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참패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 관계가 복잡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에선 비윤계(비윤석열계), 개혁신당 등이 친윤계(친윤석열계)와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민주당, 조국혁신당 사이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친문(친문재인계) 간 헤게모니 싸움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비윤·이준석, 여당 흔들기
여권 중심 정가에서는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이준석 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개혁신당, 안철수·나경원 등 비윤계 중심의 여권 인사들이 목소리를 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지역구 의원으로 원내에 화려하게 복귀하게 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집권여당을 향한 쓴소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대표는 총선이 끝난 뒤 여당을 향한 훈수두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그는 각종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다음 대선이 몇 년 남았나. (3년) 확실한가"라고 언급하며 윤 대통령 조기 퇴진을 암시했다.
차기 총리 후보군을 두곤 "젊은 층에서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총리로 모시고 국정의 상당 부분을 나눠 맡는 것도 방법"이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가 개혁신당 당 대표 선거에 불출마하며 2년 후 치러질 지방선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국민의힘을 넘어서 보수 진영 내 주류가 되려는 시도에 나설 것이란 데 정치권의 이견이 없는 상태다.
안철수 의원 등 비윤계에서도 친윤계 중심의 여당 흔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안 의원은 정권 심판론을 이겨내고 수도권에서 당선된 만큼 채상병 특별법, 의정 갈등 등 주요 현안을 두고 자기 정치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비윤계 중심으로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을 점치는 목소리가 적잖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민심이 정권심판론이라는 점에서 윤 정부, 친윤계를 향해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는 여당 인사들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 민주당, 단일대오 유지할까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거대야권이 내부 분열 없이 순항할 수 있을지 여부도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다. 정가에서는 친명과 친문 세력 간 갈등이 야권 분열 여부를 판가름할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천 국면에서 친문 의원들을 향해 가혹할 정도로 냉정한 잣대로 평가를 이어왔다.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공천 배제 사건은 친명과 친문 세력 간 동거가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결국 총선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양 세력 간 갈등이 봉합됐지만 앞으로 이어지는 정국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갈등이 언제든 표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잖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직면하고 있는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할 경우 친문 세력이 제 목소리를 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자칫 법원 판단으로 자리를 비울 경우 이를 대체할 마땅한 대권 주자가 없는 게 친명계의 현실이다.
야권 관계자는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혹한 대우를 받는 게 친문 세력인데 이들은 이 대표 부재 시 친명 세력과 함께 갈 수 없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22대 국회에서 친문 세력은 치열한 당내 투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친문당' 되나
조국혁신당으로 대표되는 제3지대 정당들의 향후 4년간 임기 동안 직면하게 될 현실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정치권은 조국혁신당의 존재 이유로 꼽히는 조국 대표가 대법원 판단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피선거권을 장기간 상실할 경우 친문당으로 전환을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창당 38일 만에 원내 3당으로 지위를 얻은 조국혁신당은 15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을 잇따라 찾으며 '친문'의 정체성을 확실히 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문 전 대통령은 정장 차림에 우산을 쓰고 사저 밖으로 나와 조국 대표를 비롯한 당선인들을 반갑게 맞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며 "조국혁신당이 집단지성으로 새로운 정당 리더십과 문화를 보여줬듯이 한국 정치를 바꾸고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 대표 역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기대가 우리가 가진 역량보다 훨씬 더 크다. 그래서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미 2심에서 징역형을 받은 조 대표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윤건영, 고민정, 한병도 등 친문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조국혁신당으로 옮겨 가 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하는 것도 정치적 상상력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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