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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전망] 꼭지 달린 사과…청송의 혁신

배성훈 경북본사장
배성훈 경북본사장

바야흐로 사과의 계절이다. 사과 수확이 끝나는 11월 첫날 청송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 '청송사과축제'가 열린다. 청송사과는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연이어 수상하면서 국내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고 있다. 맛이 변하지 않고 오히려 해가 갈수록 더 깊은 맛이 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사과와 차별화된다. 축제장에서는 아삭하고 상큼한 청송사과를 맛볼 수 있고 저렴하게 살 수도 있다. 특히 올해에는 꼭지를 자르지 않은 청송사과를 맛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재미이다.

꼭지 달린 사과는 윤경희 청송군수의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청송사과 혁신의 첫걸음이다. 대개 혁신이라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지만 윤 군수의 꼭지 달린 사과도 애플에 버금가는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꼭지 달린 사과는 우리나라 과수산업을 거슬러 봐도 처음 시도되는 획기적인 방식이다. 꼭지 달린 사과는 인력 절감뿐 아니라 온전한 꼭지 덕분에 사과의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어 생산자나 구매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우리나라는 관행적으로 사과 유통 과정에서 사과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농가에서 수확 후 사과 꼭지를 짧게 쳐서 출하한다. 그러다 보니 농가에서 꼭지 제거 작업에 소요되는 인건비 부담과 인력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청송군에서만 사과 꼭지를 자르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가 한 해 86억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사과 꼭지 절단 인건비는 연간 약 660억 원(55만 톤 기준)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꼭지 달린 사과는 사과의 신선도에도 큰 도움을 준다. 가을 수확 철에는 대부분 사과 농가들에 일손이 부족하다. 수확한 사과를 과수원에 언덕처럼 쌓아 두기 때문에 상자에 바로 담지 못한다. 겨우 일손이 보강되면 며칠 후에야 꼭지를 하나하나 딴다. 사과를 딴 후 바로 출하를 못 해 그만큼 신선도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사과 꼭지 절단은 1970년대 청송군에서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꼭지를 딴 사과가 유통이 잘 되고 가격도 더 받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 시작됐다. 이런 점에서 윤 군수의 꼭지 달린 사과는 결자해지 차원인 셈이다. 청송군이 앞장서서 꼭지 달린 사과를 전국에 보급하겠다는 약속이다. 청송군은 꼭지를 제거하지 않는 사과뿐만 아니라 잎을 따지 않고, 반사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3무' 사과 재배 방식을 널리 보급하고 있다.

올해부터 청송사과는 꼭지를 제거하지 않고 출시된다. 꼭지가 없다면 청송사과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매일신문 DB
올해부터 청송사과는 꼭지를 제거하지 않고 출시된다. 꼭지가 없다면 청송사과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매일신문 DB

윤 군수의 사과 혁신에 대해 일단 과수농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당장 올해 사과 수매에서 농가 60%가 꼭지 달린 사과를 내놓았고 40%는 여전히 꼭지 없는 사과를 출하했다. 첫술에 배부를 일 없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모양 예쁜 사과만 선호하는 소비자 인식 개선이 넘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농업 대전환을 경북도정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는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청송의 사과 혁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게 청송군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는 것이 현지의 반응이다. 청송 사과 농민들은 하루속히 생산비 절감, 신선도 유지 차원에서 꼭지 달린 사과 유통을 활성화할 경북도의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과 주산지인 청송군이 시작하면 대한민국 전역이 사과 꼭지를 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게 가지 않으면 우리 사과 농업은 미래가 점점 힘들어집니다." 윤경희 청송군수의 사과 농업의 미래를 위한 '영광된 결정'이 빨갛게 익어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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