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수성구의회 해외 연수 보고서 부실 논란, 출발 전 질문 빈약 탓

대구시 수성구의회 의원들이 지난 3~4월 유럽과 일본 연수를 다녀온 뒤 제출한 출장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총 7천만 원 가까운 세금을 쓰고 내놓은 보고서는 '방문지 소개식' '구체성이 떨어지는 총론성'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시민 단체에서는 "이 정도 보고서를 쓰려고 해외까지 다녀왔는지 의문"이라며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비판까지 내놓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 연수가 '외유성'이라는 비판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의원들뿐만 아니라 중앙 및 지방정부 공무원, 각종 공기업 임직원의 해외 연수 역시 '혈세로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 의원들과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를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 선진 문물을 보고 듣고 배움으로써 국내 사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고, 한국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연수 목적과 관계없어 보이는 유명 여행지 방문, 해외 연수 중 발생하는 품위 위반 행위, 연수 후 제출하는 부실 보고서 등이 늘 논란이 되고 있다.

해외 연수 중 발생하는 품위 위반이나 출장비 부정 수령 등은 비교적 쉽게 적발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 자체가 부실한 해외 연수는 확인, 구별이 어렵고, 개선도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자면 해외 연수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목적과 무관한 여행 일정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사전 교육도 필수다. 이때 사전 교육은 '해외 연수 중 어떤 장소에서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가'를 넘어 '의원들이 속한 각 지자체 내 현안과 구체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분명해야 한다.

해외 연수를 다녀온 후 제출한 '출장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것은 연수 전 애초 '질문'이 잘못됐거나 '질문' 자체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쓸모 있는 질문'을 제기하지 못하면, '쓸모 있는 답'을 찾을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연수 후 '출장 보고서'에 앞서 연수 전 '출장 질문서'를 검증하는 것도 해외 연수 성과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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