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대중교통전용지구(이하 전용지구) 일부 구간이 해제된 지 3주가 됐지만 현장에서는 진·출입 방법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차량 유입량을 조절하겠다는 이유로 '우회전 진입'만 할 수 있도록 제한한데다가, 전체 구간 중 절반을 전용지구로 남겨둬 통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상권 활성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전용지구에서 해제된 대구역네거리~중앙네거리 구간에 승용차는 우회전을 통한 진입만 가능하다. 이 구간에서 나갈 때도 우회전만 가능하다.
지난달까지는 ▷시내버스 ▷영업 택시(오후 9시~다음날 오전 10시) ▷통행허가증 발급 차량(오전·오후 각 두 시간씩)에 한해 대구역네거리에서 직진을 통해 이 구간 진입이 가능했다.
반면 이달 초 전용지구 해제 후에는 시내버스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대해 우회전 진입만 허용하면서 교통흐름을 일방향으로 통제했다. 대구시는 도로 폭이 약 8m로 좁은데다가 편도 1차선 도로여서 직진과 좌회전 진입까지 허용 시 교통 흐름이 끊기고 차량 유입이 너무 많아질 것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상인들은 전용지구 해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또 상권활성화를 위해서는 전 구간에 대해 승용차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제된 전용지구 구간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조미순(72) 씨는 "전용지구 해제 이전인 지난달 대비 매출이 오히려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전엔 출근길에 가게 앞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는 직진으로 들어오질 못하니 빙 둘러서 오고 있다. 택시접근성이 나빠지면서 출근길에 드링크류를 사러 오던 손님들 발길도 끊겼다. 최근 변화가 오히려 이 구간을 섬으로 만들어 고립시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구간에서 옷가게를 하는 이모(68) 씨는 "이 동네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게들이 많다. 부피가 큰 겨울 외투를 사게 되면 택시를 타고 가는 수밖에 없는데 택시가 들어오지 않으려 하니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고 했다.
중앙네거리에서 도장집을 운영하는 채홍달(80) 씨는 "1978년부터 이 동네에서 장사를 했는데 전용지구로 차량 통행을 제한하면서부터 동성로 상권이 급격히 나빠졌다. 요즘은 대부분 승용차로 다니는데, 반월당 네거리까지 전체 구간을 해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용지구 해제 이후 달라지는 점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앙로역 인근에서 택시에서 내린 한 시민은 "중앙로역 앞에 내려 달라고 했더니, 택시 기사가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면서 "택시기사가 모르는 거면 홍보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용지구 해제 구간 보행 환경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 구간 횡단보도 5개 중 2개는 신호등이 없다. 특히 택시, 배달 오토바이, 택배 차량이 비상등을 켜고 주·정차하는 경우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방해해 위험이 더 커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구시는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과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 방향을 검토해나간다는 입장이다.
신규원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진입로는 한번 열면 다시 닫기가 어려워 한번에 진입로를 다 열기보단 안정화되는걸 지켜보며 모니터링중이다"며 "보행자 신호등 역시 차량 소통은 어렵게 하는 반면, 오히려 과속을 유발할 수 있어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용한 경일대 철도학부 교수는 "교통 소통 측면에서는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유지하는 게 맞지만, 상권 활성화를 생각한다면 모든 방향에서 통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면서 "향후에는 시민사회, 정책입안자,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서 더 나은 방향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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