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값 상승은 금리 하락 신호라는데…미 인하 시기는 불확실성 커 “기대감 경계해야”

금 선물가격, 1974년 금 계약 체결 이래 최고치 기록
미 금리 인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 반응은 '신중론'에 무게

미국 금리가 오는 6월 인하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지며 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은 연합뉴스
미국 금리가 오는 6월 인하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지며 인하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진은 연합뉴스

미국 금리가 오는 6월 인하될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금리가 낮아질 때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 왔기에 금리 조기 인하의 시그널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는 한편,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4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온스당 30.60달러(1.46%) 상승한 2천126.30달러에 거래를 마쳐 1974년 금 계약 체결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27일(온스당 2천93.10달러)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갈아치운 것.

미 TD증권의 바트 멜렉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이날 CNBC를 통해 "지난주 경제지표, 특히 제조업 부문이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인 후 금값이 오르고 있다"며 "경제가 약화 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 인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무려 70%까지 내다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주식시장 조정과 지정학정 위험 같은 상황들이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은 5일 블룸버그 보도에서 "미국 제조업 지표의 부진에 따른 주식시장 조정 위험이 높아지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금으로 이동하도록 설득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등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자 피난처 자산으로서의 금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점 또한 금 가격 최고치 기록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특히 금값이 최고 수준임에도 여전히 금리 조기 인하는 어렵다는 분석들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먼저 지난달 21일 공개된 연준의 1월 의사록에는 참석자들이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연방기금 금리의 목표 범위를 낮추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담기며 신중론의 불씨를 지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강한 미국 경제와 고용시장을 감안할 때 연준이 긴급한 금리 인하 압력을 받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보스틱 총재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2% 위에서 고착화 하거나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금리 인하 시기로 3분기를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6월, 이르면 5월 인하까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3분기라면 빨라도 7월 이후다. 시장의 예상을 비켜나가는 것이다.

영국 금융회사인 네이션와이드의 오렌 클라치킨 금융시장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 경제 상황과 관련, "기본 추세는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상반기에도 하락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이지만, 연준 관계자들이 원하는 만큼 빨리 냉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대표인 조이스 장은 세계경제연구원이 개최한 웨비나에 참석해 연준 금리인하 개시 시점이 7월로 후퇴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조이스 장은 "올해 및 내년 상반기 사이 글로벌 경제가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지난해 하반기 60%에서 현재 50% 수준으로 낮아졌을 뿐"이라며 "골디락스(경제가 성장을 이루면서 물가 상승은 없는 상태)의 단꿈에 젖어 안일하게 대응하다가는 서서히 끓는 물 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가 될 위험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마저 미 의회에 출석해 매파(통화긴축신호)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파월 의장은 6~7일 미 하원과 상원에 차례로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한다. 오는 20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와 9일 블랙아웃 개시를 앞두고 마지막 공식 발언이 될 것으로 보인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3월과 5월 금리가 현 수준인 5.25~5.5%로 동결될 가능성을 각각 95%, 68.3%로 점쳤다. 사실상 3월 인하는 불가능하고 5월도 어렵게 보는 것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나 윙 이코노미스는 파월 의장의 미 의회 출석에 대해 "매파적 입장을 유지하고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연합뉴스

물론 파월 의장이 신중하겠지만 시장에 금리 인하 시그널은 내비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SMBC 닛코 증권의 조셉 라보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무 완수'가 아니라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루었고 금리 인하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등이 파월 의장의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전문사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샘 밀레테 채권 담당 이사는 "우리는 연준 정책의 변곡점에 있기 때문에 파월의 의회 발언은 정말 흥미로울 것이라며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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