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문경 화재 소방관 순직이 우리 사회에 묻는다

사람을 구하려고 불길에 뛰어든 소방관 2명이 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고 김수광 소방교와 박수훈 소방사는 경북 문경시 육가공식품 공장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이들은 사람이 대피하는 모습을 보고, 공장에 사람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두 소방관은 위험을 무릅쓰고 화염이 가득한 건물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은 급격한 연소 확대와 건물 붕괴로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특전사 출신 박 소방사는 '사람을 구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각오로 2022년 구조 분야 경력 채용에 지원해 임용됐다. 미혼인 그는 평소 "나는 소방과 결혼했다"고 얘기할 만큼 직업의식이 투철했다고 한다. 2019년 임용된 김 소방교는 지난해 인명구조사 시험에 합격해 구조대에 자원했다. 동료들은 두 사람을 재난 현장에서 솔선수범했던 소방관으로 기억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순직 소방관을 애도했고, 경북도소방본부는 이들에 대해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 추서, 국립현충원 안장을 추진키로 했다.

현장의 소방관들은 재난·사고 현장에서 국민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건다. 지난 12월 1일에는 고 임성철 소방장이 제주 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부부를 대피시킨 뒤 불을 끄다가 숨졌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 1월 14일까지 화재·구조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55명, 다친 소방관은 4천219명이다. 소방관은 재해나 질병으로 순직하는 경우가 일반 공무원보다 6배 많다.

지난 12월 소방공무원노조는 '현장 중심의 조직 개편'을 촉구했다. 노조는 "문재인 정부 들어 소방 인력이 확충됐지만, 대부분 신설 소방기관과 행정 부서, 구급 등으로 충원됐다"고 지적했다. 후속 대책은 듣지 못했다. 문경 소방관 순직은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제기한다. 소방관 안전을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열화상카메라 등 안전 장비가 확보됐는지, 현장 투입 뒤 휴식이 보장되는지, 공무로 인한 부상과 질병을 제대로 치료받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 국민을 위해 젊음을 바친 소방관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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