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3시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입구에 대구를 찾은 관광객들이 모였다. 골목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기념 전시관 근처에 잠시 멈춘 관광객들은 전시관에 들어가지 않고 의료선교박물관 등이 있는 청라언덕 쪽으로 향했다.
전시관 내부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개관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페인트 냄새도 진동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성인이 올라가기에 좁고 경사가 가팔랐다. 아동이나 노인 등이 오르내릴 경우 안전상 유의가 필요해 보였다.
지난 2월 17일에 개관한 '코로나19 기억의 공간'이 28일 개관 100일을 맞았지만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관람객을 위한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화장실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갖추지 못했다.
'코로나19 기억의 공간'은 2020년 2월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던 당시 상황을 기록하고 보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시관은 44㎡ 부지에 연면적 308㎡, 지상 2층 규모로 준공됐다. 당초 국·시비 각 10억원씩 모두 20억원 규모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한 탓에 시비 10억원만 투입됐다.
축소된 예산 탓에 전시 시설들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시설을 운영하는 동산의료원에 따르면 2월 개관 이후 하루 평균 관람객은 30~40명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오후 3시 기준 5명이 찾는 데 그쳤다. 학예사 A씨는 "전시공간에는 화장실 등 기본적인 편의 공간이 갖춰져야 하는데 화장실조차 없다"며 "약 70~80m 떨어진 청라언덕 쪽 개방형화장실로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전시관 일부 공간에 '교육 ZONE'을 만들었지만 6인용 테이블 하나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공간으로 최대 6명 정도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학예사들은 초등학생, 유치원 등 단체 관람이 가장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관광객 유입을 위해 대구시청과 동산의료원은 대구 골목투어 코스에 '기억의 공간'을 추가하는 방안을 중구청에 제안했다. 그러나 중구청은 현대 사건인 코로나19 팬데믹은 근대 문화가 주제인 투어 코스에 넣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골목관광팀 관계자는 "위치 안내 푯말을 설치하고 홈페이지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관련 사진과 소개 문구를 표시해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영한 대구시 보건의료정책과 보건정책팀 팀장은 "전시 공간 자체가 좁아 많은 콘텐츠를 담으려고 하다보니 편의시설까지 고려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관광객이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중구청, 동산의료원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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