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작 '사루비아 꽃밭'부터 2022년 작 '유령패션'까지, 강렬한 작품으로 사회의 주목을 받아온 안창홍 작가의 세월을 담은 작품들이 전시장을 채웠다.
우손갤러리(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2)에서 열리고 있는 안창홍 개인전 '미완의 리허설(Unfinished Rehearsal)'은 그의 50년 화업 궤적을 파노라마식으로 구성한 전시다.
회고전일까 싶지만, 조금 다른 성격이다. 장동광 전시기획자는 "이번 전시는 본격적인 회고전에 앞선 하나의 시놉시스이자 영화의 트레일러와 같다"며 "그의 전환기적 작품을 중심으로 주제의식의 변천사를 되돌아보는 작은 회고전 형식"이라고 말했다.
전시 구성도 연대별이 아닌 작품 경향과 주제의식에 따라 엮었다. 1층 전시장은 '얼굴들' 연작과 '폭풍이 지나간 후', '화가의 심장', '화가의 손' 등 그의 대형 회화작품과 설치작품이 주를 이룬다. 양평 작업실 뜰에 핀 아마란스와 잡초들이 태풍에 쓸린 뒤의 모습을 그린 '폭풍이 지나간 후'는 생존을 위한 야생 식물의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가로 7m 크기의 이 작품은 개인 소장자로부터 빌려와 대중에게는 처음 공개됐다.
300호 크기의 '화가의 손' 작품도 인상적이다. 그는 어느 날 물감을 버리는 쓰레기통 속에 백골이 된 자신의 손이 붓을 잡고 있는 환상을 본다. 죽어서도 붓을 잡고 있을 화가의 인생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자 그 모습을 재현했다. 그 주변은 쓰레기통 속에 있던 물감 튜브 등 온갖 폐품과 꽃이 장식한다. 작품 두께가 45cm, 무게만 300kg에 달한다.
2층 첫번째 전시장은 그가 고교시절 그린 습작과, 이후의 암울하고 염세적 세계관을 그린 작품, 해외를 방문해 스케치한 드로잉 작품들로 채워졌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미술대학이라는 제도권 정규교육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비평범성, 이단성, 독자성이 뚜렷하다.
두번째 전시장은 그가 지난해부터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해온 '유령패션' 연작이 전시됐다. 주목할 점은 이 유령패션이 1979년 작 '인간 이후'의 한 부분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안 작가는 "유령패션은 '인간 이후' 속에 과소비와 부의 계급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패션만 남아있는 부분을 재탄생시킨 것"이라며 "옛 작품 속에 잠복해있던 모티브들이 시간이 지나고 세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게 되면서 새로운 작품의 소재가 됐다"고 말했다.
전시를 보고나면 그의 작품이 밝음보다는 그 이면의 어둠과 아픔, 절망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예술의 가치는 내 자신을 구원하고, 사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데서 빛을 발한다. 적어도 내 예술은 그랬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12월 3일까지.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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