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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정문 북적이는 차량…스쿨존 주정차 금지 2년 무색

초등학교 정문 앞 정차하는 차량들로 북적여
제도 시행 후 주정차 위반 단속 건수도 늘어나
대안책인 드롭존 설치된 곳은 1%에 그쳐

지난 8월 오후 대구 남구 한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8월 오후 대구 남구 한 초등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 18일 오후 1시쯤 대구 북구 옥산초, 달산초 정문 앞은 하교하는 학생들과 이들을 태우려는 차들로 북적였다. 태권도, 영어 등 학원 차들은 학교 정문 건너편에서 5분 넘게 학생들을 기다렸다.

태권도 도장 차량을 끌고 학교 앞에서 나오는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던 서모 씨(27)는 "범칙금도 여러 번 냈지만 학부모들이 정문 앞에서 학생을 데려가는 것을 원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곳에서 애들을 기다린다"며 "주차는 몰라도 정차는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21년 전면 도입된 스쿨존 주·정차 금지 제도가 오는 21일 시행 2년을 맞지만 현장의 혼란은 여전했다. 정부가 대안으로 꺼내든 '드롭존'은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스쿨존 주·정차 금지 제도는 지난 2021년 10월 21일 스쿨존의 모든 도로에서 차량 주·정차를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이를 위반해 적발되면 승용차 12만원, 승합차 13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차된 차량이 운전자 시야를 가리는 현상을 막고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제는 초기부터 현실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금도 초등학교의 등하교 시간에는 많은 차들이 학교 주변을 점령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위반 단속 건수는 2021년 3만120건에서 지난해 4만606건으로 35% 증가했다. 올해도 9월까지 단속된 건수는 2만3천802건에 달한다.

정부가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 꺼내든 '드롭존'(Drop Zone)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설치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드롭존이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통학 차량 등이 학생을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조성된 특정 공간을 뜻한다. 대구에 있는 드롭존은 ▷동구 나현어린이집·유치원 ▷남구 대덕초 ▷북구 사수초, 칠성초 등 8곳이다. 전체 스쿨존 754곳 중 1%에 그쳤다.

대구시는 학교 인근의 도로 여건상 드롭존 확대가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설치를 희망하는 학교를 파악한 결과 수요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드롭존을 설치하기 위해선 어린이보호구역에 설치된 안전 펜스 등을 제거해야 하는데 도보로 등교하는 학부모의 반발이 거셌다.

대구시 도로정책과 관계자는 "자가용이나 학원차량 등을 타고 학교를 오가는 이들도 있지만 학생 대부분은 도보로 등·하교를 한다. 도로 여건이 안 갖춰진 상태에서 무작정 드롭존을 만들 수도 없다"며 "어린이보호구역의 범위가 그리 넓지 않은 만큼 불편하시더라 학생들의 등·하교를 돕는 차들은 경계 지점 밖에서 승·하차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중진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커졌지만 여전히 단속장비 설치율이 떨어진 데다 교통을 통제하는 지도요원 역시 등교 시간대에만 집중됐다"며 "드롭존을 확대하는 대신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에 대해서는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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