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 ‘미나리 삼겹살 불법영업’에 커지는 식당가 반발

12~4월까지 미나리철 길어지고 무허가 영업 성행
테이블 40~50개 달하는 곳도 있어 매출타격 극심
미나리 농가 "판로확보 어려워, 농사 접을 판"
동구청 "올해부터 예년보다 강하게 단속, 계도할 것"

대구 동구 팔공산 일대에 붙은 미나리삼겹살 불법 영업 규탄 현수막. 김유진 수습기자.
대구 동구 팔공산 일대에 붙은 미나리삼겹살 불법 영업 규탄 현수막. 김유진 수습기자.

팔공산 일대 미나리 농가에서의 불법 식당영업으로 인근 식당가가 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판로 확보가 어렵다는 미나리 농가의 항변 속에 관할 지자체의 단속도 미온적이었어서 식당 업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일 오후 대구 동구 백안삼거리,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광역시지회가 만든 미나리 삼겹살 불법영업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이들은 불법영업 규탄 현수막 30개를 파계삼거리, 갓바위 집단시설지구, 동화사 시설지구 등 공산동 전역에 내걸었다.

외식업중앙회 측은 그간 구청이나 미나리 작목반 측과 접촉해 무허가 영업행위 중단을 촉구해오다 올해부터 반발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는 미나리 재배기술의 발달로 '미나리철'이 길어진 점, 무허가 영업이 성행하면서 매출액 감소가 심각해진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박오규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광역시지회 동구지부장은 "미나리가 12월 중순부터 4월까지 난다. 한철 장사라고 눈감아주기 힘들다"며 "무허가 비닐하우스 영업이 시작되면 인근 외식 업주들 매출액은 절반 가량이나 줄어든다"며 경제적 타격을 호소했다.

김남호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장은 "겨울철엔 평일 손님이 거의 없어 주말 장사만 바라보는데, 이때마저 손님들을 뺏기고 있다. 미나리 비닐하우스에 갔다가 앉을 곳이 없어 차선책으로 식당에 왔다는 손님도 꽤 있다"고 말했다.

팔공산 일대 미나리 농가에서 무허가로 운영 중인 미나리 삼겹살 판매 현장. 독자 제공
팔공산 일대 미나리 농가에서 무허가로 운영 중인 미나리 삼겹살 판매 현장. 독자 제공

무허가 비닐하우스 영업행위가 해를 거듭할수록 대형화 하는 점 역시 반발의 수위를 높이는 요소다. 상인들에 따르면 비닐하우스 내부에 마련된 테이블이 40~50개에 달하는 곳까지 등장한 실정이다. 관공서에서 이런 영업을 더 이상 사실상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미나리 농가에서는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고 판매 단가도 낮아 소득보전을 하려면 불법영업을 통해서라도 미나리를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팔공산 한 미나리작목반 관계자는 "단속을 강화하면 농민 대다수가 미나리 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자구책을 구할 시간이라도 달라"고 호소했다.

동구청 위생과는 팔공산 일대에서 적어도 30여곳에서 비닐하우스 무허가 식당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예년보다 강한 대응을 공언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단속 및 계도 활동을 벌였고 냉장고에 삼겹살을 쌓아두고 판매한 농가 1곳은 형사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3월부터는 식당 시설 자진 철거를 촉구하는 등 예년보다 더욱 강력한 계도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며 "농가 지원 차원에서 미나리 신규 판로확보 방안도 적극 모색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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