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안을 파기하고 윤리특위를 민주당이 주도할 수 있도록 인적 구성을 바꾸겠다는 것, 여야가 합의한 국민의힘 추천 몫 국가인권위원 2명을 부결시켜 버린 것, "1919년 건국을 부정하는 것은 역사 내란"이라며, 극단적인 표현으로 역사를 정치 논쟁으로 삼는 것도 '타악기 소리'에 해당한다. 갑질 논란으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직에서 사퇴한 강선우 민주당 의원을 향해 "동지란 비를 함께 맞아 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자기편을 격동시키고 결집시키려는 '타악기 소리'에 다름 아니다. 갑질 피해자들이야 어떻게 느끼든 당심(黨心)을 자신에게 결집시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정 대표의 격동적인 언사(言辭)는 국민의힘과 그 지지층에 대한 공격인 동시에 민주당 지지층과 중도층의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을 '해산 대상'으로 몰아붙임으로써 '여당이 야당과 대화해야 하지 않나…'라는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타악기는 감정을 격동하고 이성을 무디게 만듦으로써 객관적 사고를 방해한다. 전장에서 타악기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 대표가 시종 격동적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그가 정치를 '타협과 협력을 통한 갈등 해소와 국민 삶을 개선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갈등 조장 및 대결로 승리를 쟁취하는 수단'으로 본다는 방증(傍證)이다. 군소정당이나 야당이라면 '타악기 언어'를 써야 할 때가 더러 있다. 하지만 야당이 아닌 여당, 그것도 국회를 장악한 거대 여당 대표가 '북소리'를 고집하는 것은 정 대표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는 유리할지 몰라도 국민 삶과 국가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 대표는 지난주 국회 연설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낡은 과거의 틀을 깨고 나와 민주주의와 손을 잡아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의 반민주적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 대표 본인이다. 창·칼만 안 들었지 국회 다수 석을 무기로 마구 찌르고 베는 '칼부림 정치'를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정 대표가 '쿵쾅 쿵쾅 쿵쾅' 타악기를 고집하는 것은 조화로운 화성(和聲), 풍부한 음색(音色)을 표현하는 현악기나 건반악기, 관악기를 다룰 줄 모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의 거친 언사가 전략이 아니라 능력 부족 때문이라면 못마땅하지만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2025-09-16 05:00:00

  • 대구 수성못에서 펼쳐진 요가와 댄스 향연

    대구 수성못에서 펼쳐진 요가와 댄스 향연

    제2회 수성구청장기 요가대회 & 수성못 요가 페스티벌이 지난 14일 오후 수성못 수상무대에서 펼쳐졌다. 이번 대회와 페스티벌은 수성구 요가회(회장 육회정) 주관으로 열렸으며, 요가를 통해 국민 건강과 화합을 도모하는 한편 수성구의 대표 문화·체육 축제로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요가 페스티벌 개막식전 행사로 민라인댄스코리아(이리라 대표·대구선임지부장)가 준비한 라인 댄스(Line Dance)가 펼쳐져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60여명의 라인댄스 동호인들이 참가했으며, 잘 알려진 올드 팝송과 대중가요를 선곡해 수성못에 산책 나온 시민들도 어깨를 들썩이고 스텝을 밟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라인 댄스는 여러 명이 대열을 형성해 동일한 동작을 하는 댄스로 파트너와 짝을 짓지 않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요가 대회에는 유아·청소년부터 성인, 실버 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해 고난도의 요가 동작과 집중력으로 열띤 경연을 펼쳤다. 이어 열린 수성못 요가 페스티벌에는 요가마스터들이 출연해 싱잉볼 명상, 라인댄스 플래시몹, 태극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부대 행사로 포토존과 체험 부스, 웰컴 키트 증정 등이 마련돼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25-09-15 12:07:40

  • [야고부-조두진] 묘한 체포, 묘한 석방

    [야고부-조두진] 묘한 체포, 묘한 석방

    미국 이민·수사 당국이 4일(이하 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을 체포했다. 이후 한-미 간 석방 협상을 통해 체포됐던 사람들은 10일 오후에 한국으로 출발한다고 한다. 묘한 체포이고, 묘한 석방이다. 미국은 법에 따라 불법 취업자를 체포했고, 한국은 구금(拘禁)된 자국민을 협상으로 풀려나게 했다. 드러난 것만 보면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는 시점(時點)이다. 한국 기술자들이 편법 비자로 미국에서 일해 온 것은 취업 비자 발급이 원활치 못한 상황에서 공기(工期)를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바이든 정부 때는 묵인됐다. 우리 정부는 관세 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3천500억달러(약 486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1천500억달려(약 200조원)의 추가 투자까지 발표했다. 그렇다면 한국 기술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고, 미국은 우리 기술자들이 더 이상 편법 비자로 일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로 갔다. 양국 정상회담 직후 우리 대통령실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공동 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회담이 잘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의 한국 자동차 관세는 여전히 25%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 자동차는 15%를 적용받는데 말이다. 대미 투자 방식도 분명하지 않다. 농수축산물 수입에 대해서도 한-미의 발표는 차이가 있다. 공동 합의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성공한 회담이 아니라 합의를 도출(導出)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우리 근로자 300여 명이 갑자기 체포된 것이 한-미 간 관세·투자 협상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우리 근로자들을 체포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만약 그 가정(假定)이 맞다면 이번에 체포된 300여 명 석방을 위해 우리 정부는 무엇을 내놓았을까? 미국이 체포한 불법 취업자를 그냥 석방했을까? 관세 합의가 잘됐다는데 관세는 여전히 높고, 거액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어떤 조건으로,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모르고, 한국인 근로자들은 무더기로 체포됐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earful@imaeil.com

    2025-09-11 05:00:00

  • [야고부-조두진] 오리가 되어버린 사람들

    [야고부-조두진] 오리가 되어버린 사람들

    물새류는 부화(孵化)한 직후 처음 접한 움직이는 대상을 어미로 인식한다고 한다. 이를 각인(imprinting)이라고 하는데, 부화 직후(부화 후 13~16시간 이내)에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에게 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다. 어미를 빠르게 인식하고, 어미를 따름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이려는 본능이다. 오스트리아의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가 오리와 거위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을 밝혀냈다. 한 번 각인된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서도 각인 현상이 있다. 그러나 오리나 거위, 기러기처럼 빠르고 강한 각인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요즘 일부 정치인들과 법률가들이 물새의 '각인'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찰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자 친민주당 성향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검사장)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의 개혁안에 대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수준"이라거나 "정 장관조차도 검찰에 장악(掌握)돼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개혁 5적'이라며 대통령실 민정수석, 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등도 비판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검찰의 수사가 검찰 독재, 권력의 정적(政敵) 사냥으로 각인돼 있는 모양이다. 과도한 검찰권 행사는 제한되어야 하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불기소 또는 재판에서 무죄가 날 수 있다. 극단적 가정(假定)이지만 어떤 경찰이 범죄자를 봐줄 목적으로 '대충' 수사할 수도 있다. 또 경찰은 범인을 찾고 잡는 수사에 탁월하지만 법리는 법률가인 검사에 비해 덜 전문적이다.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법률과 판례에 어긋나면 재판에서 유죄가 무죄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 몇몇 시민단체들은 '검찰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각인' 탓인지 현실을 외면한다. 오리나 거위는 본능에 충실할 때 생존에 유리하지만, 사람은 앞뒤를 살펴 적절히 생각을 바꿀 때 생존에 유리하지 않나. 이러다가 오리보다 못하단 소리 듣는다. earful@imaeil.com

