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들의 사직으로 의료 공백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 현장 이탈이 대학병원 교수들과 입사가 예정된 예비 수련의(인턴)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3일 기준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소속 전공의 중 80%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근무지 이탈자는 72.3%인 9천6명으로 집계됐다.
◆ 예비 인턴 동요…임용 포기 속출할 듯
26일 대구시내 6개 수련병원(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입사 대기 중인 수련의 채용 합격자 가운데 계약 포기 의사를 밝힌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의 경우 주요 병원에서 수련 계약서에 서명하기로 했던 의대 졸업생들이 서명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 수련병원들은 이 같은 흐름이 조만간 대구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예비 인턴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데 마음은 '수련 포기' 쪽으로 기운 것 같다"며 "계약 체결 기한인 29일까지 지켜볼 예정이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아직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각 대학병원 교수들도 전공의들의 이탈 행렬에 동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구 한 의대 교수는 "정부가 전공의, 교수, 개원의로 구분하고 '의료계 대표자가 없다'는 식으로 의료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전공의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한 행동을 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하면 스승인 교수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생각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배정민 영남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정부가 근거없는 정책을 강행하고 수련의, 전공의들과 학생까지 희생된다면, 교수들도 행동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의 요청이 있다면 정부와 의협 비대위 간에 가교 역할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강대강 대치 계속되는 정부와 의료계
정부와 의협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강 대 강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는 오는 29일까지 복귀를 종용하는 최후통첩을 의료계에 보냈고, 의협은 다음달 3일 총궐기대회를 준비 중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6일 "근무지 이탈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정부는 해당 기한까지 근무지에 복귀하는 전공의에게는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9일을 '마지노선'으로 잡은 건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전임의들의 계약 기간이 이달 말에 종료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차관은 "3월부터 미복귀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며 "면허정지 처분은 사유가 기록에 남아 해외취업 등 이후 진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는 진료 공백 상황에 대응하고자 27일부터 전국의 종합병원과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 사업이 시행되면 간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의료기관 내부 위원회를 거치거나 간호부서장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사업으로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간호사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의협 비대위는 다음달 3일 열릴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와 관련해 "이번 집회는 정부 정책에 항거하는 대장정의 시작점"이라며 "총동원령에 준하는 참여를 호소한다"고 결집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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