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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공유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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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밤낮없이 이웃집 소음에 시달리는 모녀가 있다. 한 집은 하루 종일 노래를 크게 틀어 대고, 다른 집은 녹음된 아기 울음소리를 튼다. 참다못해 이웃집 벽을 두들겨 대지만 소용이 없다. 결국 제3자의 도움을 받기로 했는데, 중재는커녕 일을 더 키우고 말았다. 이웃집 소음은 전혀 없고 도리어 모녀가 난데없이 벽을 치는 탓에 이웃들이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모녀 중 엄마가 병원을 찾았고 망상과 환청 진단을 받았다. 그렇다면 딸은 왜 그랬을까? 엄마의 망상과 환청을 전해 들은 딸이 처음에는 부정하다가 엄마가 계속 같은 주장을 하자 나중엔 뚜렷하게 소리를 듣고 심지어 노래를 따라 부를 지경이 됐다고 한다. 현대 의학은 이를 '공유 정신병적 장애', 즉 공유 망상이라고 부른다.

공유 망상의 발생 원리는 아직 정확지 않다. 다만 최초 환자의 상당한 영향력과 사회적 고립, 망상을 이어받는 사람이 외부 암시를 쉽게 받아들이는 성향 등이 결합하면 이런 결과를 낳는다고 본다. 뭔가 비슷한 게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최초 환자'를 '사이비 종교 창시자'로 바꾸면 상당히 많은 안타까운 사건들을 떠올릴 수 있다.

1978년 11월 18일 남아메리카 가이아나에서 벌어진 900여 명 집단자살 사건이 있다. 짐 존스가 창시한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가이아나에서 청산가리를 탄 음료를 마시고 숨진 것이다. 이들은 교주 말에 따라 자식들에게 독을 먹인 뒤 자신들도 마셨다. 바로 '인민사원 집단자살 사건'이다. 극단적 사례일 뿐 일상과는 무관해 보이는데 과연 그럴까. 멀쩡한 사람도 절대다수가 어처구니없는 오답을 말하면 그대로 따라 한다는 유명한 심리 실험도 있다. 심지어 이를 일상에서 흉내 낸 유튜브 개그 코너도 있다.

'뇌의 흑역사'를 쓴 마크 딩먼 교수는 공유 망상의 원인 중 하나로 뇌의 의심 생성 회로를 담당하는 부분인 '전전두피질' 손상을 말한다. 전전두피질 손상 환자들은 인지 기능은 정상인데 터무니없는 오류를 잡아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런데 '확증편향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은 과연 공유 망상에서 안전할까. 누군가의 영향력, 특히 정치적 배타성 아래에서 사회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의 전전두피질은 무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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