    2025-09-04 05:00:00

  • 장동혁 대표가 가야 할 길은…내년 지방선거·2028 총선 승리가 '혁신'

    장동혁 대표가 가야 할 길은…내년 지방선거·2028 총선 승리가 '혁신'

    탄핵반대파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에 선출됐다. 이 결과를 두고 '도로 윤석열당' '극우 정당 회귀'라고 비판하는 언론도 있고, 회복할 수 없는 '나락'이라는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국민의힘을 살리자는 데는 뜻이 같다. 하지만 그 방법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쪽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을 주장한다. 또 한쪽은 탄핵찬성파들을 내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쪽 모두 당위론(當爲論)적 주장이다. 당위(當爲)란 '어떤 일이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규범적·윤리적 필연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디에나 이상과 현실이 공존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사람 간에 불평등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당위이지만, 대한민국에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불평등은 줄여가야 할 과제이지 당장 일소(一掃)할 수는 없다. ◆ 장동혁 의원을 대표로 뽑은 까닭 지금 국민의힘 처지는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의 물고기와 같은 처지이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철부지급(轍鮒之急)'] 곧 물이 말라버릴 작은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라는 말이다. 당장 물 한 되(升), 한 말(斗)이 없으면 죽을 처지이고, 그렇다고 물 한 되, 한 말 만으로 살릴 수도 없다. 해결책은 지금 갖고 있는 소량의 물로 말라 죽어가는 물고기를 적시고, 그 동안 물고기를 큰 강으로 옮기는 것이다. 지금 가진 소량의 물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넘실대는 강물 모두 필요한 셈이다. 그런 상황인데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는 것은 '선한 생각'일지는 몰라도 결국 죽는 길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함몰된다면 수권정당(受權政黨)으로 거듭날 수 없다. 이는 '당위'의 문제이다. 하지만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한다면 국민의힘에는 '동력'이 없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이 '윤 어게인 세력'과 함께 가겠다는 장동혁 후보를 선택한 것은 이상적인 선택은 아니나, 현실적 선택(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 강한 민주당, 지리멸렬한 국힘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이라는 멍에를 지고 있다. 이는 과거의 멍에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보수우파 가치와 거리가 먼 정책을 밀어붙이는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 해산시키겠다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맞서야 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해병대원) 칼날도 국힘에는 커다란 위협이다. 이는 앞에 놓인 난제다. 비상계엄과 탄핵 멍에를 벗자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해야 옳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강적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에게 맞서자면 '광장 세력'과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 '윤 어게인 광장 세력' '보수 유튜브' 없이 지금 국민의힘이 무엇을 할 수 있나? ◆ 장동혁 체제가 가야 할 길 강성 반탄파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되자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하는 바람에 망하게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윤 어게인 정당'이 돼 버렸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장동혁 대표가 '윤 어게인'에 함몰돼 당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면 그야말로 단편적인 예측이다. 전략가 장동혁이 그런 바보짓을 할 거라고? 장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 어게인' 세력을 껴안은 것은 '윤 어게인 세력'과 협력을 통한 상생 전략이었다고 본다. 장 대표의 과제는 '윤 어게인'을 뛰어넘는 동력을 국민의힘에 불어넣는 것이다. '윤 어게인' 세력을 내쳐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윤 어게인' 세력과 미래를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세련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비전을 통해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혁신이다.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에서 이기는 것, 그것이 국민의힘 혁신이다. 선거에서 지면 그 어떤 비전도, 전략도 모두 반성해야 할 허물이 될 뿐이다. 민주당이 무슨 쇄신으로 선거에서 이겼나? 선거에서 이기니 온갖 허물이 모두 '승리 요인'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 윤 전 대통령은 역사의 영역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이미 끝난 싸움이다. 이 문제는 이제 역사의 영역이다. 장동혁 국민의힘은 전선(戰線)을 '탄핵 반대'에서 '경제 활성화' '이재명 정부 폭주 차단', 정청래 민주당의 '국힘 해산 공세'와 '3대 특검 공세' 차단으로 옮겨야 한다. 새로운 고지(高地)를 놓고 싸워야지 '이미 패배한 전투'에 매달린다면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이다. 새로운 고지를 놓고 다투는 하나하나의 전투가 선거전이다.

    2025-08-29 06:30:00

  • [야고부-조두진] 노란봉투법 얌체 짓

    [야고부-조두진] 노란봉투법 얌체 짓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정치권과 경제계, 노동계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경제계는 기업 활동 자유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毁損)해 일자리 감소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불법 파업이 일상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와 정부 측은 우리나라 원청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이면에는 외주 하도급의 희생이 깔려 있고, 원청 기업과 하청 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를 개선하자면 노란봉투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 확대'다.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과 직접 단체 교섭을 할 수 있고, 구조조정·경영상 결정 등과 관련한 쟁의도 가능하다. 법이 공포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노동계는 "진짜 사장(원청업체 대표) 나와라"고 외친다. 우리나라 하청업체들이 원청업체에 종속되는 구조적 이유는 대다수 하청업체들이 단순 기술 작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원청업체가 대규모 자본과 R&D 역량을 갖추고 설계, 기술 개발을 주도한다면, 하청업체는 주로 생산 공정의 일부를 맡거나 단순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원청업체가 단가(單價)를 후려치고, 불공정 계약을 요구해도 따를 수밖에 없다. 불공정하다면 계약에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단순 기술 공장은 널렸기에 하청업체가 끌려다닐 수밖에. 원청 기업과 하청 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를 해소하자면 하청 기업이 자체 기술력과 브랜드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하청업체는 R&D 투자 여력이 부족해 새로운 기술 개발로 시장 확대는커녕 원청업체와의 계약에 매달리는 형편이다. 정보도 자본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자체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한 하청업체가 기술력을 축적하고 브랜드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가령, 기술개발청을 설립해 중소기업형 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인재를 육성하거나,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공동 기술 개발, 산학 협력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런 방안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고민 대신 법을 만들어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업체 경영자와 싸워서 임금과 복지를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은 짐은 원청업체에 떠넘기고, 하청업체 근로자들 표는 자신들이 얻는 얌체 짓이다. earful@imaeil.com

