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여당 참패로 막을 내렸다. 17.15%포인트(p) 격차다. 여권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내년 총선이 암담할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서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려만 만연할 뿐 쇄신책은 딱히 잘 안 보인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을 이기려 해서는 안 된다. 주권자가 회초리를 들면 납작 엎드려야 한다. 그래야 국민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린다. 하지만 이번 보궐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도 잘 안 보인다. 애먼 임명직 당직자들만 사표를 던졌다. 그들이 책임 선상에 있지 않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보수 언론들조차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위도 꽤 매섭다. 지난 1년 반 동안 보지 못했던 현상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으로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 하지만 언론들은 늘 그래 왔다. 언론이 주야장천 '외람되오나'를 외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비판의 칼날은 진영을 안 가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보수 언론의 화력이 좌파 언론보다 셌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표 차이가 왜 이리 벌어졌는지 냉정히 분석해 보자. 사실, 우리나라 선거는 중도층 20%의 마음을 얻는 경쟁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각각 30% 정도씩인 보수·진보 핵심 지지층은 웬만해서 움직이지 않는다. 나머지 국민이 40%인데, 20%는 투표소에 가지 않으니 남은 20% 표심이 캐스팅 보트다. 그런데 이번 보궐선거 표 격차가 17%p를 넘었다. 적어도 강서구에서는 투표하는 중도층 가운데 압도적 다수가 집권당으로부터 등을 돌렸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총선 승부처는 수도권인데 이번 보선으로 나타난 표심이 내년까지 이어지는 것은 국민의힘으로서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에서 0.73%p 표 차 신승을 거뒀다. 정부 정책과 이념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가려면 국정 지지율이 중요하기에 중도층 마음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은 지지층으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았지만 중도층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 참모진과 여당 지도부의 조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보선만 해도 이렇게 판을 키울 일이 아니었다. 행정 일꾼 뽑는 선거로 조용히 치러도 됐을 법한데 공천 과정에서 '윤심'이라는 말이 오가고 당 지도부가 총출동하는 등 난리를 피웠다. 이번 총선을 미니 대선급으로 키운 것은 여당이었다.
국민들이 이번에 보낸 첫 신호를 여권은 엄중히 여겨야 한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공천해서는 안 된다" "눈도장 찍겠다고 강서구에 출동하는 당 지도부를 말려야 한다"는 식으로 조언한 대통령실 참모 또는 여권 인사가 혹여 있었는지 모르겠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이런 인물이 있다면 중용함이 마땅하다. 입에 발린 달콤한 말로 대통령 심기 경호나 하는 사람이 있다면 경계할 일이다. 듣기엔 쓰지만 옳은 소리에 귀를 열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 정책의 실패 확률이 적다.
대통령 중심제인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의 실패'는 '국민의 고통'과 동의어이다. 이는 진영을 따질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시간은 길지 않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정책 추진 동력은 약해질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실리를 중시하는 정책을 펴 미래로 나아가기 바란다. 그래야만 중도층 마음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경제가 중요하다.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면 백약이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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