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godoksa, 외로움

배성훈 경북본사장
배성훈 경북본사장

"내가 힘들 때 이야기 상대가 되어 줄 사람이 있나요?" "아플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는지?" 이 질문에 "예"라고 응답하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2021년 대한민국 10명 중에 3, 4명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연락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기 때문입니다.

찬 바람이 불면서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얼어붙는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어느 순간 외로움과 우울감이 불쑥 찾아오곤 합니다. 저도 본의 아니게 가족과 떨어져 사는 독신 생활을 하면서 혼자 보내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아프거나 힘들 때 가까운 친구가 없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사회는 '혼밥' '1인 가족' '고독사'가 일상 용어가 될 정도로 공동체가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가 공고해지면서 외로움이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형제 친척도 줄었고, 또 함께 놀기보다는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면서 혼자 놀기를 선호하는 문화로 바뀐 지 오래입니다.

한 여론조사 업체가 우리 국민 5천 명에게 조사한 '외로움'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80점 만점의 UCLA 외로움 지수에서 한국인들은 평균 43.94점을 받았습니다. 외로움 지수는 저단계, 중등도, 중고도, 고단계로 나뉘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10명 중 3명은 중고도 이상의 심각한 외로움 단계였습니다. 가장 외로운 사람들은 지방에 혼자 사는 50대 이상의 중고령층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고독사 건수는 3천378건으로, 2017년 2천412건에 비해 크게 늘었으며, 남성의 고독사 건수가 여성보다 5.3배 많았다는 실태조사 결과는 더욱더 끔찍합니다. CNN은 최근 "한국의 중년 남성이 '고독사'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고독사 한국어 발음을 로마자로 그대로 옮긴 'godoksa'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외로움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왔습니다. 그런데 외로움이 빈번할수록 걱정, 무력감, 짜증, 분노가 일반인보다 4~5배 높다고 합니다. 외로움은 개인의 근심 걱정과 사회병리를 유발하고, 부정적 감정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삶의 질에 영향을 줍니다. '고립의 시대' 저자 노리나 허츠 교수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소외, 배제, 양극화, 극단주의를 야기하는 사회 문제라고 말합니다.

외로움은 이제 현실적인 사회 문제가 됐습니다. 더욱이 2년간 사회적 교류의 제약을 가져온 코로나 상황은 외로움의 사회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방법이 가장 쉽고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기보다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만한'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때마침 경상북도가 마음 복지의 하나인 '대화기부운동'을 국내 지자체 최초로 시작합니다. '대화기부' 홈페이지(gbmind.kr)를 통해 대화 요청자, 대화 기부자를 모집한 뒤 서로를 이어줍니다. 'Small Talk! Big Smile!-작은 대화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겠습니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포항에도 1인 가구 중장년들의 외로움 해소를 위해 요리 감성 프로그램 '맛있는 담소'가 있습니다. 혼자가 아닌 여럿이 만든 요리를 먹으며 서로 대화를 나누고 따뜻한 마음을 소통한답니다. "너는 괜찮니? 밥은 먹었니?" 일상의 소소한 대화로 마음을 지켜주는 경북의 마음 복지 운동이 스산한 겨울 당신의 외로움을 달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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