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훈 '탈북어민 북송' 반대에 "흉악범인데 그냥 돌려보내면 안되나"…검찰 공소장 적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관련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공소장에 이들이 사건 당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송을 강행했다고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송환과 귀순 절차 등을 규정한 국가안보실 매뉴얼을 위반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번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연합뉴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관련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공소장에 이들이 사건 당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송을 강행했다고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송환과 귀순 절차 등을 규정한 국가안보실 매뉴얼을 위반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번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연합뉴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관련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공소장에 이들이 사건 당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송을 강행했다고 적시했다. 이 과정에서 송환과 귀순 절차 등을 규정한 국가안보실 매뉴얼을 위반한 정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서 전 원장과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이 북한 선원을 나포하기 전부터 이미 북송을 검토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시 정부가 탈북어민 북송을 통해 북한을 존중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봤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모친 장례식(2019년 10월 30일)에 북한이 조의문을 보내오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부산에서 개최할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초청한다는 친서를 그해 11월 4일쯤 보낼 예정이었다.

앞서 2월 북미정상회담 결렬 등으로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탈북어민 북송으로 '북한과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북한을 존중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 전 원장은 11월 1일 오전 김준환 당시 국정원 3차장에게 "동료 선원을 다수 살해한 흉악범이 남쪽으로 오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국가안보실과 공유 중이니 법적으로 북한에 돌려보낼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공소장에 서 전 원장 등이 강제북송에 법적 근거가 없단 것을 알면서도 북송을 강행했다고 명시했다. 11월 3일 "흉악범인데 그냥 돌려보내면 안되나"라고 말했는가 하면, 이튿날 새벽엔 김 전 차장에게 전화해 "16명이나 죽인 애들이 귀순하고 싶어서 왔겠냐, 지들 살려고 온 것이지"라며 북송 방향으로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김 전 차장이 실무부서 반대를 우려하자 "그냥 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정식 수사 등이 필요하다는 합동조사팀 의견에는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경찰에 확인해 보니 국내에서 조사가 어렵고 처벌도 어렵다고 한다"고 전했다고 한다.

공소장에는 문 전 대통령이 북송 결정에 대한 보고를 받고 승인했는지 여부는 적히지 않았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었고 북한 친서 발송 일정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정의용 전 실장을 중심으로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북송 결정이 이뤄진 11월 4일 청와대 회의 역시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이 대통령 해외순방, 국정감사 일정으로 부재중이라 노영민 전 실장 주재로 열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냈지만, 노 전 실장은 "남북 간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가능하다"며 북송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정 전 실장은 "검찰의 편향된 잣대에 의한 기소"라며 반박하고 있다. 그는 "하룻밤 새 동료 선원 16명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남으로 넘어왔다"며 "주무 부처 협의를 거쳐 귀순 의사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 북한 추방을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민 보호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것으로, 북송 결정이 위법했는지 등을 둘러싼 검찰 측과의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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