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료용품 납품 업체 "의료공백에 매출도 공백될 판"

진료에 들어가는 소모품 매출 절반 가까이 '뚝'…수술용품은 타격 더해
타 지역 거래 때 결제일 밀리는 경우도 다수 발생

한 달을 넘긴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대구의 상급종합병원도 진료와 수술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자 외래환자 수가 줄고 있다. 지난달 3월 22일 대구 중구 한 대학병원 외래접수처가 한 달 전(왼쪽)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한 달을 넘긴 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로 대구의 상급종합병원도 진료와 수술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자 외래환자 수가 줄고 있다. 지난달 3월 22일 대구 중구 한 대학병원 외래접수처가 한 달 전(왼쪽)과 달리 한산한 모습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상급종합병원의 의료공백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병원과 관계된 업계들이 매출 하락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9일 대구 남구에서 병원에 의료용품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45) 씨는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상급종합병원의 의료공백 때문에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병·의원에 납품하는 의료용품 매출이 의료공백이 시작되기 전과 비교했을 때 30~40% 가랑 줄어든 게 눈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전공의 사직 이후 수술을 포함한 진료규모 자체를 평소의 60% 가량으로 줄이면서 의료용품 사용량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상급종합병원에 한 달에 1억원 안팎의 물품을 납품하던 이 씨의 업체는 의료공백이 시작된 직후 정산되는 금액이 6천만원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이 씨는 "수술에 제일 많이 쓰이는 봉합용 실처럼 수술에 직접적으로 쓰이는 용품들은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외래에도 많이 쓰이는 의료용 고무 장갑, 붕대, 거즈, 반창고 등의 매출도 의료공백 이전보다 30~40%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비록 종합병원 등 2차의료기관의 환자가 늘긴 했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소모하는 분량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손실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의료현장에 쓰이는 소모품만 해도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데 특정 진료과 수술에 쓰이는 의료용품은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수술용 의료용품을 납품하는 한 업체 대표는 "'임플란트'라 불리는 정형외과용 관절 대체용품이라던가 이비인후과용 핀셋, 외과 수술에만 쓰는 특정한 모양의 튜브 등은 매출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나마 입찰을 통한 계약을 맺은 경우는 입찰 계약 조항에 업체 손실에 대한 보상 조항을 넣는 경우가 있어 어느정도 보전받는 경우가 있지만 수의계약으로 납품하는 업체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대구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서울 등 타 지역과도 거래하는 업체들은 단가만 정해놓고 수의계약을 통해 수시로 납품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이런 경우 결제가 밀리는 경우도 생겨 자금이 돌지 않아 곤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료용품 관련 업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의료공백으로 인한 손실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대구신용보증재단이 '대구 의료 전문업종 특별보증'이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업종은 병·의원, 약국 등이다. 의료용품 업체는 빠져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의료용품 업체는 '2024 대구 성장지원 특별보증' 상품으로 어려움을 해결하실 수 있도록 안내드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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