    2025-08-28 05:00:00

  • [야고부-조두진] 정치가 쓰는 판타지 소설

    [야고부-조두진] 정치가 쓰는 판타지 소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 80주년 기념식에서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나라를 팔아먹어야만 매국노가 아니다. 김형석에게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느낀다. 순국선열을 욕보인 자는 이 땅에 살 자격조차 없다. 즉시 파면하라"고 주장했다. 우리 해방은 1945년 연합국의 군사적 승리와 일본 패망이 직접 요인이었다. 이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려면 다음 질문에 '그렇다'고 답해야 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이 일본을 상대로 결전을 치러 이겼기에 우리가 독립을 쟁취(爭取)했나? 미국이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에 패했더라도 1945년 8월 우리가 해방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참고로, 1945년 무렵 광복군은 560여 명(최대치 추정)이었다. 당시 일본은 관동군만 100만 명이 넘었고, 전체 병력은 780만 명 이상이었다. 1919년 건국을 주장하며 1948년 건국을 부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제법과 정치학에서 규정하는 국가의 구성 요소는 영토, 국민, 정부, 국제사회의 승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것을 갖추지 못했다. 1919년 건국을 주장하는 것은 '국가' 정의(定義)마저 내 마음대로 규정하겠다는 말이다. 정권이나 정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역사를 해석하면 실제 역사는 사라지고, '역사소설(허구)'만 남는다. 사실이 아닌 '역사 판타지 소설'은 부적(符籍)처럼 마음에 위안을 줄 수는 있으나 실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1894년 11월 우금치전투에서 동학군은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총알이 피해 간다고 믿고 일본군을 향해 돌진했다가 몰살됐다. 우리가 나라를 왜 잃었나. 역사와 세계 현실을 마음대로 해석·재단했기 때문이다.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는 이런 데서 느껴야 한다. 역사를 기록하고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불편하다고 진실을 외면하면 그 피해는 우리가 입는다. 독립운동의 숭고한 가치와 역사적 사실을 구별해야 한다. 독립운동은 우리 민족의 자주 정신, 오늘의 빛나는 대한민국을 건설한 자조·자립의 기반이지, 그것이 독립의 근원이었다고 한다면 역사와 현실 왜곡이다. 그런 것이 매국(賣國)이다. earful@imaeil.com

    2025-08-22 05:00:00

  • [전당열전-조두진] 국민의힘 전한길 딜레마, 안철수 의원이 풀어야 한다

    [전당열전-조두진] 국민의힘 전한길 딜레마, 안철수 의원이 풀어야 한다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국민의힘, 윤·전 놓고 대립 전직 한국사 강사 유튜버 전한길 씨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들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전한길은 국민의힘 해산의 길"이라며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후보는 "윤어게인을 외치는 이들이 당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며 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안 후보 역시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전씨를 제명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문수·장동혁 후보는 "내부 인사를 주적으로 삼아 총구를 겨누어선 안 된다"며 "전한길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 대표 후보들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 국민의힘 당원들, 국민의힘을 지지하거나 과거에 지지했던 국민들 사이에서도 전한길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 문제를 놓고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서로 싸우다가 망한 이각·곽사 중국 후한 말, 황제(헌제-獻帝)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권력을 휘두르던 동탁이 죽자 그의 부하였던 이각(李傕)과 곽사(郭汜)는 힘을 합쳐 장안을 점령하고 실권을 잡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를 경계했고, 갈수록 불신이 깊어졌다. 이각은 곽사의 측근 번조(樊稠)를 죽이며 갈등을 격화시켰고, 곽사 역시 이각을 제거하려 음모를 꾸몄다. 이각이 번조를 제거한 것은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이각과 곽사가 싸우는 사이 황제(헌제)가 도망쳤고, 손아귀에서 황제를 놓치자 두 사람의 정권은 정통성을 상실했다. 이후 밀어 닥친 조조 군대에 이곽과 곽사는 크게 패했다. 이각은 부하에게 살해됐으며 곽사는 도망치다가 죽음을 맞았다. 같은 편임에도 권력 다툼과 불신으로 서로 싸우다가 파멸한 것이다. ▶ 광장 보수 없이 싸울 수 있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전한길 씨를 비롯한 광장 세력, 보수 유튜브들의 투쟁으로 그나마 몸부림이라도 쳤다. 전한길을 비롯한 보수 유튜브의 반이재명, 반더불어민주당, 반탄핵 전투력을 등에 업고 반탄핵 캠페인을 펼쳤으며, 지난 대선에서도 그나마 그 정도라도 싸웠다. 문제는 보수 유튜브들이 주장하는 '윤 어게인'으로는 지지율 한계가 뚜렷하며, 앞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한길'을 비롯한 강경 보수 유튜브들을 내치자니 구심력도 없고, 싸울 사람도 없고, 그나마 남아 있는 지지층마저 떠날지 모른다.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전한길을 껴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 친여당 유튜브는 더 심하다 친민주당 성향 유튜버들의 정치 편향성, 허위 정보와 선동, 언론 기능 왜곡은 우파 유튜버 전한길씨의 행태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한 예로 김어준은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좌초설, 한동훈 사살조설, 생화학 테러 제보 등 근거가 없거나 거짓이거나 확인할 수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여론을 왜곡했다. 또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이재명 대통령(민주당 대표시절부터)을 찬양하고, 민주당 의원들의 순도를 감별했다. 그는 자신이 제작해 2017년 4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더 플랜'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부정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이들을 내치기는커녕 '김어준의 뉴스공장', '고발뉴스',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등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 세 곳을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에 등록했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들이) 기자실에 자리잡고, (이 대통령에) 비판적인 질문을 하는 기자는 소위 좌표를 찍고, 질문 영상을 자신들 채널에서 조리돌림하면서 웃음거리로 만들며, 대변인에게 정부 홍보용 발언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서비스하기 위함"이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의 예상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유튜버 김어준은 민주당 강성 당원들 사이에서 '정치적 스피커'이자 '여론 형성자'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수많은 공천 희망자, 국회의원이 그의 방송에 출연해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시절 그의 방송에 출연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크고, 부정적 영향력과 이미지 또한 강하다. 그럼에도 민주당 의원들 누구도 김어준 때문에 민주당이 망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자기편 유튜버들의 명백한 잘못까지도 한목소리로 감쌈으로써 단결의 동력으로 삼는다. ▶ 국힘은 왜 서로 쳐내기 바쁜가 지금 국민의힘은 서로를 '탄핵 찬성=배신자', '탄핵 반대=내란동조 세력'으로 규정해 싸운다. 비상계엄 선포에도 자기 당 대통령을 탄핵할 수는 없다는 것이 어떻게 '내란 동조'인가? '탄핵 반대'가 곧 '비상계엄 찬성'은 아니지 않은가. 또 탄핵에 찬성했다고 배신자도 아니다. 비상계엄에 반대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대다수는 같은 편이다. 그런데 왜 서로를 쳐내지 못해 안달인가? 서로 싸운 결과가 윤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비상계엄이고 탄핵이었다. 전한길씨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한길을 당의 '동력'으로 삼아야지, 쳐내느냐 마느냐로 싸울 일이 아니다. ▶ 안철수와 전한길 만나야 한다 이른바 '윤 어게인'이 '윤석열 전 대통령 정계 복귀'를 의미한다면, 늪에서 헤어날 수 없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이미 끝난 싸움이다. 그걸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자해(自害)일 뿐이다. 하지만 '윤 어게인'이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폭주를 막고, 보수우파 가치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른 길로 이끌자는 상징적 '슬로건'이라면 공감한다. 다만 그 정신을 담은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 안철수 의원과 전한길씨가 만나야 한다. 전당대회 전(前)도 좋고 이후도 좋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뜻을 합칠 건 합치고, 차이는 서로 다듬어야 한다. 김문수, 장동혁, 전한길이 힘을 합치면 지지율 40%를 회복하겠지만, 안철수, 김문수, 장동혁, 전한길이 힘을 합치면 지지율 50%도 노릴 수 있다고 본다. 저 이각과 곽사의 파멸을 보라.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힘을 합쳐야 한다.

