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모란대병으로 불리는 8폭 병풍화다. 17세기 초반부터 궁중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모란을 그린 병풍이고 크기가 큰 대형이라 이렇게 부른다. 비슷한 병풍이 국립고궁박물관에 여러 틀 전하는 것은 도화서 화원들이 전해오는 본(本)에 따라 그렸기 때문이고, 용도가 다양해 많은 수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는 혼례병으로 사용했지만 궁중에서는 가례는 물론 종묘나 어진 봉안처 등에서 길례의 제사 의례에도 모란병을 사용했다.
제사는 종류가 많지만 대부분의 제사는 길례다. 조상신을 비롯해 제사를 받는 쪽이 제사를 바치는 쪽에게 복을 내려주기 때문에 경사스럽고 길한 예식인 길례라고 했다. 그래서 복을 많이 받으려고 제사를 많이 지냈다. 국가 의례인 길례(吉禮), 가례(嘉禮), 빈례(賓禮), 군례(軍禮), 흉례(凶禮)의 오례 중에서 길례를 첫째로 중요하게 여겼고 따라서 길례의 제사가 가장 많다.
경사스럽고 길한 일을 치르면서 가장 많이 받기를 원했던 복이 부귀와 장수여서 부귀화인 모란꽃과 석수만년(石壽萬年)의 괴석 두 주제가 궁모란대병이라는 형식으로 귀착되었다.
'괴석모란도' 8폭 병풍에 크고 작은 구멍이 숭숭 뚫린 울퉁불퉁한 괴석 위로 활짝 핀 색색의 모란꽃과 소담한 봉오리가 줄기와 잎을 배경으로 그려져 있다. 괴석이든 꽃이든, 잎이든 모든 소재가 정형화된 틀에 따른 모양이고 위로 곧게 뻗어 올라가는 수직 구도이며, 화폭은 테두리 쪽으로 약간의 공간만 남기고 충만하게 가득 채웠다. 색상은 밝고 화려해 장식적이다.
바닥은 연한 노랑으로 지면을 설정해 경쾌하게 안정감을 주었고, 아래에 괴석 하나를 두어 중심을 잡으면서 제일 위의 모란꽃 한 송이와 수직으로 연결되는 축을 이룬다. 이 가상의 중심축 좌우에 활짝 핀 모란을 4송이씩 엇갈리게 배치했다. 데칼코마니의 기계적 대칭이 아님에도 꽃봉오리를 균형추로 활용해 무게 중심이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는다. 이런 폭이 8폭 계속된다. 홀수 폭과 짝수 폭 괴석의 색과 제일 위의 꽃 색을 다르게 한 변화로 보면 2폭이 반복된 8폭 병풍이다. 반복은 부귀와 장수가 계속해서 보장되리라는 확신이자 일종의 주술이다.
궁모란대병의 조형적 특징은 정형성, 수직성, 충만성, 장식성, 안정성, 중심성, 대칭성, 규칙성, 반복성 등으로 요약된다. 감상용이 아니라 뚜렷한 목적을 현시하는 배경 장치로서의 이미지다. '괴석모란도' 8폭 병풍은 왕실의례의 비품으로서 미술에 요구되는 특징이 잘 구현된 한국미술사의 특이한 작품으로 최고의 실력자들인 궁중화가의 오랜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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