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대화와 타협의 정치 위해…유력 정책 신당에 투표하자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홍준표 대구시장은 얼마 전 TV홍카콜라에서 "나라가 힘들고 어려울 때 가장 그리워지는 인물이 있다면 JP 김종필 전 총재"라고 말했다. "여야가 타협이 안 되고 극단적인 대립을 할 때 김종필 전 총재 같은 분이 있었다면 접점을 찾아 중재라도 하였을 것인데 그런 큰 인물이 없으니 나라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치 현실에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라 할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환멸과 혐오감이 크고 정치에 대하여도 냉소적인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에서는 정치인에 대하여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독일의 총리들'이라는 책에 의하면 2003년 독일 국민들을 상대로 '가장 위대한 독일인 100인'을 선정하는 여론조사에서 2차대전 후 역대 독일 총리 8명 중 아데나워 초대 총리 등 대다수가 여기에 선정되어 있다고 한다.

독일 정치인들이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이유는 정파 간 대립과 갈등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협치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나 자기 진영의 이해보다는 시대정신에 맞는 소신과 비전을 가지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 현실은 어떠한가. 거대 양당의 극단적인 대립과 분열만 난무하고 있다. 그래서 거대 양당을 중재해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다양한 민의를 균형 있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의석수 30석이 넘는 유력한 제3, 제4당의 출현이 요구된다.

지난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소수 정당을 우대하기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총 47석인 비례대표 의석 중 30석은 연동형으로, 나머지 17석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연동형이란 독일의 국회의원 선거 방식으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당 의석수를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 수가 그에 미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에서 총의석수를 보장해 주는 것이다. 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정당 득표율은 어느 정도 되지만 지역구 당선자를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소수 정당을 우대하고 사표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많이 받은 정당일수록 비례 의석은 적게 가져가도록 설계된 방식이다. 그런데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등 거대 정당은 지역구에만 후보를 내고, 비례대표 후보들은 형식상으로만 별개인 위성정당 소속으로 출마시킨 뒤, 선거 후에 위성정당과 합당하는 꼼수로 비례대표 의석 대부분을 차지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 취지를 퇴색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들을 내보냈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 위성정당 방지법을 발의하고 자신은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선거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말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위성정당도 또다시 만들 생각이다. 거대 야당의 정치 지도자로서는 아쉬움이 많은 발언이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할 각오를 하고 국가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 통 큰 정치로 희생하려고 할 때 22대 총선 승리뿐만 아니라 다음 대선에서도 크게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신당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신당들은 대부분 분명한 자기 색깔과 노선을 가진 정책정당이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정당들이다. 대다수 총선이 끝나면 없어지거나 거대 양당에 흡수될 것이 예상된다.

양 진영 간 극단적 대립을 끝내고 대화와 타협 정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의석수 30석 이상의 유력 신당이 국회에 입성할 수 있도록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이번 총선에 나서야 할 때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에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대신 최소한 3년 후인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는 거대 양당과 결코 합당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는 새로운 정책 신당에 투표하는 지성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제3의 유력 정책 신당의 국회 입성으로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해소하고 정치를 선진화시키며 경제와 안보의 산적한 위기를 해결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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