    2025-08-21 06:30:00

  • [야고부-조두진] 조국·윤미향과 정의

    [야고부-조두진] 조국·윤미향과 정의

    이재명 대통령이 '입시 비리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횡령범' 윤미향 전 국회의원을 사면(赦免)했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는 데 딱 정해진 기준은 없다. 일반적으로는 ▷범죄의 종류와 죄질 ▷형 집행 기간 ▷피사면자의 태도와 반성 ▷국민 통합 및 화합·사회적 필요성 등을 고려해 행한다. 조국 전 대표와 윤 전 의원의 경우 납득할 만한 사면 사유를 찾아볼 수 없다. 조 전 대표는 자식 또래의 제자를 가르치는 대학교수 신분이었음에도 배우자 정경심 교수와 함께 딸과 아들을 위해 입시 비리를 저질렀다. 아들의 대학 온라인 시험을 대신 쳐 주기도 했고, 비위 공직자에 대한 감찰을 중단시켜 직권남용 유죄 선고도 받았다. 윤 전 의원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후원금을 빼돌려 쓴 혐의(嫌疑)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다른 돈도 아니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써 달라는 돈을 빼돌린 것은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힘든 범죄다. 두 사람은 반성하기는커녕 '희생자'인 양 정의로운 척했다. 조 전 대표는 정치적 수사라며 검찰을 비난했고, 윤 전 의원은 "저것들이 나를 물어뜯는다"며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비난했다. 재판이 늘어지면서 윤미향은 국회의원 임기를 모두 채웠고, 조국은 당 대표가 되고, 국회의원이 됐다. 윤미향은 집행유예로 감옥에 가지 않았고, 조국은 형기(刑期)를 고작 3분의 1만 채우고 풀려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미향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황당하기조차 한 판단"이라며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국 사면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입시 범죄가 평등과 공정, 정의인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을 횡령한 것이 정의였나? 이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남짓 만에 반성도 않는 조국과 윤미향을 사면하는 것이 평등, 공정, 정의에 부합하나. 이른바 한국에서 '진보'를 참칭(僭稱)하는 자들의 행태가 이렇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자칭 진보라는 자들 대다수는 입으로 '정의'와 '이웃 사랑'을 쉼 없이 떠벌리지만 행동은 정반대다. 이들의 이중성은 정말 징글징글하다. earful@imaeil.com

    2025-08-14 05:00:00

  • [매일칼럼-조두진] 현 대통령을 위한 법, 전 대통령을 겨냥한 법

    [매일칼럼-조두진] 현 대통령을 위한 법, 전 대통령을 겨냥한 법

    지배에는 몇 가지 형태가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법의 지배(Rule of Law)'만이 정당성을 지닌다. 모든 개인은 법의 지배를 받으며, 권력 역시 법에 복종하지 않을 경우 '정당한 지배'로 인정되지 않는다. 나라마다 역사·문화 환경에 따라 '법률'이 다를 수는 있지만, 동일한 국가 내에서 권력자의 자의적 판단이나 취향,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률'이 바뀐다면 정당성을 상실(喪失)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지배(Rule by Law)'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법의 지배'나 '법을 이용한 지배' 모두 법에 따른 지배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법의 지배'가 만인에게 동일하게 법이 적용되는 것이라면 '법을 이용한 지배'는 특정인을 겨냥하거나 또는 통치 수단으로 새롭게 법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형식적으로 합법일 뿐 내용상 정당성은 없다. 가령 더불어민주당이 마련한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허위사실공표죄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하겠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은 특정인(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적 처벌을 막기 위해 새롭게 마련한 법률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내 신상(身上)과 관련된 법안은 무리해서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멈춘 상태지만, 언제든 국회 본회의 통과 및 대통령 공포(公布)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는 3개 특검법(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을 공포했다. 지금까지 '특검'은 검찰과 경찰이 권력형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숨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야당이 농성, 단식, 대국민 호소 등을 통해 얻어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민주당이 야당 시절 김건희 특검법, 해병대원 특검법을 줄기차게 발의(發議)한 것은 타당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음에도 굳이 특검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3대 특검법의 특별검사는 모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천한 인물들이다. 비교적 수사에 중립적인 '검·경'이 아니라 정부·여당 입맛에 맞는 검사에게 수사를 맡기기 위해 특검법을 만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법을 이용한 수사인 셈이다. '내란 특검법'도 마찬가지다. 12·3 비상계엄 과정의 문제점들은 검·경 수사로 이미 사실관계가 거의 다 드러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있더라도 검·경 수사를 방해하거나 막을 '권력'은 사라졌다. 그런데 굳이 특검으로 윤석열 정부 공직자들과 야당 의원들, 군인과 경찰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내란 프레임'으로 이용하기 위한, 법을 이용한 정치라고 본다. 자신들이 추천한 검사가 수사하는 3대 특검도 모자라 민주당은 이제 '특별 재판부'도 설치할 수 있다고 압박(壓迫)한다.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棄却)되자, 특검이 원하는 구속영장 발부와 민주당 입맛에 맞는 수사를 돕기 위해 임시 재판부를 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법 적용의 본질은 일반성이다. 특정인을 구하기 위한 법, 특정인을 겨냥한 법에 의한 수사와 판결은 공정성을 담보(擔保)할 수 없다. 이는 국정 운영 실력이 아니라 지지층이 기뻐할 '분풀이'로 점수를 얻으려는 얄팍한 행태로 보일 뿐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야당 시절에나 쓰던 '입법 칼싸움'이 아니라, 국정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야당식 칼싸움'을 고집하려면 정부·여당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2025-08-12 05:00:00

