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락가락 일회용품 정책…종이컵·플라스틱 규제 철회

식당서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 가능…정부, "소상공인 부담 고려"
플라스틱 컵·야구장 1회용 플라스틱 응원 용품 등은 1년 계도기간 종료
시민들 "이랬다 저랬다 혼란스러워" 불만 목소리도

정부가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는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시대적 과제이자 국정과제인
정부가 식당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지 않기로 했다. 카페에서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에서 비닐봉지 사용도 한동안 단속하지 않는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고 정부는 설명했지만, 시대적 과제이자 국정과제인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 정책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7일 낮 서울 을지로의 한 식당에 비치된 종이컵. 연합뉴스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종이컵·플라스틱 규제안'이 시행 2주 앞두고 철회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비용부담을 걱정하던 자영업자는 반기는 분위기지만 환경단체는 환경 정책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시행돼 1년간 계도기간을 가졌던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를 철회한다고 7일 발표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소상공인 부담을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식당, 카페, 편의점에서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플라스틱 컵은 앞으로도 매장 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편의점 비닐봉지 역시 기존대로 유상 판매만 가능하다. 합성수지(플라스틱) 응원 용품과 일회용 우산 비닐도 예정대로 오는 24일부터 단속 대상이 된다.

문제는 조처 시행을 약 2주 앞두고 돌연 취소하자 찬반 입장이 갈리는 등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대체로 이번 철회를 반겼다.

대구 중구에서 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38) 씨는 "일회용품을 쓰지 말자는 의견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음식점에서 일하다 보면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종이컵이 훨씬 편하다"며 "종이컵 사용을 단속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반월당역 내의 한 식당에서 근무하는 A(68) 씨 역시 "다회용 컵과 살균기 등을 추가로 구매할 생각이었다"며 "손님의 나이대가 높은 편인데 어르신들이 무거운 다회용 컵보다는 일회용 컵을 선호하니 걱정이 컸다"고 안심했다.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해 종이 빨대로 바꿔야 했던 개인 카페도 반기는 분위기다. 중구 동성로의 한 카페에서 1년 동안 근무한 최두용(28) 씨는 "손님들이 종이 빨대를 선호하지 않아 계도 기간임에도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해 왔다"며 "종이 빨대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일각에서는 플라스틱 컵은 되고 플라스틱 빨대는 안 된다는 정부 방향이 혼란스럽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카페를 방문한 박모(26) 씨는 "같은 플라스틱인데 컵은 안 되고 빨대는 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며 "안 할 거면 확실히 안 하고 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하는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정책 후퇴로 환경오염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동성로의 한 카페를 찾은 이모(40대) 씨는 "환경오염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인데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아쉽다"며 "환경을 생각하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만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숙자 대구환경교육센터 사무처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 추세에 맞게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며 "일관성 없는 모습은 자영업자와 시민 모두에게 혼란만 줄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 도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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