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정일의 새론새평] 당근이냐 채찍이냐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나는 왜 7천원을 내고 짜장면을 먹는가? 식당 주인은 왜 7천원을 받고 짜장면을 파는가? 돈을 내고 맛없는 음식을 먹는 손님은 없다. 손해를 보면서 음식을 파는 식당 주인도 없다. 쌍방(雙方)이 이득을 얻어야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시장은 효율적이다.

내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는 내가 가장 잘 안다. 나의 선호(選好)는 거래를 통해 시장에서 드러난다. 시장은 내가 무엇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안다. 정부는 내가 무엇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모른다. 이러한 점에서 시장은 정부보다 우월하다.

시장이 잘 작동하면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 현실에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회에 유익한 일을 했는데 대가(代價)를 못 받거나 적게 받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대가가 없거나 적은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대로 두면 사회에 필요하거나 중요한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대가가 없어도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하는 사람은 위인(偉人)이다. 위인은 드물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위인이 되라고 할 수 없다. 사회에 필요하거나 중요한 일에는 적절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 정부가 당근(carrot)을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장은 실패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시장보다 우월하다.

병역(兵役)과 관련해서 젊은 남녀 사이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젊은 남성들은 병역 이행의 대가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어떻게 보상해야 충분한지는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이 판단해야 한다. 정부가 판단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면 갈등이 완화될 것이다.

출산(出産)을 꺼리는 것도 비슷한 문제다. 개인적으로 출산은 고통과 비용이 따르는 일이다. 정부가 인구를 늘리고 싶다면 출산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출산은 개인적인 문제여서 보상이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해서도 안 된다.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

고등학생들이 이공계(理工系)보다 의약학계(醫藥學系)를 선호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에 진학하지 않으면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이공계는 공부가 어렵다. 취업이 잘된다고 하지만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 대기업에 들어가도 오래 다니지 못한다. 이공계는 의약학계보다 가성비(價性比)가 떨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이공계 기피(忌避)가 합리적이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적으로 이공계 전공자들이 필요하다면 그들에게 충분한 인센티브(incentive)를 줘야 한다.

유사한 문제가 의대에도 있다. 의대생들이 필수 의료를 꺼린다고 한다. 가성비를 따져서 의대에 온 학생들이 가성비가 높은 진료과목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을 비난할 필요가 없다. 국민 건강을 위해 필수 의료가 중요하다면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정부가 채찍(stick)을 쓸 수도 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정부는 종종 여론(輿論)을 동원한다. '이익집단 대 국민'의 대결 구도를 만든다. 민주 국가에서 '여론 몰이'를 견뎌 낼 집단은 없다. 공무원, 변호사, 노동조합, 간호사, 의사, 그 어떤 이익집단도 여론을 이기지 못했다. 언제나 정부가 이겼다.

하지만 '여론 몰이'는 부작용이 심하다. 여론에 굴복한 이익집단은 마음으로 수긍하지 않는다. 여론 편에 섰던 사람들도 불안하다. 언제 '여론 몰이' 대상이 될지 모른다. 의사 다음은 누구인가? 수의사는 부족하지 않은가? 지금 당장 설문조사를 해보자. "당신은 수의대 증원에 찬성합니까?" 아마도 찬성률이 90%는 될 것이다. 수의사 다음은 치과의사인가?

우리는 남에게 도움을 주고, 남의 도움을 받으면서 산다. 도움을 주거나 받을 때마다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한평생을 놓고 보면 득실(得失)이 없다. 그것이 신의 섭리(攝理)다. 요즘은 모든 것이 단기적이고 계산적이다. 그때그때 계산해서 주고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이런 현실에서는 도움을 주거나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 받은 만큼 줄 뿐이다. '페이(pay)'의 어원(語源)은 '팍스(pax)', 즉 평화다. 보상이 없으면 평화도 없다. 당근이 채찍보다 낫다. 정부가 채찍을 쓰면 나라가 쪼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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