  • [야고부-조두진] 정청래의 도발 정치

    [야고부-조두진] 정청래의 도발 정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에 당선된 직후 내놓은 일성(一聲)은 "강선우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였다. 강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되고 '갑질' 논란이 터졌을 때 국민들은 고개를 저었지만, 당시 당 대표 후보였던 정 대표는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비를 함께 맞는 것이다. 힘내시라"고 지지를 밝힌 바 있다. 강선우 장관 후보자 논란 당시 국민의 56.4%가 장관 임명에 반대했고, 32.0%가 찬성 입장이었다.(7월 24일 발표. 뉴스토마토 의뢰 전국 성인 남녀 1천8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임명 찬성 여론이 54.1%에 달했다. 정청래 후보는 국민 상식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층의 뜻에 주목(注目)했고, 그 입맛에 맞춘 덕분에 경선에서 압승했다.(61.74% 득표) 정치인들이 그렇듯 정 대표 역시 큰 꿈(대권)이 있을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고, 본인이 그 구심점(求心點)이 돼야겠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그가 여당 대표가 되자마자 '갑질 강선우'를 감싸는 한편 "야당과 악수하지 않겠다. 국민의힘 해산 추진 못 할 게 없다. 추석 전 검찰, 언론, 사법 개혁에 대한 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즐겨 썼던 '강성 팬덤 정치'를 그대로 따라가는 셈이다. 정 대표가 국민의힘을 악마화하고, 때려잡을수록 강성 지지층은 환호하고, 민주당 진영 내 정 대표 입지(立地)는 단단해질 것이다. 그 반사작용(反射作用)으로 국민의힘에서도 강성 팬덤에 기대는 정치인이 주목받을 것이고 국민들은 '상대편을 잘 두들겨 패는 것'을 정치인의 능력으로 평가할 것이다. 마치 조폭 두목이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우는 부하를 총애하듯 말이다. 한국 정치에서 '조폭식 싸움'은 돌이키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그 책임은 여러 사람에게 있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본다. 이 대통령이 상식이나 염치는 안중에 없는 싸움으로 권좌(權座)에 올랐으니, 야망 있는 자들이 그 방식을 모범으로 삼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 정치는 상당한 기간 '개싸움'처럼 펼쳐질 것이다.

    2025-08-07 05:00:00

  • [전당열전-조두진] 적과 내통한 편지 불태운 조조, 국민의힘도 탄핵 찬반 논란 묻어야

    [전당열전-조두진] 적과 내통한 편지 불태운 조조, 국민의힘도 탄핵 찬반 논란 묻어야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서로 청산 대상이라는 국힘 국민의힘이 8월 2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문수 전 대선 후보, 조경태 의원, 안철수 의원, 장동혁 의원, 주진우 의원 등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에 대한 입장 등에서 격하게 부딪치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과감한 인적 청산만이 국민의힘이 다시 사는 길"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나간 국민의힘 소속 45명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윤석열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무차별 공직자 탄핵과 특검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내부 총질'을 일삼은 사람들을 비판하며 '정부·여당에 맞서 함께 싸우지 않겠다면 당을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쪽은 다른 쪽을 '극우'로 몰고, 또 한쪽은 다른 쪽을 '내부 총질자'라며 공격하는 것이다. ▶ 적과 내통한 편지를 불태운 조조 삼국지 전반부에서 판세를 가른 전투는 조조(曹操)와 북방의 강자 원소(元紹)가 겨룬 관도대전(官渡大戰·서기 200년 2월 ~ 10월)이었다. 10배 가량의 병력 차이로 전투 초기에는 조조가 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조조는 고전을 거듭했으나 결국 원소군을 궤멸(潰滅)했다. 조조는 점령한 원소의 진영에서 자신의 부하 장수들이 원소에게 보낸 엄청난 편지 꾸러미를 발견했다. 조조의 패배를 예상한 부하들이 원소와 내통한 흔적이었다. 조조는 편지를 읽어야 할지, 읽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편지에는 자신을 해치려는 내용, 원소에게 충성하겠다는 내용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편지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부하 장수들 중 상당수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조조의 측근들은 "배신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간언(諫言)했다. 하지만 조조는 "나도 내가 이길 가능성이 낮다고 여겼다. 장수들도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나. 편지를 모두 불 태우고, 없었던 일로 하라"고 정리했다. 원소에게 항복하려 했던 부하들은 목숨을 부지했을 뿐만 아니라 '관도전투' 승리에 따른 포상도 받았다. 이후 이 장수들은 조조에게 무한 충성했다. 같은 편임에도 서로 불신하며 싸우다가 망한 삼국지 인물 이각·곽사와 다른 대범함이 조조를 패자(霸者)로 만든 것이다. ▶ 여당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찬반, 극우, 배신자 타령으로 싸운다면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분란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탄핵 찬반, 극우, 배신자 타령으로 싸워서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가장 바라는 바가 아닐까. 윤석열 정부 시절,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거(暴擧), 방탄국회, 국정 발목 잡기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당내 친윤-비윤 갈등, 당권 싸움, 보신주의, 기회주의로 일관했다. 윤 정부가 '비상계엄'이라는 자폭(自爆)을 저지르고, 무너지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내부 분열'이 중요한 원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일을 겪고도 국힘은 똘똘 뭉쳐 정부·여당에 맞서기는커녕 스스로 '극우·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자기들끼리 싸운다. ▶비상계엄·탄핵 갈등 넘어서야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 나선 사람들 중에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사람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는 정도일 것이다. 다만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은 후보들마다 엇갈렸고, 지금도 엇갈린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쪽은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통령을 탄핵해야 국민의힘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탄핵을 반대한 쪽은 비상계엄은 잘못이지만, 자기 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또 한번 탄핵하는 것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행위인 만큼 다른 정치적인 방법으로 해법을 찾아야 당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니 '탄핵 찬성=배신자', '탄핵 반대=극우'라는 주장은 민주당이 좋아할 '자해 프레임'일 뿐이다. ▶ 국민의힘 앞에 놓인 2가지 길 국민의힘 앞에는 2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일체의 논란을 과거로 흘려보내는 것이다. 동시에 계파 간 당권 싸움, 보신주의, 기회주의 등 구태(舊態)를 일소하고 젊고 강한 보수 정당, 정부·여당과 치열하게 싸우는 정당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깨끗하게 분당(分黨)하는 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가진 재산을 공평하게 나누기 어려우니 분당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이 기존 재산을 포기하고 국민의힘에서 나가 새 정당을 창당하고, 독립적인 재정 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확실한 리더도 없다. ▶ '내부 총질'은 사라져야 한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장동혁 의원은 "의회폭거를 저지른 민주당과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내부총질만 일삼았던 국민의힘에게도 계엄 유발의 책임이 있다"며 "이제라도 국민의힘 107명 의원이 단일대오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와 제대로 싸우는 것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주진우 의원 역시 "우리가 단일대오를 이뤄 싸워야 할 대상은 민주당"이라며 "당이 분열을 멈추고, 전투력을 합쳐서 시너지를 낸다면 '젊고 강한 정당'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장동혁·주진우 의원의 말에 공감한다. 당내에 '탄핵에 대한 입장'을 하나로 정리할 수 없다면 묻어두는 것도 하나의 길이다. ▶ 정당의 존재 이유와 역할 생각해야 정당은 권력을 확보하기 위해 활동하고 다투는 집단이다. 국민의힘은 보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의 요구에 적절하게 답함으로써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야당이라면 정부·여당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국민의 요구에 답하는 것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길이다. 지금 보수우파 국민들이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공방을 벌이기를 바라겠는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벌인 싸움은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끝났다. 향후 '역사의 법정'에서라도 덜 비난 받자면 지금 국민의힘이 갈 길은 분명하다.

