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차라리 외국으로부터 현대적 행정 시스템의 도움을 받는 것이 조선 국민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일합방 1년 전인 1909년 10월 30일 자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다. 일본의 조선 지배가 대한제국 황제와 양반의 착취에 신음하는 민초(民草)에게는 '해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는 인정하기 싫겠지만 조선의 실상이 그랬다. 1894년 2월부터 4년간 네 차례에 걸쳐 조선을 방문·여행한 영국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의 조선 관찰기는 이를 생생히 전한다.
"모든 조선 사람들은 가난이 그들의 '최고의 방어막'이라는 것을 안다. 자신과 그의 가족들에게 줄 음식과 옷 이외에 그가 소유한 모든 것은 탐욕스럽고 부정한 관리들에게 빼앗길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일부러 부자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이런 망조(亡兆)는 청(淸) 말기 지식인 량치차오(梁啓超)의 눈에도 그대로 들어왔다. "조선에서 관리를 두는 것은 오직 직업 없는 사람들을 봉양하기 위함이다.(중략) 관리로 임용되면 제 맘대로 빼앗고 가져가니 각종 조세 중 국고에 들어가는 것은 그들이 백성으로부터 갈취하는 것의 3분의 1도 미치지 않았다."
이러고도 망하지 않는다면 비정상(?)이다. 량치차오는 이렇게 일갈했다. "(한일)합병은 단지 그 명의일 뿐이나, 합병이 아니었더라도 어찌 조선이 멸망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중략) 조선이 스스로 망하지 않는다면 망하게 할 수 있는 자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연합 훈련을 '친일 국방'이라며 '친일 몰이'를 한 데 대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고 했다가 민주당으로부터 '식민사관'이란 공격을 받았다. 조선이 스스로 망했다고 보는 것은 일제 식민사관을 합리화할 위험이 분명히 있다. 그렇다고 조선이 자멸(自滅)의 길을 걸었다는 엄연한 사실(史實)에 눈감을 수는 없다. 또 한미일 연합 훈련을 '친일 국방'이라고 우긴다고 윤석열 정부가 '친일파'가 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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