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불씨 대구까지 튀어…중동 수출 타격 불가피

대구상의, 이-팔 전쟁 따른 수출 현황과 영향 점검
섬유직물, 차부품, 의료용기기, 공구류 수출 가장 많아
올 들어 회복세였던 이란 수출 다시 위축 전망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지 닷새째인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이스라엘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하마스 공격으로 폐허가 된 경찰서 건물에서 나온 불에 탄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지 닷새째인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스데로트에서 이스라엘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하마스 공격으로 폐허가 된 경찰서 건물에서 나온 불에 탄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불씨가 대구 산업 전반에까지 튀었다. 이번 전쟁이 장기화하고, 레바논 헤즈볼라, 이란 등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대구상공회의소는 '이–팔 전쟁에 따른 대구의 중동 국외투자·수출 현황과 영향'을 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섬유 직물, 자동차 부품, 의료용 기기, 공구류 등에서 수출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수출 감소 및 최근 회복세를 보이던 이란 수출이 이번 전쟁으로 다시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의 이스라엘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부품, 탄화텅스텐, 초경공구류, 인쇄회로, 공작기계부품 등이다. 지난해 기준 이들 5개 품목이 대(對)이스라엘 수출의 55%를 차지했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선례"라면서 "전쟁 발발 연도에 대구에서 우크라이나, 러시아로 수출이 20~4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직접 전쟁 당사국인 만큼 전쟁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현지 경제활동이 위축될 것이고, 이로 인한 이스라엘 수출도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역 자동차부품 기업들은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 수출이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구의 근간 산업인 섬유업계 역시 긴장감이 감돈다. 올해까지 주문 물량에 대해서는 큰 피해가 없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주문과 수금에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

중동 전통의상용 직물을 수출하는 한신특수가공을 운영 중인 한상웅 한국패션칼라산업연합회장은 "당장은 받아둔 주문 건에 문제가 없지만 전쟁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예상 못 하기 때문에 계속 긴장 상태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최근 터키 등 중동 시장으로는 주문이 아예 없는 등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전쟁까지 겹쳐 첩첩산중"이라고 전했다.

올 들어 회복세를 보이던 이란 수출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2014년 1억4천만달러에 달했던 대구의 이란 수출은 미국의 경제 제재 조치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등을 거치면서 지난해에는 90% 넘게 줄어든 692만달러에 그쳤다. 올 들어서는 기저효과와 미국의 경제제재 일부 해제 등으로 이란 수출이 89% 이상 급등하는 등 회복세를 보여 왔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환율 등 거시지표의 변동성 증대도 지역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지난해 말 78달러에서 지난달 말 96달러로 20% 이상 급등하는 등 불안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졌고, 유가가 90달러 수준 이상이 계속 유지된다면 국내물가 및 기업경영에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역기업은 2000년 이후 2023년 6월 현재까지 중동에 모두 6천713만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수출입은행 국외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지역기업이 중동에 투자한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총 6개국이며, 현지 신규법인은 14개사로 나타났다.

신규법인 14개사 중 7개사가 중동경제의 중심 국가인 UAE에 설립됐고, UAE를 거점으로 인근 중동 국가와 교역 활동 중이다. 투자금액 기준으로는 인구대국인 이집트와 경제 중심지인 UAE에 각각 59.5%, 37.3%를 투자하여 이들 2개국이 중동지역 해외 투자의 96.8%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중동 전역으로 사태가 확산되고 전쟁이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해 민관합동 수출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신용보증한도를 최대 1.5배 확대하고 사고발생 시 신속보상이나 보험금 가지급 등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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