    2025-08-06 12:09:30

  • [야고부-조두진] 국익 vs 정권 이익

    [야고부-조두진] 국익 vs 정권 이익

    세계 각국과 상호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조는 명료(明瞭)하다. '각국이 미국산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을 추가 개방하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 상호 관세를 낮추겠다. 그렇지 않으면 25% 이상 폭탄 관세를 때리겠다.' 일본은 미국에 5천500억달러(758조원)를 투자(직접 투자·대출·보증)하기로 약속하고, 쌀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통해 일본은 상호 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내렸다. 일본의 대미(對美) 주요 무역 흑자 품목은 자동차, 자동차 부품, 기계류, 반도체 및 전자부품, 의약품 및 바이오 제품 등이다. 한국의 대미 주요 무역 흑자 품목(자동차·자동차 부품·석유제품·배터리·기계류·휴대폰 등)과 많이 겹친다. 한-일 양국이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한 품목 역시 자동차(한국 전체 수출 중 27.2%, 일본 전체 수출 중 28.3%)로 겹친다. 2024년 기준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685억달러, 한국은 660억달러였다. 그런데 일본이 미국과 15% 상호 관세에 합의했다. 대미 흑자를 지키기 위해 일본 국민이 민감하게 여기는 쌀을 양보하고,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 만약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일본보다 못한 결과를 낼 경우 우리나라 대미 수출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의 훌륭한 소고기를 거부한 나라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농산물도 협상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자동차나 스마트폰, 반도체로 먹고살 수는 없다"며 농축산 시장 추가 개방에 강하게 반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전농·호남·민노총·반미 단체, 광우병 시위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쌀과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추가 개방과 관련해 지지층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 시한'(8월 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이재명 대통령의 심중(心中)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까? 대한민국 '무역 흑자'를 지키기 위해 지지층의 비판을 감수할까, 지지층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대한민국 손해를 감수할까? 이번에 알게 될 것이다. earful@imaeil.com

    2025-07-30 19:53:28

  • [야고부-조두진] 국힘 앞에 놓인 두 길

    [야고부-조두진] 국힘 앞에 놓인 두 길

    국민의힘이 8월 2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문수 전 대선 후보, 조경태 의원, 장동혁 의원, 주진우 의원 등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에 대한 입장 등에서 격하게 부딪치고 있다. 조경태 의원은 "과감한 인적 청산만이 국민의힘이 다시 사는 길"이라며 원내에 청산돼야 할 대상이 45명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한남동 관저 앞에 나간 국민의힘 소속 45명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무차별 공직자 탄핵과 특검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내부 총질'로 윤 전 대통령을 코너로 몬 사람들(친한동훈계 겨냥한 듯)을 '배신자'로 규정해 청산을 주장한다. 또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전한길 씨는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가겠다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찬반, 극우, 배신자 타령으로 싸운다면 국민의힘은 전당대회에서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살아남기 어렵다. 탄핵 찬반, 극우, 배신자 타령으로 싸워서 스스로 무너지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가장 바라는 바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여당 시절, 의회 폭거(暴擧)를 일삼는 민주당과 싸움에 집중하기는커녕 당내 친윤-비윤 싸움, 당권 싸움, 보신주의, 기회주의로 무너졌다. 그 결과로 자기 당 소속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자폭(自爆)에 이르렀고, 탄핵되었다. 그런 일을 겪고도 정부·여당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스스로 '내란·극우·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자기들끼리 싸운다. 국민의힘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일체의 논란을 과거로 흘려보내는 동시에 계파 간 당권 싸움, 보신주의, 기회주의 등 구태(舊態)를 일소하고 젊고 강한 보수 정당, 실력과 용기로 정부·여당과 치열하게 싸우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 하나의 길이다. 다른 하나는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분당(分黨)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의힘 재산을 공평하게 나눌 방법이 없고, 그렇다고 기존 재산을 포기하고 국민의힘에서 나가 새 정당을 창당하고, 독립적인 재정 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확실한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earful@imaeil.com

    2025-07-24 05:00:00

  • [전당열전-조두진] 전시작전권 환수 주장은 무지 탓일까, 다른 의도가 있을까

    [전당열전-조두진] 전시작전권 환수 주장은 무지 탓일까, 다른 의도가 있을까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기분 좋자고 벼랑 끝에 서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전시작전권을 외국 군대에 맡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반미 성향 시민단체들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중에도 전작권 환수를 논의하자는 입장인 의원들(김우영 대미특사·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작권 환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작권 전환을 국방개혁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으나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5년 시한은 없다. 장기 현안이다'며 한발 물러 선 상황이다. ▶ 전작권 환수가 군사주권 회복? 전작권 환수는 국방 자주권 회복이라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민중주의 진영은 전작권 환수를 통해 자주국방을 이룩하고, 미국 중심 외교에서 벗어나 외교 전략에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작권은 전쟁이 발발했을 때 군대를 지휘하고 통제하는 권한을 지칭한다. 우리나라는 평시에는 우리 군 지휘부가 국군을 지휘하지만 전시에는 작전권을 한미연합사령부에서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은 미군, 부사령관은 한국군이다. 전시 지휘권을 미군이 갖고 있는 한 누구도 함부로 우리를 침공하지 못하고,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 한 한국군을 미군이 지휘할 일은 없다. 그것을 국방 주권을 빼앗긴 것으로 이해해야 할까. 전쟁 억지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할까. ▶ 평화와 경제발전 바탕에 미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약한 나라, 언제라도 코앞의 공산주의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나라였다. 그러나 6·25이후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덕분에 전쟁 걱정 없이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다. 한미동맹이 없었고, 주한미군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은 국방비를 써야 했을 것이다. 국민 에너지를 국방에 대거 투입해야 했을테니 경제발전은 더뎠을 것이고,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니 외국 자본의 투자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국가 발전 정도가 지금에 훨씬 못 미칠 것은 자명하다. 공산화됐을 수도 있다. ▶ 국력 과시·방심에 망한 오나라 중국 춘추전국시대 오나라(吳)의 마지막 왕이자 춘추오패(春秋五霸) 중 한 사람이었던 부차(夫差·~기원전 473년)는 패자(霸者)의 위상을 과시하고, 중원(북방) 진출을 위한 전략적 수로(水路)로 활용하기 위해 장강(長江)과 회수(淮水)를 연결하는 대규모 운하를 건설했다. 오나라의 충신이자 전략가였던 오자서(伍子胥·~기원전 485년)는 이에 강력히 반대했다. 대규모 토목 공사로 군사적·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은 오나라의 국력을 소모하려는 월나라(越·오나라의 적국)의 반간계이므로 속아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것이다. 오자서는 중원 진출보다는 내부 안정을 우선하고, 오나라의 최대 위협인 월나라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차는 오자서의 충언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월나라의 반간계에 속아 오자서에게 자결을 명령했다. 대규모 토목공사로 오나라 국력은 약해졌고, 막대한 세금과 부역으로 민심 이반도 컸다. 여기에 북방 진출의 꿈에 젖은 부차는 월나라가 자신들을 노리고 있음을 가볍게 여겼다. "우리가 강한데 월나라가 뭘 어쩌겠어…." 10여 년 후인 기원전 473년, 오나라는 월나라에 의해 멸망했다. 월왕 구천은 오랜 세월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국력을 기르는 한편 오나라 왕 부차가 방심하도록 미인 서시를 바치는 등 갖은 계책을 펼친 끝에 오나라를 무너뜨렸다. ▶ 한미동맹 균열이 초래할 위험 반미 성향 시민사회 단체들은 전작권을 환수하더라도 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균열은 없다고 주장한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할 경우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는 만큼 그들이 철수할 리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1992년 11월 미군은 필리핀 수빅만 해군기지를 필리핀에 반환하며 완전히 철수했다. 필리핀 의회가 미군 주둔 연장을 거부하고, 필리핀 내에서 주권 회복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남중국해 분쟁에서 필리핀은 중국에 일방적으로 밀린다. 만약 미군 제7함대가 수빅만에 계속 주둔했더라도 중국이 지금처럼 필리핀 인근 해역을 휘젓고 다녔을까. 미군이 떠난다면 우리나라 서해와 이어도는 어떻게 될까? 안보는 자존심 아닌 생존 문제이다. 허구한 날 '전쟁보다 더러운 평화가 낫다' 면서 국가 안위를 가볍게 여기는 것은 대체 무슨 속셈일까. ▶ 안보·외교·산업 막대한 영향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양국군이 연합해 싸우는 구조다. 전작권을 회수했을 경우 세계 최강 군사력, 첨단 무기, 첨단 정보 체계를 갖춘 미군이 그 무기와 체제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한국군 지휘관의 판단과 전략에 적극적으로 따를까? 전작권 환수는 한미연합사 해체 또는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미 동맹에 균열이 발생할 경우 북한의 오판 가능성, 국방비 부담 증가, 외교·산업 지형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또 미군의 정찰 위성 정보 지원이 줄어들 경우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 능력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지휘권만 행사한다고 '국방 자주권'을 가지는 것인가? 전작권을 환수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 미국과 군사동맹 역시 싫으면 언제든 파기할 수 있다. 전작권 환수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환수 후에 닥칠 상황이 위험한 것이다. ▶ 전작권 환수를 위한 전제 전작권 환수의 전제는 우리 국방력 강화와 고도화이다. 막대한 국방 예산이 요구된다. 북한이 핵을 가진 만큼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이탈하지 않는 한 핵무장은 어렵다. 그렇다고 NPT에서 탈퇴해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를 감당할 수도 없다. 전작권 환수 문제는 어느 쪽이 비용 부담이 적은지, 전쟁이 발발할 경우 어느 쪽이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자존심과 군사주권 논리로 대응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작권 환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해로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

