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커스On] 신당 승패는 선거제에 달렸다?

◆이준석·조국·송영길 신당의 성공 조건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신당 보다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듯
◆여야 총선 앞까지 미루다 '기득권 유지'로 합의할 가능성 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지난 4월 국회에서 나흘 간 개최돼 여야 의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안(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전원위)가 지난 4월 국회에서 나흘 간 개최돼 여야 의원들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환 디지털 논설위원
이창환 디지털 논설위원

'이준석 신당, 송영길 신당, 조국 신당, 진보정당 신당…'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러 제3당이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인물과 바람 등 제3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여러 요건이 필요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조건은 선거제도다. 여야가 논의 중인 선거제도가 제3당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결정될 경우 세 확장에 한계를 느끼며 신당 추동력이 급격하게 사그라들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지역구(253석)와 비례대표(47석)로 나뉜다. 현재 지역구 선거는 소선거구제(지역구 1곳에서 최다 득표자 1명만 뽑는 방식)로 뽑고, 비례대표 선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논란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 제도는 제3당에 매우 유리하다.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율을 연동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그에 못 미칠 때 절반을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전체 의석 300석인 선거에서 A정당이 정당 득표율 20%, 지역구 40명이 당선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우선 총의석수의 20%인 60명을 배정받는다. 지역구에서 그 이상 얻었다면 상관없지만, 미치지 못한다면 60석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나머지 절반〈40석이라면 (60-40/2)〉인 10석을 비례로 추가로 얻는 방식이다.

당초 거대 양당의 의석 독점을 막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돕는다는 취지였다.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한 정당도 최소 정당 득표율(3%)만 달성하면 원내 의석 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더불어시민당(17석)을 창당 및 합당했고, 자발적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3석)과도 합당했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창당해 19석을 가져갔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적용됐던 준연동형은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다. 민주당이 공수처법 통과를 위해 원내교섭단체(20석)를 노리는 정의당 등 군소정당의 요구를 들어준 사실상 야합에 가깝다. 당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철저히 배제됐다.

그럼에도 정의당은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탓에 정의당은 고작 6석만 차지하면 직전 선거와 결과가 같았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왼쪽)과 조국 전 장관이 신당 창당설을 흘리면서 민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왼쪽)과 조국 전 장관이 신당 창당설을 흘리면서 민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을 폐지하는 대신 병립형 비래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이는 20대 국회(~2020년)까지 적용된 제도로, 253석 지역구는 지역구대로 뽑고 비례대표 의석(47석)만 정당 득표율대로 나눈다. 이 제도는 예컨대 정당 득표율은 높고 지역구 의석은 적은 정의당 등 소수 정당에 불리하다. 국민의힘이 병립형으로 회귀를 주장하는 데는 이준석 신당에 대한 경계심도 작동했다. 여권 관계자는 "준영동형 비례대표제 아래에서는 이준석 신당이 만들어지면 국민의힘 의석수를 일정 부분 잠식할 수 있다"며 경계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계산이 복잡하다. 준연동형을 유지하면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 등 친문 정당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두 사람 모두 현 제도 하에서는 신당을 만들어서 비례대표에 도전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조국 전 장관은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겠다"고 했고, 송영길 전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전국구용 신당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데 저 역시 이것(신당 창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 전 장관과 송 전 대표의 출마를 꺼린다. 내년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작동해야 이길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출마하면 '조국 심판론'이 정권 심판론과 맞붙어 전선이 흐려질 수 있어서다. 선거 전략에도 켤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과 관계 설정도 쉽지 않다. 가까이할 수도, 일방적으로 멀리할 수도 없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듯하다.

그래서 민주당은 내심 국민의힘과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하고 싶지만 지난 총선에서 소수 정당과 준연동형을 밀어붙인 탓에 입장을 바꾸기 쉽지 않다. 당내 개혁파들도 극구 반대하면서 입장 정리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간을 끌다가 결국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합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인사는 "조국 전 장관과 송영길 전 대표는 준연동형으로 치러지면 당을 창당할 것이고,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