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은 예방이다

정부 여당이 다음 달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전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유예기간 연장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작업 도중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 규정이 불명확하고 의무 사항도 번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던 터다.

더불어민주당도 유예기간 연장을 유연하게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단서를 달았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년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법 시행을 위해 최소한 2년간 매 분기 구체적인 준비 계획과 관련 예산 지원 방안, 2년 유예 이후엔 반드시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관련 경제단체의 공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협동조합법 개정안'과 연계 처리를 요구했다. 조건부 긍정 신호이긴 하나 정부 여당의 고심이 깊어질 대목이다.

정치권이 혼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직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자칫 준비되지 않은 현장에 촘촘한 법망을 적용하면 상당수가 범법자 신세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83만 곳에 이른다.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 법률의 실익을 재고해야 한다. 중차대한 사고가 발생한 뒤 처벌에 방점을 둘 것이 아니다. 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과 지도감독이 우선이어야 한다.

처벌을 강조한 법안에 사용자가 처벌을 피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건 어색하지 않다. 유예기간 연장과 함께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안도 병행하는 게 마땅하다고 보는 이유다. 더불어 산업 현장 안전계획 수립과 안전계획 실행의 지도감독도 철저히 수반돼야 한다.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나 현장의 반응 속도가 그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보폭이 저마다 다른 탓이다. 틀을 갖추면 속도가 나기야 할 테다. 이 경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악한 대처가 나올 개연성이 높다. 제대로 붙지 않은 불에는 설익은 밥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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