    2025-07-23 19:59:15

  • [야고부-조두진] 민주당의 싸움 기술

    [야고부-조두진] 민주당의 싸움 기술

    이재명 정부 초대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배추 총리 김민석' '갑질 장관 강선우' '표절 장관 이진숙' '도로(道路) 장관 조현' '쪼개기 장관 정동영' 등 각종 논란과 의혹이 터져 나오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느긋해 보인다. 애초 '거대 여당 횡포' 여론을 피하기 위해 1, 2명 정도는 희생한다는 각오도 있었겠지만, 후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민주당식 싸움에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문제점을 이재명 대통령이 모르고 지명했을까? 아닐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은 표로 먹고산다. 세상에 이웃을 챙기는 사람이 많을까, 이웃이 나를 챙겨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을까.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많을까, '개떡' 같은 사람이 많을까. 현명한 사람이 많을까, 어벙한 사람이 많을까? 이 대통령은 이 수적(數的) 우위 측의 입맛에 맞추는 능력이 탁월(卓越)하다. 빚을 내 퍼 줌으로써 '남이 나를 챙겨 주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을 흐뭇하게 한다. 법적 논란과 흠결 많은 사람을 국무위원에 지명함으로써 편법·불법·갑질을 저질러 온 사람들에게 '나도 민주당 기준이면 좋은 사람 같다'는 안도감을 선사한다. 실제야 어떻든 '통합'을 자주 외침으로써 진짜 통합하는 것처럼 믿게 한다. 그뿐만 아니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자기편'의 잘못을 덮고, 상대의 허물을 헤집는 데 발군(拔群)의 실력을 발휘한다. 공돈을 받아 쓴 거 같다고? 배추밭을 보는 눈이 밝은 게지. 투기 의혹이 있다고? 운이 좋은 것도 죄란 말이냐? 검사를 사칭했다고? 나쁜 놈의 잘못을 캐자니 고육지책이었겠지. 가족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했다고? 불우한 가족사에도 꿋꿋하게 자라 큰일을 하는구나, 갸륵하다…. 사람들은 흔히 국민의힘이 쇄신(刷新)을 못 해서 패한다고 생각하지만(그런 면도 있지만), 실은 상대가 민주당이기 때문에 진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이 무슨 쇄신으로 지지를 얻었나? 손쉬운 퍼 주기 공약, 내 편 허물은 무조건 감싸고 상대편 허물을 극대화하는 뻔뻔함으로 승리했다. 한국 유권자 다수는 '합리적인 정치인'이 아니라 '진영 논리에 충실한 정치인'을 좋아하고, 민주당은 그것을 꿰뚫고 있다. earful@imaeil.com

