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곧 패션이고, 패션이 곧 미술이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술사와 복식사가 지향하는 미학적 표현은 동일합니다. 결국 그림 역시 패션처럼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나의 삶이죠."
지난해 화가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최복호(72) 패션디자이너의 세번째 개인전 '미술에 패션을 입히다'가 대구 달서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달서아트센터가 지역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를 초대하는 'DSAC 다매체 아트워크 프로젝트'의 하나다.
그는 어느 때보다도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전시 개막 이틀 뒤 27일 열린 국내 최장수 패션쇼 '대구컬렉션'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고, 그날 저녁 그가 운영하는 청도 패션문화연구소 펀앤락에서 가수 박강성이 참여하는 콘서트 공연을 열었다. 틈틈이 전시장을 찾아 관람객도 맞고 있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무색하게 더욱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그는 "노는걸 원체 좋아해서 그렇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삶의 새로운 즐거움으로 자리잡은 그림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영국 화가 로즈 와일리는 75세에 신진 작가로 데뷔했고, 미국 화가 안나 매리 로버트슨 모지스 역시 70대부터 회화에 전념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0년간 1천500점의 그림을 남겼습니다. 인생 이모작의 새로운 목표로 그림을 택할 때 물론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들의 생생한 삶이 큰 원동력이 됐죠."

50년을 패션디자이너로 살아온 그는 전통적인 회화 접근법을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자 노력했다. 나무 판자를 파고 그 골에 물감을 넣어 색의 입체감을 표현하고자 했고, 그렇게 완성한 그림을 사진으로 찍은 뒤 프린트해 다시 평면으로 전시하기도 한다.
사용하는 색도 다채롭다. 그는 옷의 치수를 재거나 자를 때처럼 색을 '마름한다'. 그 때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색을 덧대고 밀어내기를 반복하고, 물감을 으깨거나 스프레이, 오일스틱, 먹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색감을 더한다.
최 작가는 "물을 뿌려 수묵화 같은 효과를 내거나 물티슈로 색을 걷어내며 선의 리듬을 살리기도 한다"며 "보이는 것 너머, 내가 느끼는 상징성을 그리려 한다. 인간 내면의 원초적 본질을 질박함과 투박함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억과 망각'을 소재로 한 자화상과 꽃 등 사물을 그린 작품, 패션의 소재가 되기도 한 나무 조각 설치작품 등이 전시장을 채운다.
그는 "패션디자이너로 50년간 활동해오면서, 잊어야할 건 잊고 살아야 내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을 알았다"며 "기억과 망각을 잘 조절하는 것이 인생 이모작의 삶에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그림의 소재로 삼게 됐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내 작업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줬으면 한다. 내 삶의 행복을 함께 나누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17일까지. 053-584-8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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