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3주째…‘일방향 통행’ 진입로에 현장 혼선

대구역~중앙네거리 진출입 방법 우회전으로만 제한
횡단보도 5개 중 2개는 신호등 없어…보행자 안전문제 지적
상인 "출근시간 택시 진입 안 되니 해제 전보다 손님 줄어"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거리가 해제되면서 일반 차량의 통행이 허용된 이달 1일 승용차들이 신호를 대기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일부 거리가 해제되면서 일반 차량의 통행이 허용된 이달 1일 승용차들이 신호를 대기하고 있다. 매일신문DB

대구시 대중교통전용지구(이하 전용지구) 일부 구간이 해제된 지 3주가 됐지만 현장에서는 진·출입 방법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차량 유입량을 조절하겠다는 이유로 '우회전 진입'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한데다가, 전체 구간 중 절반을 전용지구로 남겨둬 통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상권 활성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용지구에서 해제된 대구역네거리~중앙네거리 구간에 승용차는 우회전을 통한 진입만 가능하다. 이 구간에서 나갈 때도 우회전만 가능하다.

지난달까지는 ▷시내버스 ▷영업 택시(오후 9시~다음날 오전 10시) ▷통행허가증 발급 차량(오전·오후 각 두 시간씩)에 한해 대구역네거리에서 직진을 통해 이 구간 진입이 가능했다.

반면 이달 초 전용지구 해제 후에는 시내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대해 우회전 진입만 허용하면서 교통흐름을 일방향으로 통제했다. 대구시는 도로 폭이 약 8m로 좁은데다가 편도 1차선 도로여서 직진과 좌회전 진입까지 허용 시 교통 흐름이 끊기고 차량 유입이 너무 많아질 것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상인들은 전용지구 해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또 상권활성화를 위해서는 전 구간에 대해 승용차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제된 전용지구 구간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조미순(72) 씨는 "전용지구 해제 이전인 지난달 대비 매출이 오히려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전엔 출근길에 가게 앞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는 직진으로 들어오질 못하니 빙 둘러서 오고 있다. 택시접근성이 나빠지면서 출근길에 드링크류를 사러 오던 손님들 발길도 끊겼다. 최근 변화가 오히려 이 구간을 섬으로 만들어 고립시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구간에서 옷가게를 하는 이모(68) 씨는 "이 동네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게들이 많다. 부피가 큰 겨울 외투를 사게 되면 택시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는데 택시가 들어오지 않으려 하니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고 했다.

중앙네거리에서 도장집을 운영하는 채홍달(80) 씨는 "1978년부터 이 동네에서 장사를 했는데 전용지구로 차량 통행을 제한하면서부터 동성로 상권이 급격히 나빠졌다. 요즘은 대부분 승용차로 다니는데, 반월당 네거리까지 전체 구간을 해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용지구 해제 이후 달라지는 점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로역 인근에서 택시에서 내린 한 시민은 "중앙로역 앞에 내려 달라고 했더니, 택시 기사가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면서 "택시기사가 모르는 거면 홍보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용지구 해제 구간 보행 환경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 구간 횡단보도 5개 중 2개는 신호등이 없다. 특히 택시, 배달 오토바이, 택배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주·정차하는 경우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해 위험이 더 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구시는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과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 방향을 검토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신규원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진입로는 한번 열면 다시 닫기가 어려워 한번에 진입로를 다 열기보단 안정화되는걸 지켜보며 모니터링중이다"며 "보행자 신호등 역시 차량 소통은 어렵게 하는 반면, 오히려 과속을 유발할 수 있어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용한 경일대 철도학부 교수는 "교통 소통 측면에서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유지하는 게 맞지만, 상권 활성화를 생각한다면 모든 방향에서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면서 "향후에는 시민사회, 정책입안자,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서 더 나은 방향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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