    2025-07-16 19:55:42

  • [전당열전-조두진] 국민의힘 끝없는 추락, 이대로 가면 당(黨) 소멸 넘어 보수·우파 소멸

    [전당열전-조두진] 국민의힘 끝없는 추락, 이대로 가면 당(黨) 소멸 넘어 보수·우파 소멸

    이 글은 중국 역사가 사마천의 '사기(史記)', 진수의 정사(正史) '삼국지',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일본 소설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등 역사서와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행적에 비추어 현대 한국 정치 상황을 해설하는 팩션(Faction-사실과 상상의 만남)입니다. -편집자 주(註)- ▶ 여당 마음대로 해도 속수무책 국민의힘 지지율이 22%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4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갤럽 1~3일 조사, 4일 발표. 응답률 12.1%,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현재 국민의힘 처지는 '총선과 대선에서 패했다, 지지율이 낮다' 정도가 아니라 존재 자체를 위협 받는 상황이다. 정부·여당은 말로는 통합과 협치를 내세우지만 정작 행동에서는 국민의힘을 철저히 무시한다. 민주당은 야당의 반발에도 국회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식했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갖가지 의혹이 대부분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국회에서 김민석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들도 갖가지 의혹에 대해 "청문회 때 소명하겠다"는 말로 넘기려 한다. 그래도 그만이다. 국민의힘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하고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 쇄신은커녕 차기 당권 싸움만 생업에 바쁜 국민들은 정부·여당의 정책을 세세히 알지 못한다. 야당이 제 목소리를 내주고, 국민들이 야당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정부·여당 역시 조심한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국민의힘이 어떤 소리를 질러도 국민들이 관심조차 갖지 않는 모양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며 철야농성을 해도 동조 의원들이 늘어나고 국민 시선이 쏠리기는커녕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조롱이 쏟아졌던 것을 보라. 그러니 정부·여당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이 와중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환골탈태는커녕 차기 당권을 놓고 암중모색에 바쁘다. 국민의힘이라는 당(黨)이 망해가는 정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말아먹고 있는 것이다. ▶ 새 깃들게 하려면 나무 심어라 중국 전한(前漢·기원전 202년~기원후 8년) 시대 초기 회남왕 유안(劉安)이 빈객들을 모아 편찬한 책 회남자(淮南子)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欲致魚者先通水(욕치어자선통수), 欲來鳥者先樹木(욕래조자선수목). 물고기를 이르게 하고 싶은 자는 먼저 물길을 통하게 하고, 새가 오기를 바라는 자는 먼저 나무를 심어라. "새들아 모여라"고 백날 소리 지른다고 새들이 모이지 않는다. 새가 깃들어 편하도록, 천적을 피하고 먹이를 구할 수 있도록 울창한 숲을 가꾸어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우파 정부는 그런 '숲 가꾸기'를 외면했다. 차근차근 숲을 가꾸고 분위기를 조성하기 보다는 한방에 해결하려고 한다. 가령,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운동은 4년 내내 하는 것이다"고 말하고, 그렇게 행동하지만, 보수우파 정당과 정부는 차근차근 국민에게 다가가기는커녕 '한방용 외부용병'과 '기득권 알박기'로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했다. ▶ 비상계엄 아니라 소통했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비상계몽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는 민주당을 필두(筆頭)로 야당들이 그처럼 무차별적으로 공직자 탄핵을 일삼고 갖가지 악법을 밀어붙이는 줄 몰랐다는 것이다. 무차별 탄핵과 논란 많은 법을 밀어붙인 민주당이 나빴다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한심했다.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온갖 탄핵과 방탄법과 포퓰리즘법 밀어붙이기에 대응해 치열한 여론전을 펼쳤어야 했다. 진상을 알리고, 읍소(泣訴)도 하고, 인사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불쑥 계엄을 선포해버렸다. 야당의 행패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며 시대착오적 행동을 한 것이다. 그래서 야당을 때려 잡기는커녕 윤 정부가 무너졌다.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니 상황에 쓸려 가버린 것이다. 이처럼 보수우파 정부와 정당의 인식과 대처 방식이 글러 먹었으니 보수우파는 패하고 소탕(掃蕩) 당하는 것이다. ▶ 존재감 없이 용병에 기대 TK의원들은 화려한 프로필(학벌, 사시나 행시 패스, 훌륭한 전직 경력)로 국회에 입성하지만, 일단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그 뒤로는 존재감이 없다. 그래서 지역구 주민들은 "선거 때만 코빼기를 비친다"고 욕하고, 지역구 주민이 아닌 사람들은 그가 국민의힘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확실한 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으니 대외 활동, 대여투쟁이 아니라 당 지도부에만 충성하거나 당권 싸움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소속 의원들이 그러니 당의 경쟁력은 바닥이고, 당 경쟁력이 바닥이니 선거 때면 외부 스타를 끌어들여 '포장지'로 이용하는 '용병 정치'에 올인한다. 그리고 그 용병에 기대는 '친OOO계'로 이름을 올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국민이 그런 정당을 지지하겠나. ▶ 100% 상향식 공천 필수 윤 전 대통령 탄핵과 6·3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시선 밖으로 완전히 밀려났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인물, 새로운 간판이 당 지도부를 맡아 당의 기류와 시스템을 싹 뜯어 고쳐야 한다. 곧 시작될 당 대표 선출전은 세력간 이합집산이나 신·구 주류 대결이 아니라 당 혁신이냐 소멸이냐의 대결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하향식 공천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국회의원이 지역구 기초의원, 광역의원, 지자체장 공천에 개입하는 악습을 끊고 '당원 및 지역 주민 100% 상향식 공천제'로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 공천 역시 당심과 민심이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TK지역구의 경우 100% 지역 주민과 지역 당원 여론조사로 공천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청년 정치인들과 외부 인재들이 들어오고, 국민이 다시 국민의힘을 쳐다볼 것이다. ▶ 제1야당 쇠락은 국가적 불행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제1야당이 지금처럼 국민적 시선을 끌지 못한 적이 있었나? 국민이 제1야당을 도외시하는 것은 단순히 국민의힘의 쇠락을 넘어 국가적 불행이다. 야당의 실패, 야당의 쇠락은 정부·여당을 오만하게 만들고, 정부·여당의 오만은 균형 상실로 이어져 대한민국호를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25-07-10 06:30:00

  • [야고부-조두진] 대구문학관의 희귀 서적

    [야고부-조두진] 대구문학관의 희귀 서적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서시(序詩)'를 알지만, '서시'가 실린 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를 처음에는 10권만 제본(1948년 2월 16일 윤 시인의 3주기 추도식에 헌정하기 위해 급히 제작)했다가 한 달쯤 뒤 초판본 1천 권을 출판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대구문학관은 이 최초본 10권 중 1권을 깨끗한 상태로 소장하고 있다. 대구문학관 '열린 수장고'(관람객이 유리창 너머로 관람할 수 있는 수장고)를 통해 윤 시인의 창작 활동과 작품 출간에 얽힌 사연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대구문학관 소장 책은 2만여 권이다. 이 중 문학 사료적(史料的) 가치가 높은 책은 정지용의 백록담, 이육사 시집, 청록집 등 3천여 권이다. 이 중에는 조선동요연구회 발간 「조선동요집」(1927년), 김억의 「오뇌의 무도」(1923년), 현진건 번역 소설 「재활」(1928년) 등 발간 100년 안팎인 책이 10여 권 있다. 이 책들 역시 대구문학관의 '보이는 수장고'에 전시되어 있다. 대구문학관은 전국 공공 문학관 중에서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희귀본 수집과 그 가치 발굴에 힘을 쏟는 것은 대구문학관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알다시피 대구 북성로와 향촌동은 근대 한국 문학의 중심지였고, 그 장소에 자리 잡은 대구문학관은 한국 근대문학, 6·25 피란 문학을 가꾸고 키우고 시민들에게 전할 임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구문학관 주요 프로그램들 역시 '희귀본 수집'과 같은 운영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지역 문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문학방송-소요행간', 지역 신간 낭독회, 노벨 문학상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곱씹는 '포스트 노벨' 등 지역과 세계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들이다. 여기에 북성로와 향촌동 등 근대문학 골목을 누비는 '대구문학로드', 다양한 '문학 강연 프로그램'이 연중 진행된다. 문학관이든, 기업이든, 정당(政黨)이든 자기만의 특색을 가꾸고 장점을 극대화하면 덩치가 작아도 얼마든지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전국의 문학관과 문학 단체들이 대구문학관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온다는 사실, 대구문학관이 2025년 대구시 산하 위탁사업소 운영 성과 최우수군으로 평가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earful@imaeil.com

    2025-07-09 20: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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