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가 대구 달서구 상화로 입체화 사업에서 지역 업체 하청 약속을 저버리고 외지에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을 기만한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협약 당사자가 바뀌었다고 2년 사이 사업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하는 행위는 한 대형 중앙 건설사가 대구 전체를 속이려 드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해 갈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21년 3월 '상화로 입체화 공사 하도급 금액 90% 이상 지역 전문건설업체 참여'를 명문화한 지역하도급률 확대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에 참여한 주요 인사는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윤창운 전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다.
권 전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야인이 됐고, 윤 대표도 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코오롱글로벌 대표는 김정일 사장이 자리하고 있다. 협약 핵심 당사자가 현재 상화로 공사 현장에선 빠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협약은 사회적 약속과 신뢰를 기반으로한 사업자와 지자체 간의 공적인 업무 체결이다. 특히 코오롱글로벌은 시민 전체를 상대로 공사 안정과 지역 경제 기여를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제 와서 협약에 위배된 행동을 하는 것은 대구 전체를 우롱하는 처사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대시민 사기극'이라는 지적은 이번 논란이 상화로 공사의 초기 단계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원도급사인 코오롱글로벌은 다음달 11일 상화로 공사 종점·나들목 부근 개착부 공사 입찰자 선정을 시작으로 포장과 조경 등 완공시까지 단계별 사업자 선정에 나선다.
이번 '종점·나들목 개착부 공사'는 총 공사대금(3천200억원)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300억원(예상 설계금액)으로 비중이 클 뿐 아니라 이를 시작으로 사실상 다른 후속 공정이 줄줄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사업이 외지 업체로 갈 경우 하청에 하청을 주는 사업 특성상 나머지 후속 공정에서도 지역 업체의 참여는 연쇄적으로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게 전문가 진단이다.
코오롱글로벌이 28일 설명회에서 최저가 입찰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도 시민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최저가 입찰은 원청사의 이익을 극대화한 후진적 도급 시스템이어서 지역 경제 배려보다는 코오롱글로벌 수익에만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 건설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에서 발주한 대형 공사들은 시공 능력이 큰 중앙 대형 업체들이 전담해 왔고 해당 업체들은 거래하던 하청들까지 데리고 들어와 그야말로 먹튀(먹고 튀는 행동)를 반복해 왔다"며 "이번 상화로 공사를 계기로 악습이 깨질 것이란 기대를 잠시했으나 돌아가는 정황으로 볼 때 예전과 다르지 않을 것 같아 실망은 더욱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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