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이건희 반도체 전쟁

허문명 지음/ 동아일보사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인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인 '평택캠퍼스 라인'의 모습. 연합뉴스

반도체는 '미래의 쌀'이라고 한다. 그 만큼 미래 인간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다.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의 이른바 '반도체 전쟁'을 보더라도 그렇다.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고 중국으로의 최첨단 반도체 및 그 기술이 넘어가지 않도록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다. 중국 또한 이에 맞서 자국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SMIC를 필두로 해서 자체 반도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에 있어 우리나라와 대만을 빼놓을 수 없다. 대만에 TSMC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삼성전자가 있기 때문이다. TSMC가 세계 1위의 비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라면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최고봉에 있다. 삼성전자는 2002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등에 오른 뒤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신화를 이룩한 인물이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다.

최근 이 전 회장이 이룬 '반도체 신화'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 책은 1부 '호암 이병철과 이건희가 초대한 반도체 세상', 2부 '역대 대표적인 삼성반도체 CEO들의 증언을 통해 본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편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삼성 직원들조차 반도체의 '반'자도 모르던 시절에 호암이 어떻게 이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소개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1970년대 앞이 보이지 않던 암울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첫 반도체 회사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호암의 반도체 사업 구상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부에 소개되는 이윤우, 진대제, 임형규, 황창규, 권오현 등 삼성을 대표하는 전직 최고경영자들은 삼성이 아직 초일류가 되기 전에 삼성 입사를 결심하고 함께 신화를 주도한 대표적 CEO들이다. 지은이는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 반도체 신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 전 회장의 초격차 리더십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은이는 "호암과 이 전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통해 한국사회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 가야 한다고 주창하면서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한 경영자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반도체처럼 리스크가 큰 사업에 투자하다 삼성이 한 순간에 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수없이 들으면서도 고독한 결단으로 사업을 밀어부쳐 지금의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전작 '경제사상가 이건희'에 이어 이번 책을 펴낸 허문명 동아일보 기자는 문과 출신의 비전공자이지만, 기술과 반도체를 취재하고 공부해 어려울 수 있는 반도체 이야기를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냈다. 455쪽, 2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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