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달부터 '만 나이' 본격 도입, 젊어지는 대한민국…교실 등 '서열' 혼란 우려도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다음 달 28일부터 하나로 통일
오랜 기간 혼용으로 시행초기 혼란도 우려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 '2023년 6월부터 만 나이로 통일' 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매일신문DB

'만 나이 통일법' 시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1월 1일 모든 국민이 똑같이 한 살을 더 먹는 '세는 나이'(한국식 나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만 나이 통일에 따라 모든 국민의 나이가 한두 살씩 어려지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나이를 기준으로 언어와 행동 양식을 달리하는 기존 사회 특성상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만 나이 통일을 계기로 뿌리 깊은 연령 서열 문화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13일 법제처에 따르면 다음 달 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이라고 불리는 행정기본법 및 민법 일부 개정법률이 본격 시행된다. 그동안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가 혼재돼 혼란스럽던 대한민국의 나이 체계가 만 나이로 통일된다.

만 나이 도입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모든 국민이 1~2살 어려진다는 점이다. 올해 생일이 지난 경우라면 1살, 생일이 지나지 않은 경우라면 2살 어려진다. 태어난 해를 1살로 삼고 새해 첫날에 한 살씩 더하는 한국식 '세는 나이'는 우리나라 법령 체계와도 맞지 않고 만 나이가 일반적인 외국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정부는 계약서, 법령, 조례 등에서 사용하는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하면 나이를 둘러싼 혼선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보호법과 식품위생법, 병역법, 초중등교육법 등은 여전히 '연 나이'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연 나이란 생일과 무관하게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를 말한다. 술, 담배를 판매할 수 있는 성인 기준과 군대 입대를 위한 연령 표기 등은 기존과 같다.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호칭 문화가 중요시되는 만큼 시행 초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같은 학년이더라도 다른 나이가 적용될 학교가 문제다. 대구시교육청은 교실 안에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난 4월 초 각 학교별로 '만 나이 시행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라'는 공문을 일제히 보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11일 교육‧홍보 현황을 수합해 학교별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 나이 교육을 시행한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교육청의 대처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 4월 각 학급별로 관련 교육을 마친 북구 서변중학교는 최근까지도 만 나이에 대한 교육을 펼치고 있다. 서변중에 다니는 학생들은 "생일이 한 달 또는 며칠밖에 차이가 안 나는 선후배 사이는 만 나이가 적용된 후 '형, 동생'으로 부르기도 어색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따라 만 나이 통일을 계기로 뿌리 깊은 서열 문화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음 만나면 나이를 물어 윗사람, 아랫사람 등 서열을 정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문화다. 해외에선 일반적인 만 나이 제도가 유독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존댓말과 호칭에서 오는 '연령 권력'이 굉장히 공고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관습적으로 사용해왔던 우리의 언어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 차이
만 나이, 연 나이, 세는 나이 차이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