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제철소 화재로 고로 한때 멈춰 “가벼운 사안 아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23일 불이 나서 한때 고로(용광로)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를 간신히 복구한 지 1년 만에 다시 고로가 멈추는 악재를 맞았다. 비록 고로가 멈춘 시간이 5~6시간으로 길지 않았다고 하지만, 국가 기간산업 현장인 제철소에선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다.

포항제철소는 이날 오전 화재가 발생하자, 부생가스에 불이 붙을 것을 우려해 부생가스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전기도 차단했다. 동시에 전체 고로(2~4고로)의 가동을 중단했다. 2시간여에 걸친 화재 진압과 잔불 정리 이후 포항제철소는 파이넥스 2·3 공장을 돌리고 2∼4고로의 경우 예열을 거쳐 24일 오전 정상 재가동했다. 다만 제1열연 공장은 전선 교체 등의 이유로 복구에 시간이 더 걸렸다. 포스코 측은 이번 화재에도 철강 제품 생산·수급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화재에서 인명 피해가 없고, 철강 생산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그러나 국가 기간산업 시설의 관리 능력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의 쌀'인 철강 제품의 생산 차질은 건설·자동차·조선 등 연관 산업에 연쇄적 파장을 준다. 제철소 고로가 24시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포항제철소의 고로가 1년 만에 다시 가동 중단됐다는 사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고로가 멈춘 시간 동안 쇳물 생산이 중단됐고, 제1열연 공장도 일시적 가동 중단으로 직·간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포항제철소에선 화재를 비롯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엔 제철소 부지 내 도로에서 특수 운송장비 차량 화재가 발생해 차량 5대가 불에 탔다. 2020년 6월엔 한 공장에서 불이 나면서 검은 연기와 유독 가스가 많이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정부 당국은 이번 화재의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시설 노후 탓인지, 안전관리의 허술 탓인지 가려내야 한다. 피해가 가볍다 해서 두루뭉술하면 안 된다. 작은 불이 큰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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