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동훈 비대위원장’ 놓고 입씨름만 벌이는 국민의힘, 지금 그럴 처지인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할지를 놓고 국민의힘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한 장관이 19일 소회를 밝혔다.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이 되기에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고 했다. 또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생각된다"고도 했다. 자신의 비대위원장 추대 반대 의견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반대 의견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첫째는 지금 국민의힘은 찬반 입씨름을 벌일 만큼 여유를 부릴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는 대안 없는 무책임한 반대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민주적 공당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이든 찬반 양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그런 입씨름을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다급하다. '인요한 혁신위'가 던진 혁신 화두는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불씨가 살아나나 싶었지만 김기현 대표의 희생 같지 않은 희생으로 그 효과는 반감됐고, 혁신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런 정체를 돌파하기 위한 전기가 비대위 구성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한 장관의 위원장 적격 여부를 놓고 시작부터 지체되고 있다. 한 장관이 적격이라는 철칙은 없다. 얼마든지 반대할 수 있다. 문제는 반대 논리가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반대 의견은 한 장관이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과 지금 비대위원장이 되면 야당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게 될 수 있어 아껴 뒀다 나중에 써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정치 경험이 없는 게 결격 사유일 수 있지만 장점이 될 수 있다. '여의도 문법'에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발상으로 정치적 난제를 풀어 갈 수 있다. '나중에 쓸 카드'라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 좋은 카드라면 지금 쓰는 것이 위기 신속 돌파를 위해 더 나을 수 있다. 한 장관의 적격 여부를 떠나 반대하려면 대안을 내라는 것이다. 반대에 공천과 관련한 정치적 셈법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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