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신건강정책 혁신, 현장 인력난 해소 없으면 공염불

최근 정부가 정신질환 치료를 중단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정신건강정책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사업은 2년 주기의 청년층 정신건강 검진, 2027년까지 100만여 명 대상 심리상담 서비스 제공 등이다. 자·타해 위험 환자의 치료 중단을 막기 위해, 환자 동의 없이도 의료기관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간 정보 연계를 활성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좋은 정책이지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의 기존 정신건강 프로그램들도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운영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신질환 치료 공백 해소를 위해 2020년부터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복약 여부 등을 관리하는 시범 사업과 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제공하는 '낮 병동'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두 사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전국에 걸쳐 각각 37곳, 64곳뿐이다. 책정된 의료수가가 낮아 프로그램 운영이 어렵다는 게 병원들의 참여 기피 이유다.

광역·기초 자치단체에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심각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직원 1명이 평균 27명의 환자를 맡고 있는 데다, 재난 심리 지원 등 다른 업무도 많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양질의 환자 관리와 상담을 기대하기 힘들다. 열악한 근무 환경은 인력난을 악화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 가운데 3년 이내 퇴직자 수는 2018년 204명에서 2021년 495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65만여 명으로 3년 전보다 8.6% 늘었다. 5대 강력범죄 피의자 중 정신질환자는 2018년 4천774명에서 지난해 6천52명으로 27% 급증했다. 2019년 '진주 안인득 방화·살인 사건', 올해 8월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관리 사각지대의 중증 정신질환 문제는 시민들의 희생을 초래했다. 정신건강정책 혁신은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서 비롯됐다. 정신건강이 처음으로 국가적 어젠다로 선정된 만큼 정부는 정책 실효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꾸준한 예산과 인력 지원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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