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봉화 광산 인부 매몰 사고, 신속한 구조에 만전 기해야

지난달 26일 있은 봉화 광산 인부 매몰 사고가 발생 엿새를 넘기고 있다. 갑자기 밀려들어온 펄(진흙과 광물이 섞인 물질)이 수직 갱도 아래로 쏟아지며 출구를 막은 것이다. 이 사고는 '설마'가 부른 사고로 볼 수 있다. 지난 8월 29일에도 비슷한 매몰 사고가 있었던 광산이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 규명에 소홀해선 안 되는 이유다.

56세, 62세 인부 2명이 운반 선로 작업을 위해 갱도에 들어간 때는 26일 오후 4시였다. 믹스 커피 몇 개, 10ℓ 정도의 물을 담아 갔다고 한다. 물이 지하에 흐른다고는 하나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넉넉지 않다. 광산 채굴 현장은 1970, 8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와 달리 열악한 여건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40, 50년이 지난 시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갱도 등 시설 보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온다. 갱도를 지탱하는 갱목은 썩어 무너질 우려가 상존했다고 한다. 인부들의 가족들은 평소 이들이 불안해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구조적 위험이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던 터였다. 산업 현장 전반의 문제이기도 하다. 대비가 최선이라는 건 누누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고 발생 후 책임을 묻는 처벌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소중한 생명의 희생을 막을 수 없다.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산업재해 대책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봉화에만 광물을 채굴하는 노후 광산 일곱 곳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안전사고에 복불복이나 다름없는 현장이어서는 곤란하다.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나선 곳이 죽음에 일상으로 노출된다면 그건 일터가 아닌 전쟁터다. 대비가 안 된 곳일수록 느슨한 낙관론으로 접근하기 마련이다. 경각심을 가질수록 챙겨야 할 것이 많고 피곤해지기 때문이다. 낙관론에 경종을 울리는 관리 감독이 관계 기관의 역할이다. 광산 현장의 안전 관리 부실 등을 감독하고 지적할 관계 기관의 대처가 어땠는지 살펴볼 일이다. 다만 지금은 책임자 규명과 엄벌을 논할 때가 아니다. 구조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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