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전세사기 피해자의 피눈물 닦아 주어야

주로 2030 사회초년생 피해자 양산…사회적 재난 접근 필요

경북부 김진만 기자
경북부 김진만 기자

전세사기로 인해 전국적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피해자들 중 일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이를 계기로 지난해 5월 25일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6월 1일부터 시행됐다. 이후 정부 차원의 여러 가지 후속 대책들이 나왔지만 피해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고 현장에서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정부에서 먼저 구제를 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전세보증금 등을 회수하는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야당도 이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회부했다. 이에 여당과 정부는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해 세금으로 대신 갚아야 하고, 미회수 우려가 너무 높다. 다른 사기 피해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를 사인 간 계약으로 인한 개인적 피해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부동산 정책이 야기한 사회적 재난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주택임대차 관련 법, 보증금 대출제도, 임대사업자 관리 등 기존 전세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전세사기 피해 책임을 세입자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을 토로하며 사회적 재난이라고 항변한다.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고 공공 재원의 지원이나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대학 도시 경산에서는 대학가 주변에 원룸 등 다가구주택이 많아 상대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많은 편이다. 경산전세사기대책위는 지역에서만 250여 명의 피해자가 200억원이 넘는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학가 전세사기 피해자들 중 상당수는 부모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 전세 계약을 한 대학생들이거나 전세보증금이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20, 30대 사회 초년생들이다.

이들 2030 청년들을 비롯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단순히 주거와 경제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실감과 사회에 대한 깊은 불신에 휩싸이는 것은 물론 건강과 장래 목표, 가치관까지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는 결혼과 출산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치며, 대한민국 저출생을 심화시킨다.

우리 사회와 나라가 전세사기 피해를 개인의 일로 치부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태도다. 사회적 재난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법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중앙정부의 지침에 따른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전세사기 피해 지원·상담센터 운영, 이들 재난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 조례 제정, 피해 예방 교육 등 피해 최소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또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정부의 주거·신용 회복·금융 지원은 물론 법률 및 심리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피해자들 간 연대를 통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 정치권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와 예방 대책을 위한 입법 활동을 통해 이들의 피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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