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명심 호소인’ 결의대회 연상되는 야당 의원들의 국회의장 출사표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 다선 의원들의 출사표에 '협치'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앞세운 첫 번째 명분은 이재명 대표와 호흡이다. 민주당 원내 경선이라지만 엄연히 국회의장이라는 자리다. 너도나도 이 대표와의 궁합에 방점을 둔 포부를 밝힌다. '명심 호소인들'의 출정 결의대회로 변질되고 있다. '협치'를 외치는 게 비정상으로 치부될 정도다.

의장 후보로 입길에 오르는 이들은 6선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조정식 전 민주당 사무총장, 그리고 5선의 정성호 의원이다. 이들의 최근 발언들은 이 대표의 대리인 선발대회를 방불케 한다. 조정식 전 사무총장이 대놓고 '명심'을 얘기하자 '찐명'을 자임하는 정성호 의원은 "어떤 분이 적임자인지 이 대표의 고심이 이심전심으로 가까운 의원들한테 전달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진작에 "국회의장이 중립은 아니다"라고 했다.

설상가상 정부 여당과 협치가 죄악시되는 분위기다. 친문·친노 인사들을 대거 쳐낸 '비명횡사' 공천이 이런 흐름의 시작이었다. 이 대표만 중심에 두고 보니 핍박을 견디고 한풀이를 하러 온 점령군 행세부터 나타난다. 대치와 복속의 시나리오만 줄줄이 써내고 있는 것이다. 겸손의 협치 자세가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이미 양곡관리법, 민주유공자법 등 다수의 법안이 국회 본회의로 직행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더 자주 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기우는 아니다. 민형배 의원은 "협치라는 말은 지워야 한다"고 했다. 대여 투쟁 결의대회가 아니고서야 나오기 힘든 발언이다.

민심을 내세우며 명심을 찾는 표리부동의 각오가 국회의장의 조건이 된 건 우리 정치의 비극이다. 이에 더해 입법 폭주가 시대정신인 양 오판한 민주당에서 견제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우리가 하면 혁신'이라는 선명성의 근거가 범야권 192석의 구도라면 한참 잘못 생각한 것이다. 무리한 입법 독주는 정국 경색을 불러온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우리가 경험한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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